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마틴 Jul 07. 2021

상견례에서
결혼 프레젠테이션을 하다

와이프라 쓰고 룸메이트로 읽습니다 - ④


2019년 4월 전라도 광주 유스퀘어

상견례 날인데, 아침부터 비가 옵니다.


버스를 타고 오신 룸메이트와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미리 예약한 한정식집으로 향했습니다.


상무지구에 위치한 한옥 구조로 된 그곳.

정말 맛있는 전라도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생각에 며칠을 찾다가 발견한 곳이었죠.


양가 부모님들을 모신 적은 처음이라

저도, 룸메이트도 긴장한 표정입니다.

저는 콧구멍이 커져 있었대요.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의 그 시간

적막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겠어서

제가 먼저 말문을 열였어요.


저희 가족부터 소개해드릴게요.

제 아버지이시고, 성함은 000자 되십니다.

제 어머니이시고, 성함은 000자 되십니다.

제 남동생이고, 이름은 000입니다.


보통 상견례는 부모님들끼리 대화를 주도한다고

하던데, 저희는 질문을 미리 준비했어요.


맛있는 음식, 칭찬과 칭찬, 이어지는 대화

식사가 끝나갈 때쯤 아버지의 미간 주름이 조금

펴진 것처럼 보인 건, 제 착각은 아니겠지요.


식사 후에는 무등산 증심사 근처 카페를 갔어요.

광주를 몇십 년 만에 오셨다는 장인, 장모님을 위해

준비한 코스였는데, 오늘 장마철 시작인 것 같습니다.


무등산이 잘 보이는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커피까지 나오자, 준비한 서류철을 꺼냈습니다.

광고주에게 첫 월간보고할 때보다 더 떨립니다.


1인당 1부씩 나눠드리니, 10개의 눈동자가

이게 뭐냐?라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룸메이트랑 제가 왜 결혼을 결심했는지

어떻게 살아갈 건지, 결혼식은 어떻게 할지

자료를 준비해보았습니다."


먼저 2p부터 봐주시겠어요?


10분 동안 진행된 결혼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두 사람의 성격, 공통점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지


결혼식은 어디서 할지 뿐만 아니라 피로연과

결혼식에 필요한 것과 제외할 것들을 비롯해

비용적인 부분까지 정리해서 말씀드렸어요.


신혼집 파트도 있었어요. 집은 어디에 얻을 거고

예상되는 예산, 추가 자금 확보 계획 등도 말이죠.


상견례에서 결혼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는

발상이 특이하긴 했는데, 저희는


결혼식부터가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사는 방식의 시작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 입니다.

혹시 궁금하신 내용이 있을까요?"


1초.. 2초.. 뚝.. 뚝.. 정적이 흐릅니다.

부모님들은 말문이 막힌 걸까요.

머릿속이 복잡해지신 걸까요.


"이렇게까지 준비한 거면

알아서 하겠다는 거네~"


다행히 걱정했던 사태는 없었습니다.

나중에 여쭤보니, 내용 듣고 나니

알아서 하겠다는 뉘앙스를 받으셨다고;


여차 저차 해서

상견례에서의 결혼 프레젠테이션이

별 탈없이 끝났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본격적으로

전통혼례를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와이프라 쓰고 룸메이트라 읽습니다> 시리즈


이전 글


0. 프롤로그

1. 이상형 조언해주다가 사귀게 되었습니다.

2. 나중에 우리 거실은 어떻게 꾸밀까?

3. 원룸 계약 끝나면 우리 그냥 합칠까?











        

이전 04화 원룸 계약 끝나면 우리 그냥 합칠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