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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Oct 19. 2023

인터뷰가 뭐길래

남편말 번역가 1.

“내가 그 2시간 때문에 일을 쉬어야 돼?”


며칠 전 남편이 나에게 한 말이다. 오늘은 이 문장을 번역해 볼까 한다.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열이 난다. 코로나 이후에 감기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 학교를 못 갔다. 이번에도 아이 둘 다 미열이 나길래 약을 먹이고, 학교에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날 CV(이력서)를 낸 회사에서 인터뷰를 보자고 연락이 왔다.


나에게 애 볼래? 일할래? 의 갈림길이 또 다가왔다.


“내일 당신 쉬면 안 되겠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남편도 갑작스러운 독감으로 불가피하게 이틀을 쉬고 출근했다. 다행히 Sick leave라는 병가 시스템이 있어서 그걸로 처리했지만 말이다.


“인터뷰에 애들 데려가면 안 돼? “ 남편이 말했다.


헉, 이 사람 인터뷰가 뭔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나는 마른침을 한번 삼켰다. 그리고 2시간 정도 트라이얼(일을 간단히 배우고 해 보는 일, 면접 보는 사람도, 매니저도 서로 일하는 모습도 보고, 업무를 확인해 볼 수 있다.)도 해야 하는데?!


“안 되지. 2시간 트라이얼 하는데 애들을 어떻게 데려가.” 답답한 마음에 짧게 대답했다.

“내가 그 2시간 때문에 일을 쉬어야 돼?”


그 말 이후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라는 말에 나 자신이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도로 한 말은 아니었겠지만 번역 전 내 머릿속에는 서운함이 몰려왔다. 겨우 잡은 취업기회를 놓치게 될까 봐 마음이 조급한데, 혼자서 애보랴, 취업 기회 얻으랴 아등바등 살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무척이나 서운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이들이 다행히도 좀 더 나아져 학교에 보냈다. 그래도 혹시나 트라이얼 중 학교에서 전화가 오는 건 아닐까 초조했다. 걱정반. 긴장반으로 2시간가량의 인터뷰와 트라이얼을 하고 나왔다.


인터뷰와 트라이얼은 문제없이 잘 마쳤다. 짧은 기간이라도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눈치껏, 요령껏 잘하고 나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자리를 워킹홀리데이 학생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기운이 빠졌다.


내가 취업에 실패한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말했다.

“아이들이 열나고 아프면서 몸으로 이야기하잖아. 엄마 취업하지 말고, 옆에 있어달라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올 해는 좀 쉬어보는 건 어때?”


친구는 이렇게 말하는데 남편의 생각은 어떨까? 남편도 내가 집에 있길 바라서 그렇게 말했던 것일까? 아니면 당신 일에 문제 되지 않게 알아서 잘 취업하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다른 부부들의 생활까지는 내가 알 턱이 없지만, 우리 부부는 이런 진지한 대화를 잘하지 않는다. 가끔 내가 물어보면 대답하는 정도랄까? 하지만, 이번에는 한번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남편의 대답이 어느 정도 예상은 되지만, 그래도 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번역 결과

“내가 저번주에 며칠 쉬어서 회사일을 빼기 힘들 것 같은데, 아이들을 약 먹이고 보내던가, 인터뷰 일정을 바꿔보는 것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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