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흔들림없이, 방법은 유연하게

목표를 이루는 법

by 전민재

상담을 업으로 30년 넘게 하신 교수님이 자신의 유투브 채녈에서 심리적으로 건강한 삶을 위한 단 한 가지를 꼽자면 심리적 유연성이라고 말씀하시는 걸 본 적이 있다.


유연성.

말로는 굉장히 간단하고 너무나 명확해 보이는 말이다.


Hayes, Strosahl, Luoma(2004)에 의하면 심리적 유연성이란 자극을 일으키거나 유발하는 사적 내용에 융합되지 않고 사적인 경험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현재 순간과의 접촉을 유지하고 의식의 내용과 초월적인 자기를 구별하며 가치를 둔 삶의 목적에 접촉하고 그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전념 행동의 패턴을 구축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런데 최근에 집의 인테리어와 관련해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깨달은 바는 유연함을 실제 삶에 적용하기는 어렵고 그 당시에는 그게 뭔지 잘 인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생애 처음으로 인테리어 공사를 한 집에 이삿짐까지 다 옮겼는데 집안 공기가 너무 견디기 힘들어서 그 날 밤에 갑작스레 임시 거주처로 짐을 옮겨 몇 주간 생활하면서 우리 가족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처음 하루는 그냥 그렇게 흘러갔고 우리는 망연자실한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이기에도 벅찼다. 그 다음날 새벽이 되니 아이 학교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미 이사와 함께 전학수속을 마친 상황이어서 3월이면 그 지역 학교에 다녀야했다.


목표에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심사숙고해서 정한 목표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매순간 다시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면 거기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상당하다. 어떤 때는 그 에너지가 너무 커져서 다른 일을 신경 쓸 힘이 남지 못하게 된다.


목표는 정해졌다. 그 목표는 반드시 이루어내야 하는 것이다.

대신에 그 목표까지 가는 방법은 처음 생각한 것과 다른 여러 가지 변수들에 의해서 여러번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미리 각오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 고지식한 내 성향대문에 내가 생각한 방법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당황하기 시작하여 허둥지둥 대다가 결국 엉뚱한 방향으로 가거나 아니면 처음 목표했던 바를 이루지 못하고 그냥 포기하는 방식을 되풀이 하였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잘 몰랐으나 지금와서 되돌아보니 그렇다.


인테리어로 인해 실내공기가 오염이 심각하다고 판단될 때 할 수 있는 선택은 크게 2가지로 나뉘어졌다.


첫째, 그 집에 들어가서 산다.

둘째, 그 집을 포기하고 다른 집을 구해서 이사를 간다.


이삿짐까지 들인 상황이라 두 번째를 택하기에는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들어갈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암에 걸린 내 입장에서 첫 번째를 선택하고 목표로 삼기에는 너무 두려움이 컸다. 무엇보다 언제 실내 공기의 질이 정상으로 돌아올지에 대한 대략적인 예상을 할 수가 없는 모호함이 주는 막막함과 공포가 있었다. 임시거처에서의 생활을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중학생이라는 예민한 시기에 전학을 결정한 딸아이에게 임시거주처에서의 생활까지 견뎌달라고 부탁하기에는 너무 미안했다. 결국 두 번째를 선택하기로 하고 우리는 남편이 퇴근한 후 근처 아파트의 전세매물을 보러 다녔다. 거금을 들여 인테리어한 내 집을 타인에게 빌려주고 우리는 다른 집을 빌려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무엇보다 건강과 안전이 중요하게 느껴졌던 며칠 이었다. 그렇게 직접 전세로 갈 수 있는 집을 둘러보고 나니 더 착잡해졌다. 우리의 취향에 맞게 몇 달간 고심하여 고친 공간을 남에게 넘겨주고 타인의 집에 가서 살 마음이 도저히 생기지 않았다. 쉽게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솔직히 내키지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첫 번째 안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건 돌이킬 수도 차선책도 없는 선택이었다. 3월에 학교에 가는 시기까지 해결이 되지 않으면 근처에 원룸에서 잠만 자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적극적으로 그 집에 3월전에 들어가서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고 실천하기 시작했다. 일단 인테리어 대표와 자재 회사에 공기오염의 원인규명과 해결방안 제시를 요청했다. 환경부에서 공인된 실내 공기질 측정업체를 알아보고 진단 날짜를 잡았다.


