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사랑과 낭만에 관하여
사랑이 아직 내게 찾아오지 않았던 시절, 나는 만약 연애를 하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과 무엇을 같이 하고 싶은지 나만의 로망 위시리스트를 작성하곤 했었다. 특히 첫사랑을 위한 맞춤형 로망 위시리스트였다. 왜냐하면 로망 위시리스트를 하나씩 해낼 때마다 '너와 이걸 처음 해보는 것이 내 로망이자 소망이었어'라고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말 수많은 로망 위시리스트를 작성했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았던 젊은 시절의 내가 작성한 로망 위시리스트 몇 개를 소개할까 한다
♥ 남산타워에 올라가 사랑의 자물쇠 잠그기
♥ 크리스마스에 첫눈 맞이하기
(p.s 2015년 겨울, 첫사랑과 처음 맞이한 그 해 첫눈은 실제로 크리스마스에 내린 기적과 같은 하루였다. 낭만은 역시 내 편이다)
♥ 도시락 싸들고 벚꽃 구경 가기
♥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둘이서만 빈 강의실에서 시험공부(딴짓)하기
♥ 커플티, 커플 목도리, 커플 시계, 커플링 하기
♥ 아쿠아리움 가서 해달이랑 펭귄 보고오기
♥ 놀이공원, 워터파크 놀러 가기
♥ 동물원 가서 판다보고 오기
♥ 밸런타인데이, 화이트 데이, 빼빼로 데이 때 한 번쯤은 직접 수제로 만들어서 선물하기
♥ 첫 커플 셀카 찍어보기
♥ 스튜디오 사진 남기기
♥ 근사한 레스토랑 가보기
♥ 각종 sns에 커플 사진으로 도배하기
♥ 여행 가서 바다 보고 오기
♥ 서울 이곳저곳 데이트 명소 다녀오기
♥ 기념일마다 편지 쓰기
♥ 같이 쇼핑하면서 이쁜 옷 선물해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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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다 적지 못할 정도로 정말 많은 로망, 하고 싶은 소망들이 참 많았다. 더 이상적이고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하고 낭만에 미처 죽지 못하는 나였으니 보통은 사랑했던 사람들 보다 더 사랑의 로망을 꿈꿔왔다. 그래서 더 하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고 그것은 지금도 똑같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대부분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들만 적혀 있었다. 물론 사랑했던 사람들도 같이 로망을 채워나가 준 것이지만 그럼에도 사랑했던 사람들은 나와의 연애에 있어서 어떤 로망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사랑하고 싶은 사람과 같이 로망 위시리스트를 채워나가고 싶다. 같이 적어나가는 로망 위시리스트는 또 얼마나 낭만적일까.
나만의 로망 위시리스트를 보다 보니 더 이상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도 발견했다. 그런 리스트들을 보니 역시 로망 위시리스트는 혼자 적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적어나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엔 나 혼자 바랬던 로망, 나 혼자 지워야 할 소망이었으니.
♡ 첫사랑과 결혼해서 평생 사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