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틀이 잡힌 걸까?

아빠표 영어 일기

by 빈땅

2017. 1. 30.


엊그젠가? 아이가 캐릭터 장난감들을 가지고 역할놀이를 하고 싶은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아빠가 체이스 찾아. 내가 스카이 찾을게!"


퍼피 구조대 피규어.jpg


장난감 상자를 뒤적이며 말을 건 아이에게 난 자연스럽게 영어로 말을 걸었다.

"You want me to find Chase? And you're going to find Skye?"

의례 그랬듯 "아빠, 영어 하지 마"나 "한글로 해, 한글로. 응?" 이렇게 대답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번엔 장난감 상자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쉬지 않고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Yes"
"Skye, where are you?"
"I find Skye"
"I find Chase"

그래서 신기한 마음에 한 마디 더 거들었다.


"Can you find Rubble too?"

그랬더니 "Oh, I can't find him" 한다.

그리고 나서 뭔갈 깨달았다는 듯 "아빠, 내가 영어로 어떻게 말했지?" 하고 머쓱하게 웃는다.

실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1년 전 캄보디아에서 돌아온 후 이렇게 길게 영어를 한 적이 없었는데, 순간 이제 뭔가 아이 머릿속에 체계가 잡혀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침엔 지난번 도서관에서 빌려온 원서 책을 펴놓고 혼자서 'I have two eggs, I have three eggs.' 한다. 한글은 물론 알파벳은 읽지도 못하면서 내가 읽어준 구절을 기억해 그림에 맞춰 정확히 읽어낸 것이다. 6살이 되어서야 아이가 영어에 대해 뭔갈 알아가는 듯한 모습인데...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이렇게 한다고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싶고, 이 또한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건 아닌지, 조금 더 크면 영어에 대해 오히려 반감을 가지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나야 지속적으로 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 수 있게 앞으로도 노력하겠지만, 아이에게 외국에서의 생활이란 특수한 조건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오히려 전문가들 말처럼 아이가 분별력도 생기고 뭔가를 배울 준비가 된 초등학생 시기에 시작하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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