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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May 26. 2017

[Part2] 처음으로 느낀 유리천장

[Part 2 : 미친여자 널뛰기 하듯, 요동치는 직장생활]

2014.02.25(화) / 회사를 떠나기 1060일 전.


신입사원 몇 명을 데려다가 교육 운영 보조로 쓰는 임시 TF를 하고 있다. 교육을 받으러 오는 임직원들의 출석을 체크하거나, 강의 자료를 미리 셋팅하거나, 다과를 채워놓는 아주 간단한 일이다. 나는 두 명의 남자 동기들과 함께 세 명이 한 조로 일을 하게 되었다.


어제는 한 차장님이 저녁을 사주신다고 해서 따라갔었다. 우리와 직접적으로 일하는 분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도와드리고 있는 주니어 선배들의 상사였다. 그리고 그날, 나는 엉엉 울며 집에 들어왔다. 알파걸이 알파 우먼이 되지 못하는 이유를, 그 유리천장을 절절하게 느끼고 돌아왔다.


 





내가 어렸나보다. 내가 어리석었나보다. 난 지금까지 여자가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개인의 부족함이라고 생각해왔다. 또는 육아 때문에 회사생활에 제한이 있어서 조직에서 배제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이 편견으로 굳어져서, 새로 진입하는 여성들에게 유리천장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는 남녀와 상관 없이 늘 내가 노력한 만큼 인정을 받았고, 내가 겪어본 사회는 그 '학교'가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나를 조금도 겪어보지 못한 차장님은 단지 내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밥먹는 내내 나를 반푼이 취급했고, 나아가 성희롱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자꾸만 내 얼굴을 보고 히죽거리며 "ㅇㅇ씨 있어서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이라는 말을 붙여가면서, 끊임없이 내가 들으면 정말로 '그럴' 만한 성적인 농담을 던졌다.


'성격차이'로 이혼한다는게 뭔지 아느냐, 나이드니까 마누라랑 성-격차가 벌어진다며 남자 동기들에게 너희들도 지금부터 운동 열심히 하라며 낄낄댔고, 남자는 술마시면서 여자도 불러보고 그래야 크는 거라고도 했다. 여자가 아무리 남자보다 똑똑해도 출산, 육아로 결국 떠날 사람이니 깍두기 같은 거라고도 말했다. 자꾸 나에게 집에 가야하지 않냐고 하면서, 남자 동기들에게 '좋은 데 가고 싶다'는 말도 했다. 남자 동기들은 그 차장님 앞에선 하하 웃었지만, 그 사람이 화장실에 가면 나에게 걱정스러운 얼굴로 괜찮냐고 물었다.




그게 재미있는 농담이라고 생각한 걸까, 아니면 그걸 듣는 어린 여자애의 당황하는 얼굴을 보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회사에서 너같은 여자애의 위치는 딱 이정도야'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걸까.


나는 단순히 그것이 성희롱이고 성차별적인 발언이어서 상처 받은 것이 아니었다. 사실 나는, 좋든 싫든 앞에서는 같이 낄낄대고 받아줄 수 있는 동기 오빠들과 달리,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그 차장님에게 회식 자리에 껄끄럽고 귀찮은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 가장 분하고 슬펐다. 나는 이 곳에서 영원히 깍두기일 뿐, 당당하고 유능한 조직의 일원이 될 수 없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기분이었다.


나는 그 차장님의 바람대로 1차에서 감자탕을 먹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다른 남자 동기들은 차장님과 '맥주 한 잔' 을 더 했다고 했다.


회사가 이런 곳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나는 회사에 오면 여느 남자 못지 않은 멋진 커리어우먼이 될 줄 알았는데.


그냥 엄마가 말하던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을 선택했어야 하나?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봐야하나. 아니면 정말로 우리 엄마처럼 결혼 후에 일을 그만두고 아이 키우면서 사는 삶이 최선인걸까? 엄마가 '여자는..'이라는 말만 꺼내도 불같이 화를 내며, 그런 말로 나를 한정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엄마가 현명했던 걸까?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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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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