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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Mar 13. 2017

[Part2] 자본주의 시대의 매춘

[Part 2 : 미친여자 널뛰기 하듯, 요동치는 직장생활]

2014.4.27(일) / 회사를 떠나기 999일 전.


오늘도 내 청춘을 하루치만큼 팔아먹었다. 그나마 팔릴 때 팔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 학벌을, 학점을, 영어 실력을, 각종 경력을, 자존심을, 영혼을, 자유를 팔아서 빵을 사는 이 행위가 마르크스가 이야기한 '보편적 매춘의 시대'와 무엇이 다를까.




요새 만나는 지인들이 묻는다. 직장생활은 할 만 하냐고. 내 대답은 이렇다. 평생 이런 단어를 입에 올려본 적 없지만, 이만큼 딱 맞는 표현도 드물다. "조오오오오올라 뭣같아."


순간순간 욕지기가 치밀고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다. 그래도 참아야지. 목구멍이 포도청이니까. 이 곳이 정글이라면 바깥은 지옥이라니까.


돈은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자, 모든 문제 해결의 중심에 있다. "그래도 우리 회사는 돈이라도 주고 이러잖아"라는 슬픈 위로를 하며 하루를 견뎌낸다. "어쩌겠어, 돈은 벌어야 하는데" 라는 슬픈 체념으로 나를 달랜다.


그리고 하루가 끝나면, 한 주가 끝나면, 알코올과 떠들썩한 모임들과 티비와 음악으로 나를 마취해버린다. 그렇게 눈을 꼭 감고 도망가다보면 다시 출근 시간이 다가온다. 허겁지겁 머리를 말리고 분칠을 하고, 회사를 들어서며 광대에 힘을 주어 영업용 미소를 연습한다. 밝고 활기차고 귀엽고 똑똑한 막내 신입사원의 옷을 입는다.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한탄을 하며 계속 이렇게 살겠지. 그러다가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고 15년이 지나서, 언젠가 회사가 날 필요로 하지 않을 때 즈음에서야, '아, 회사에게 나는 티끌만치도 못한 존재였구나. 내 살 길은 내가 찾아야 하는 것이었구나' 하고 후회하게 될까?


최악의 봄이다. 죽을 것만 같다.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가겠다며 신나있는 동생에게 여비를 보태주겠노라 약속하며 위안을 얻는다. 이런 말을 하면 마치 수십년 전에 가족들 먹여 살리려고 상경한 공순이 같은 느낌이 들어서 별로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것이 내게는 가장 큰 삶의 의미 중 하나이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든든한 기댈 곳이 되는 것. 명예도 돈도, 내가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베풀기 위한 도구로서의 의미가 가장 크다. 그래서 조금 더 버텨보려고 한다.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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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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