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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도 Oct 28. 2022

좌절금지

두 번째 심장사상충 치료


수의사 선생님도 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6개월 전 심장사상충 치료 주사를 맞았고, 매달 꾸준히 예방약을 먹었는데도 보들이 몸에는 자충이 남아 있었다. 정리하자면, 심장사상충 치료 주사는 ‘성충’을 죽이고 예방약은 ‘유충’을 죽이는데 치료 당시에 유충 상태였던 것이 자라나 예방약으로도 죽지 않은 채 여태 살아남았던 것이다. 운이 나쁘다는 말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따라서 보들이는 한 번 더 심장사상충 치료 주사를 맞아야 했다. 입양의 희망이 또 저만치 멀어지고 있었다.


치료는 24시간 간격으로 두 번의 주사를 맞는 것이었다. 주사 두 번이면 간단할 것 같지만, 이 주사제가 꽤나 독해서 치료 과정이 매우 힘들다고 들었다. 게다가 원래대로라면 병원에서 하룻밤 입원을 해야 하는데 보들이의 전적이 워낙 화려하다 보니 간호사분들이 돌봐주기 어려워, 아니 무서워했다. 그래서 입원을 시키지 않고 우리가 이틀 연속 시간 맞춰서 병원에 방문하기로 했다.


주사를 맞는 날, 병원에 가기 전에 미리 산책을 했다. 녀석은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신이 나서 여기저기 오줌을 갈겼다. 차에 탈 때까지만 해도 그저 해맑던 녀석의 표정은 병원이 가까워질수록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 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저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주는 수밖에.


동생과 나는 평소보다 단단히 보들이를 붙들었다. 수의사 선생님이 주사 놓을 자리를 잡고 털을 밀었다. 주사기가 피부를 뚫었다. 녀석이 움찔했고, 우리는 더 꽉 잡았다. 주사제가 다 들어가는 짧은 시간 동안은 숨을 참았다. 절대 움직이면 안 돼. 


병원에서 돌아온 후, 보들이는 자기 방석에서 웅크린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약이 독해서 부대끼는지 이따금 낑낑거리는 신음소리도 들렸다.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상태가 괜찮은지 지켜보면서 편히 쉴 수 있게 도와주는 것뿐이었다. 주사를 맞으면 다리에 힘이 풀려 잘 걷지도 못한다더니 정말 그러했다. 방석에서 몇 걸음 나오지 못하고 소변을 지렸다. 조용히 바닥을 닦고, 괜찮다고 토닥여줬다. 불쌍한 녀석, 이 과정을 두 번이나 겪어야 하다니 참으로 파란만장한 견생이구나.


다행히 보들이의 식욕은 고통보다 강했다. 그날 저녁과 다음날 아침까지 뚝딱 해치웠고, 두 번째 주사를 맞으러 갈 때는 24시간 전처럼 쌩쌩했다. 


2주 후, 보들이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두 번의 심장사상충 치료라는 드물고 불운한 일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그간의 건강문제가 모두 해결된 셈이었다. 혈압과 호흡기 문제가 다 잔여 자충 때문이었음이 밝혀졌으므로 상태가 괜찮으면 약을 아예 끊어도 되는 것이었다. 이미 몇 달 전보다 약을 많이 줄이기는 했지만, 아예 약을 끊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건강하다는 확실한 증거니까.


때마침 봄이 오고 있었다. 우리는 잠시 멈췄던 입양 홍보를 다시 시작했다.




임시보호와 심장사장충

개를 구조할 때 필수로 하는 것이 심장사상충 검사다. 모기를 매개로 전염되는 회충으로 개에게 매우 치명적이어서 반려인이라면 매달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먹이는 것이 필수다. 제대로 관리받지 못한 채 바깥 생활을 오래 한 개들은 상당히 높은 확률로 심장사상충에 감염되어 있지만 아주 심각한 정도가 아니면 대부분 후유증 없이 치료 가능하다. 그러므로 임시보호나 입양을 결정할 때 심장사상충 이력에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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