이전의 내가 왜 실행력이 약했던 건지 이제 명확히 눈에 들어온다. 일단은 내가 정한 목표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내가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을 실현해 내겠다는 절박함이 미처 내 의식수준으로 솟아올라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감정을 억압하고 내 욕구를 억압하는 오래된 내 방어기제들이 함께 작용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정한 목표를 달성해낸다는 것에 대해 항상 흔들리고 있었다. 이러면 이런대로 저러면 저런대로 거기에 맞게 대처해가면서 모두가 편안하고 만족할 수 있는 최선을 찾는 것이 내게는 편했다. 그런데 그렇게 흔들리면서 가는 과정에서 흘려버리는 내 안의 에너지가 너무 컸던 것이다. 또한 모두가 만족하는 대안에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무엇이 빠져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결국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라는 허상을 쫒다가 결국은 닭쫓던 개신세가 되는 경우나 자신은 사실 만족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과정의 반복들이 내 안에 조금씩 쌓여가면서 나는 점점 무기력을 내안에 내면화했던 것 같다. 그 무기력이 어떤 임계치를 넘어서면 삶에 대한 애착과 미련도 사라지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산다는 합리화와 함께 내게 주어진 시간을 가벼운 일상들로 채우면서 지내게 되었던 것 같다.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들었던 오히려 속시원한 느낌, 혹은 이대로 죽어도 별다른 미련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의 근원을 하나 찾아낸 것 같다. 내 마음속에 갖고 있던 숙제 중의 하나가 약간의 실마리를 얻은 것 같다. 애는 쓰는 것 같은데 뭔가 잘 풀리지 않고 시름시름 앓게 되었던 이유중의 하나를 찾은 것 같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목표로 한 것을 성취해내는 법에 대해서 길을 잃었던 것이다. 학교다닐 때는 비교적 그 방법이 단순했고 과목별 시험성적이라는 결과로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이어서 별다른 고민없이 그냥 그 시스템에 적응하면 되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서 생활하면서부터는 그 틀이 무너졌다. 돌이켜보니 직장생활 2년차 혹은 3년차에 꽤 큰 웹사이트 개발 프로젝트의 리더를 1년간 맡아서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내가 보기에 기존에 있던 시스템의 운영업무를 맡아서 한가하게 1년을 보낸 비슷한 연차의 직원과 똑같은 평가등급을 받고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 일이 내게는 엄청 크게 남아 있는데 얼마나 충격을 받았던지 담당 과장님께 상담을 요청하여 이야기하다가 엉엉 울기까지 했었다. 창피하다고 생각했고 공적인 관계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제어가 잘 되지 않았던 순간이기 때문에 너무 또렷하게 남아있다. 그 당시 과장님의 말은 업무 성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누구 한 사람에게만 지속적으로 좋은 평가를 줄 수는 없다는 것, 그리고 그 직원에 비해서 나는 업무강도가 높은 개발업무를 하면서 많이 배우고 익힐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 요점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일에 치여서 주말에도 일과 관련된 교육이나 기술을 찾아보는 식의 생활을 했던 반면 비교대상이었던 그 직원은 퇴근 후 다른 직원들과 술자리를 갖거나 주말에 취미생활을 함께 하는 등 팀 사람들과의 어울림을 즐겼었다. 어쩌면 기술적으로 크게 재미가 없는 일을 맡게 되어 처리함으로 인한 무료함을 적극적으로 취미생활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림으로써 해결하려는 그 사람만의 유연한 대처방식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나라면 일의 성과와 평가가 꼭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을 좀 더 냉정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내 눈에 편하고 즐겁게 직장생활을 하는 것 같은 직원의 스타일을 한 번쯤은 나도 따라해 보면서 업무이외의 취미생활과 사교생활 같은 것들을 찾아보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목표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연말의 업무평가로 두지 않고 내가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는 과정중심적인 목표로 설정했을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과거에 내가 겪은 여러 가지 사건에 대한 재해석의 기회를 끊임없이 갖게 되는 것이다. 조금 더 일찍 이런 나의 패턴을 깨닫고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식을 찾을 수 있었다면 내 인생은 좀 달라졌을까?


나의 오랜 무기력의 근원에 맞닿아본 날.

황당하게도 실내 공기질 측정결과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 저녁에 든 생각이다.

목표는 흔들리지 말되 방법은 유연하게 바꿔나가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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