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라 쓰고 룸메이트로 읽습니다 - ⑤
저는 제가 전통 혼례를 할 줄 몰랐습니다.
룸메이트는 결혼식을 할 생각이 없었다네요.
상견례를 하기 전 룸메이트와 저는
각자가 생각했던 결혼식을 얘기했습니다.
저는 남산 근처의 카페를 빌려서
야외에서 하는 스몰 웨딩을 생각했었어요.
"음.. 별론데"
"아니 왜????????"
"나는 신부가 주목받는 결혼식은 안 하고 싶어"
우리가 결혼식 하면 흔히 떠올리는
신부가 흰 웨딩드레스를 입는 서양식 결혼식은
당연히 신부가 주인공인데, 그게 왜 싫어???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거 말고
다 같이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
그런 게.. 어디 있을까.. 뭘까.. 고민하다
지나가는 식으로 툭 던졌어요
"그럼 전통혼례 하면 되겠네~ 분위기도
시끌벅적해서 좋을 듯? 동네잔치처럼"
"오! 그러면 자기가 좀 찾아볼래?"
네???? 이런
구글링 해보니, 서울(수도권 포함)에는
전통혼례를 할 수 있는 곳이 10곳이 넘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이 가장 많지만
한국민속촌처럼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거나
호텔의 전통혼례 패키지도 있더라구요.
"우와 재밌겠다. 우리 전통 혼례 하면 안 돼??"
"으.. 응.. 그래 한번 자세하게 찾아볼게"
결국 전통 혼례를 하기로 했어요.
부모님들께도 넌지시 물어보았는데
우리도 안한걸 니네가 하게?
깔깔깔깔 워메 재밌겠다 야
교통편, 식사 같은 여러 조건들을 고려해서
2~3곳을 추려서, 직접 가보기로 했어요.
두 번째로 간 곳은 낙성대였습니다.
간 김에 상담까지 받으려고 전화를 걸었어요.
목소리부터 중후하신 어르신이 받으십니다.
"안녕하세요. 전통 혼례 상담을 받아보려고 하는데요"
"아~ 안녕하세요 신랑님~ 혹시 신부님이 외국분이세요?"
아~
대부분의 전통 혼례는 국제결혼이래요.
제가 한국말이 능통하니? 신부를 외국인으로 보신 거죠.
"둘 다 한국인입니다"
주말에 방문했어요. 하늘색 두루마기를 입은
원장님이 맞아주셔서 상담을 받았어요.
흰 웨딩드레스 대신 붉은색의 원삼
검은색 턱시도 대신 곤색의 사모관대
태평소와 사물놀이가 결혼 행진곡을 대신하고
신랑은 가마를 타고 입장하는데, 가마꾼 4명은
친구들로 섭외하면 재미있을 거라고 합니다.
가장 걱정했던 게 식사인데, 출장뷔페가 있고
먹으면서 볼 수 있을 정도로 공간도 넓었어요.
설명을 다 듣고 룸메이트랑 눈이 마주쳤는데
"난 여기로 정했어"라는 눈빛이었습니다.
원장님~
계약금은 얼마 입금해드리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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