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시시콜콜 10화

애지 중지 돌보던 선인장을 버렸다.

by 문장 수집가


애지 중지 기르던 선인장을 며칠 전 떠나보냈다. 그 선인장은 딸아이의 남자친구 엄마가 운영하는 꽃집에서 받아온 선물이기도 했기에 다른 식물보다 더 신경을 썼던 건 사실이다. 작년 연말, 딸아이에게서 눈물에 퉁퉁 불은 목소리로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전해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때문이었을까? 그 뒤로부터 선인장을 바라보는 내 시선의 온도가 달라진 모양이었다. 몸은 부지런히 선인장을 돌봤지만 마음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나 보다.


올 7월 어느 날 선인장의 몸이 심하게 기울어져 있어서 조심스레 일으켰는데 밑동이 썩어 있었다.


아..... 이를 어쩐다, 몸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새끼 선인장도 있는데 분갈이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혼잣말을 하면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삼십 분 넘게 거실을 빙빙 돌고 돌았다.


그런 나의 모습이 이상했는지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냐고 물어오는 남편에게 이 선인장이 우리 집에 오게 된 과정과 가끔 남자친구의 본가에서 정서와 문화의 차이로 딸아이의 마음에 가시가 박히곤 했다는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


그냥 버려. 흔적도 남기지 마.

네가
애들 생각해서
애지중지 돌본건 사실이지만
난 우리 딸 마음 아픈 건 싫어.

그러니 식물에 감정이입도 하지 말고
미련도 두지 말고 버려

아마도 난 남편의 그 말을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고민하고 있던 선인장에 대한 나의 마음을 거두어들였다. 그래도 막 버릴 수는 없어서 선인장을 봉투에 담으며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을 한참을 했다.


사실 식물이 뭔 죄가 있냐 하겠지만, 남자친구의 본가와 우리 집의 정서와 달라도 너무 다른 그 집 문화가

신경이 쓰인 건 사실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 집과 연분이 아닌 것 같다는 마음이 많이 들었지만 서로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표는 내지 않았다. 인연이면 결혼으로 이어질 테고 아니면 헤어질 거라 생각했기에 선인장에게도 그런 나의 복잡한 마음이 전달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선인장이 사라진 그 자리를 볼 때마다 선인장이 곪아있던 부위가 자꾸만 생각나서 그 증상이 무엇인지를 인터넷으로 찾아보게 되었다. 자세히 읽어보니 무름이라는 증상이었다.


그 원인들이 다양하게 있었는데, 아무래도 나에 해당되는 경우는 물을 과하게 줘서 인 모양이었다. 다른 식물과 달리 선인장은 물을 자주 주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 법칙을 잘 지키다가도 기르는 식물들에게 단체로 물을 주는 날이 되면 습관적으로 선인장에게 물을 주곤 했나 보다.

아니면 일부러? ^^ 그 진실은 알 수 없는 법..


검색을 한 김에 정보를 찾아보던 사이버식물병원 홈페이지를 한참을 구경해 보았다. 식물병해충 진단의뢰 사이트란다. 게시판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내가 기르는 이 아이 꼭 살리고 싶습니다'라는 문장들이 가득했고

식물의 증상을 의뢰하는 사람의 간절한 바람이 녹아 있었다.

간절하면 이뤄진다는데,
아마도 난 선인장을 살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없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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