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 미친여자 널뛰기 하듯, 요동치는 직장생활]
2014.05.06(화) / 회사를 떠나기 990일 전.
처음으로 '노동자'로서 맞은 노동절이 지나가고, 곧 어버이날과 석가탄신일이 연이어 5월의 황금연휴를 만들었다. 아직 업무에 완전히 익숙해지지는 못했지만 담당 업무라는 것도 생겼다. 내 담당업무에서는 5월의 황금연휴 전후, 그리고 가을의 추석과 개천절 즈음의 황금연휴 전후가 가장 바쁜 시기라고 했다. 얄궂다.
자꾸만 의미없이 돈을 쓰며 허전한 마음을 채우고 있다. 학생 때는 정해진 날짜에, 학생 때보다 여유있는 금액의 월급이 따박따박 들어오면, 여유있게 쓰고 저축도 착실하게 할 줄 알았다. 그러나 돈은 의미없게 들어온 만큼 의미없게 사라지고 있다.
십년지기인 친구는 결혼을 하고 곧 해외로 떠나게 되었고, 또 다른 친구는 오랫동안 준비하던 시험에 합격했다. 이 모두를 축하하기 위해 친구들은 춘천으로 여행을 떠났다. 나는 황금연휴의 끝자락에 주말 출근에 발목을 잡혀 가지 못했다. 빨간날에 출근하는 것은 왠지 배로 억울한 기분이다. 옷을 차려입고 터벅터벅 출근을 하는 길에,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졌다.
의미없이 벌어 의미없이 쓰는 이 행위를 위해, 내 인생의 많은 의미들을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 난 무엇을 위해 취직을 했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걸까. 지금 나의 월급은 저 수족관 속 산소만큼이나 음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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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수족관 속에서 얻어먹는 하루치 만큼의 산소가, 당장 수족관 밖에서 말라 죽는 것보다는 나은 걸까.
<체제에 관하여 - 유하>
수족관 속 우글거리는 산낙지
푸른 바다 누비던 완강한 접착력의 빨판도
유리벽의 두루뭉실함에 부딪혀
전투력을 잊은 채 퍼질러 앉은 지 오래.
가쁜 호흡의 나날을 흐물흐물 살아가는 산낙지
주인은 부지런히 고무 호스로 뽀글뽀글
하루분의 산소를 불어 넣어 준다.
산낙지를 찾는 손님들이 들이닥칠 때
여기 쌩쌩한 놈들이 있는뎁쇼
히히 제발 그때까지만 살아 있어 달라고
살아 있어 달라고
그러나, 헉헉대는 그대들의 숨통 속으로
단비처럼 달콤히 스며드는 저 산소방울들은
진정 생명을 구원하는 손길인가
투명한 수족관을 바라보며 나는
투명하게 깨닫는다
산소라고 다 산소는 아니구나
저 수족관이라는 틀의 공간 속에서는
생명의 산소도
아우슈비츠의 독가스보다
더 잔인하고 음흉한 의미로
뽀글거리고 있는 것 아니냐.
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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