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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Feb 04. 2017

[Part1] 낙관적 운명론자, 취준생이어도 행복하게.

[Part 1 : 낙관적 운명론자, 취업준비생의 일기]

2013.5.9(목) / 회사를 떠나기 1352일 전.


어제 만난, 나보다 8년을 더 산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나이가 드니 별로 새로울 것도 없고 재밌는 것도 없고 신기한 것도 없다고. 한 마디로 어떤 일이 일어나도 별로 감흥이 없다고. 나이가 들면 감정의 기복이 적어지나보다.


요 며칠 새에 사소한 좋은 일들과 좋지 않은 일들이 연달아 생겼다. 좋은 일은 좋은 일이라 기쁘고, 좋지 않은 일은 또 나름대로 하늘의 뜻이겠거니 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 새에 내가 조금 더 어른이 된 기분이 들어 뿌듯하다.


지갑에 꾸깃꾸깃 접어 넣어놓고 잊었던 천원짜리 로또를 확인해보니 5천원에 당첨되었고, 지인이 아르바이트 펑크난 자리를 급히 메워달라고 부탁해서 예상치않게 꽤 짭짤한 수입이 생기게 되었다.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의 인턴 채용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고, 가지가 많아 바람 잘 날 없는 집안의 폭풍우같은 소식을 또다시 듣게 되었다.


어찌되었든 인생은 흘러 간다. 이런 작고 사소한 일들이 내 인생을 좌지우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 행복을 들었다놨다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마음이 평화롭다.


가장 힘들다는 취준생 신분이지만 아직은 취업 준비 과정이 즐겁고 재미있고 신기하기만 하다. 좀 더 탈락의 아픔을 겪고 세상의 팍팍함을 몸으로 느끼고 나면 달라질까. 아직은, 즐겁다.


오늘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나는 '그 회사에서 엄청나게 매력적인 인재를 놓친거야. 흥칫뿡!' 이란 생각을 했다. 물론, 아쉬운 마음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내 운명은 늘 나를 행복으로 이끌고 있고, 행복으로 가는 나의 운명에 그저 그 회사가 없었던 것 뿐이라는 '낙관적 운명론자'로서의 신념, 믿음 같은 것이 나를 지켜주는 것 같다.


밖에는 비가 오고 나는 두 시간밖에 자지 못한 피곤한 정신으로 스타벅스에 앉아있다. 생일날 사랑하는 친구에게 받은 프라푸치노 한 잔을 시켜놓고, 수업과제 해야지, 다른 기업 지원서도 써야지, 하고 있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꼬물꼬물 열심히 해야지.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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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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