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꿈을 꾸지 않는다.
작업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그림책을 넘겼다.
한 손엔 커피잔 다른 손으론 책장을.
손이 미끄러졌고 커피가 그의 셔츠 위로 쏟아졌다.
“아, 어떡해… 미안해.”
나는 서둘러 휴지를 꺼냈다.
바닥에 떨어졌고 다시 집으려다 멈췄다.
그가 내 손을 가볍게 잡았다.
“괜찮아. 천천히 해.”
익숙한 목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왜 나는 꼭 이럴까…”
거의 울상이었다.
그는 셔츠를 내려다보다가 웃었다.
“늘 이런 일 하나쯤은 생기더라.”
말투는 평소랑 다르지 않았다.
나는 웃었고, 그는 일어나 셔츠를 벗었다.
“바로 빨아야 얼룩 안 남아.”
그는 조용히 세탁실로 향했다.
나는 소파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식은 커피잔을 들고 책장을 넘겼다.
그림 속엔 작은 배가 있었다.
두 사람이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배는 물 위에 떠 있었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가 다시 돌아와 앉았다.
말없이 책장을 넘겼고,
나는 그 옆모습을 잠깐 바라봤다.
“이상하게,”
그가 조용히 말했다.
“너랑 있을 땐 아무렇지 않은 일들이 자꾸 생겨.”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그는
이런 내 모습까지 전부 다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와 함께 있을 때,
가장 나다울 수 있다는 걸.
며칠 뒤, 그의 셔츠는 말끔했다.
커피 자국은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이상하게,
그 얼룩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도 별말 없었다.
그저 그런 오후였고,
우리는 그 시간 속에 오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