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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푸른색 Jul 11. 2023

요가하러 갔다가 잠만 자고 왔지요


사진출처 _ Unsplash




아침부터 기분이 상쾌하다. 폭염주의보가 내려도 집 안에만 있으면 생존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비가 내리더니 상쾌해진 공기와 내리쬐는 햇볕 때문에 바싹 마른 공기마저 반가운 아침이다.




첫째와 둘째의 등교를 남편에게 부탁하고 집을 나섰다. 화요일은 요가와 명상을 하는 날이다. 오늘의  bgm은 양파의 곡을 리메이크한 '사랑.. 그게 뭔데' 지아 버전이다. 사랑 그게 뭔데 날 울려~ 날 울려~ 어떻게 네가 날 떠나가~ 노래에 따라 부르며 애절한 목소리로 슬픈 감정을 표현하려는 찰나, 벌써 도착이다.  보기만 해도 시원스러운 밭! 바다 말고 논과 밭. 요가원을 둘러싼 풀 내음과 새소리가 ASMR처럼 가깝게 들린다.



오늘 제주는 맑음, 나도 덩달아 맑음



지난주에 친한 친구가 제주에 와서 실컷 놀았더니 온몸이 찌뿌둥하다. 그래도 밝은 선생님의 힘찬 목소리로 시작되는 요가.

오늘도 옴~~~~~소리를 내며 몸과 마음을 집중해 본다.


발등을 자극하는 자세에 악 소리가 날 만큼 통증이 밀려온다. 몸이 엉망이다. 숨을 쉬면서 자극을 느껴보라는 선생님의 말씀과는 달리 자극은 통증이 되어 숨을 참고 있다. 더 무시무시한 말은 반대쪽~ 또 한 번의 통증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여자들에게 좋은 자세라며 활짝 웃으며 말씀하시는 선생님과 악 소리가 저절로 나는 우리들. 몸은 죄가 없다. 주인을 잘못 만났을 뿐이다.




요가로 몸을 풀고 요가 니드라 명상에 들어갔다. 나에게는 두 번째 명상의 시간이다. 첫 시간에는 긴장을 했었는지 선생님의 목소리가 90% 정도 들렸다. 들린다는 표현보다 반 수면상태의 머릿속에 목소리의 드나듦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오늘은 반 수면 상태에서 20% 정도 들렸다. 꿈인 듯 아닌 듯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쉬고 있었고 간간이 드나드는 목소리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세히 설명했지만 사실 잘 잤다. 너무 푹 잔 것 같다. 긴장이 완전히 풀어지고 머릿속에 가득했던 생각들과 꼬리물기를 하던 모든 고민들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창작의 날씨 챌린지로 2000자 쓰기 숙제를 하는 요즘, 모든 것을 내려두고 에세이 10편 완성에만 몰입하고 있었다. 그런데 명상을 끝낸 후에는 몸도 마음도 지하 10층까지 내려가서 아무도 없는 동굴 속에 맛있는 낮잠을 자고 일어난 것 같았다. 이렇게 잠들어도 되나 고민을 했지만 이것 역시 수면이 부족했다고 알아차리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마지막으로 천천히 몸을 일으켜 고개를 들고 눈을 뜬다. 심봉사가 눈을 뜬다면 아마 이런 느낌일까? 몸과 마음의 긴장을 내려놓고 머리를 온전히 비워낸 후 자는 잠은 진정한 쉼의 영역임이 분명했다.

40분의 수련으로 4시간의 숙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니 미라클 모닝을 하고 있는 나에게도 좋은 시간들이 될 것 같다.




숨, 그 숭고한 행위의 가치를  매일매일 느끼고 있다.

끊어지고 나면 부질없는 이 시간들을

감사와  따뜻함으로 나아가고 싶다.




명상을 끝내고 편안하게 숨을 쉰다.

내 몸 깊숙한 곳까지 다가가

생명을 유지해 주는 숨.

숨이 있어 겨우 살아가는 존재임을 잊지 않기 위해

오늘도 마음을 다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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