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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품위있는 그녀 Jul 05. 2024

병든닭이라 불리던 그녀

저질체력은 타고난 거라 평생 가는 건 줄 알았어요

어릴 적부터 우리 집에서 불리던

내 별명은 병. 든. 닭.이다.

외출했다 집에 오면 항상 침대 위에서 웅크린 채 누워있는 내 모습을 본 여동생이

마치 병든닭 같다고 해서 붙여준 별명이다.

.

.

허약한 체력과는 달리

어린 시절부터 또래들보다 머리하나가 더 있는 큰 키는

마치 운동을 잘할 것처럼 보여줬다.

까무잡잡한 피부는 그걸 더 돋보이게 해 주었다.

덕분에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많은 운동부 영입제안을 받았고,

그런 제안에 두 번 생각 않고 바로 달려가서 등록했다.

하지만 배운 동작을 잘 해내지 못하는 나를 보며 코치님들은 난감한 표정을 보였고,

눈치가 빨랐던 난 당황해하는 그들의 표정을 보고 빠르게 운동을 접었다.

그렇게 운동부 가입-탈퇴-가입-탈퇴라는 무한경험을 겪은 뒤에야

운동이란 건 가까워지고 싶지만 가까워질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받아들였던 것 같다.

.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타고난 저질체력이었다.

어린아이가 무슨 저질체력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평소보다 더 움직인 날엔 다리가 아파 끙끙거리며 잠을 못 잘 정도로 허약했다.

소풍 전날엔 항상 두근 거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긴장돼서 그런 게 아니라,

내일은 얼마나 또 다리가 아플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소풍뿐만 아니라 개학전날도 마찬가지였다.

집에 돌아와 밤새 뒤척이는 내 다리를 어머니가 주물러 주던 게 기억난다.

남들에게는 설렘과 기대감을 주는 날이

나에게는 걱정과 두려움을 주는 날이었다.

.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내고,

스물넷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워라밸이라는 말도 없었던 15년 전.

체력에 비해 일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컸던 난,

출근을 하면 온 에너지를 일에 다 쏟았다.

그리고 주말엔 침대에 누워 다운로드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다음주를 위해 에너지를 충전했다.

그렇게 1년 정도 일에 몰두해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체력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점점 더 떨어지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쉬면 회복되던 10대 때와는 다르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피로가 가시질 않았다.

취업만 하면 여행이나 취미생활도 할 것 같았던 상상과는 다르게

점점 일에만 몰두하게 되고,

먹고 눕고 먹고 눕고 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에너지를 회사에서 많이 쏟는지라

살은 찌지 않고 유지는 하고 있으니

운동을 하겠다는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그땐 운동=다이어트라고 생각했다.

과체중이나 비만이 아니니 운동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운동을 하면 체력이 늘고, 오히려 덜 피곤하다고 영양학 전공을 통해 배웠지만

그래서 하고는 싶은데 무슨 운동을 시작해야 할지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러다 동네친구 kim이 크로스핏이라는 게 요즘 유행하는데

내가 사는 지역에도 생겼다며

같이 등록하자고 권했다.

그렇게 나는 운동의 세계에 입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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