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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Mar 16. 2017

[Part2] 새로운 삶에의 정착

[Part 2 : 미친여자 널뛰기 하듯, 요동치는 직장생활]

2014.9.14(일) / 회사를 떠나기 859일 전.


정신이 없어서 가을이 온 줄도 몰랐다. 오늘처럼 바람이 선선하고 하늘이 높은, 완연한 가을날씨에도 그저 '여름치고 꽤 시원하네. 꼭 가을같다!'고만 생각했는데 일기에 날짜를 적다보니 9월도 벌써 절반이 지났구나.


요즘은 이십대 후반 싱글 직장인으로서의 평범한 삶이 완성되어가는 기분이다. 직장 생활도, 업무도, 인간관계도, 개인 생활도 말이다.


얼마 전 이사를 했다. 집을 나와 산 것은 기숙사 생활을 합쳐 만 10년이지만 진짜 내 집, 그러니까 '내 쉴 곳은 작은 내 집 뿐이리-'에 나오는 그 '내 집'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휑하던 빈 방에 침대와 책꽂이를 포함해 크고 작은 살림살이를 사서 들이고, 구석구석 깨알같은 소품과 장식을 채워넣었다. 돈이 많이 들었지만 정말 내 집 같다. 물론 전세 원룸이라 정확히 말하면 내 집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사한지 약 보름만에 완성된 집을 보고 있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그냥 겉보기에 좋은 아기자기 예쁜 공간보다는, 역동적이고 청춘다운, 흔들리며 성장하는 이십대의 작업실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지금의 나를 만든 과거와, 앞으로의 성장 과정을 담을 수 있는 곳 말이다.



흰 벽의 한 쪽에는 나의 글로벌한(?) 포부를 담아 세계지도로 장식하고 다른 한 쪽에는 사진과 엽서를 빼곡히 꼴라쥬 형태로 붙였다. 까까머리 아가 시절부터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사진, 신입사원 연수 사진까지 한데 모아 붙이고 그 동안 여행을 다니며 사들였던 엽서와 책갈피도 붙였다. 마음에 드는 시를 아무렇게나 메모했던 종이와 전시회 리플렛까지 모두 붙이고 나니, 내 인생 전체가 이 벽에 담긴 것 같아 뭉클하고 뿌듯했다. 앞으로도 이 벽에는 많은 사진과 글과 추억이 늘어나겠지?




그간 5개월 가까이 일기를 쓰지 못했다. 핑계를 대자면, 모든 것이 새로워 흔들흔들 위태위태 겨우 정신줄을 붙잡고 살았다. 하루를 돌아본다던가, 책을 읽는다던가, 무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나 자신을 달래고 다독여서, 매일 같은 시간에 사무실에 앉게 하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었다.


5개월간의 적응기간을 거쳐 나는 다행히도 훨씬 싸고 예쁜 집으로 이사를 했고, 자전거 라이딩과 재즈피아노에 재미를 붙였다. 향초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손톱관리와 마사지를 받기 시작했다. 비로소 책을 몇 권 읽었고 영화도 꽤 보았다.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고 옛 친구들과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


쑥쑥 자라고 있다. 행복하고 기쁘다. 즐겁고 풍요로운, 이십대의 한 페이지가 지나가고 있다.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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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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