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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Apr 22. 2017

[Part2] <인사이드아웃>, 가끔은 슬퍼도 괜찮아

[Part 2 : 미친여자 널뛰기 하듯, 요동치는 직장생활]

2015.7.12(일) / 회사를 떠나기 558일 전.


다가올 월요일이 너무너무 끔찍해서, 곧 해가 뜨고 그러면 나는 또 분칠을 하고 출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너무 끔찍해서, 그것을 애도하는 데에 나의 온 일요일을 낭비해버렸다.


어찌 되었든 나는 당분간 꾸역꾸역 이 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슬펐고, 탈출의 발판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일년 반이나 낭비해버린 내 자신이 한심했다.


가끔, 사실은 꽤 자주, 일요일 밤에 잠들지 않으면 월요일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아서,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밤을 새다시피 버티곤 한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과연 나는 이 회사에 얼마나 오래 남아 있을 것인가, 또는 남아 있지 않는다면 나는 뭘 하며 먹고 살아갈까, 진로에 대해 이런저런 시덥지않은 고민이 나를 짓눌러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잡생각만 뱅뱅 돌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대로 월요일을 맞을 수는 없어서, 벌떡 일어나 대강 아무 옷을 걸치고 심야 영화를 보러 갔다.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인사이드아웃>. 비오는 늦은 일요일 심야에 보기 좋은, 몽글몽글한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와서 색연필로 슥슥 그린 등장인물들.


나의 널뛰기하는 감정을 한 발 떨어져 살펴볼 수 있게 된 기분이다. '그래, 월요일이 오고 있으니까 지금 내 머릿속에선 Sadness와 Fear이 계기판을 잡고 있는 거겠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바보같이 왜 이렇게 우울한거야, 남들 다 하는 직장생활인데.' 라며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영화 <인사이드아웃>은 내게, 가끔은 슬퍼도 괜찮다고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슬픈 것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라고, 때로는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고 말이다.


그것이 아주 필요한, 그렇게라도 또 하루를, 또 일주일을 버텨야만 하는 직장인 1.5년차다.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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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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