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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잉오렌지 Oct 05. 2024

나를 무너뜨릴 동아줄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게 할

아주 오랜만에 노션에 들어가서, 내 면접 스크립트를 쭈욱 읽어내려갔다.


각 면접에 대한 자가피드백과 출제 질문 리스트, 커리어와 미래에 대한 포부, 신입이라는 위치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다짐, 충성심은 없어도 성장하겠다는 이기심만큼은 충분히 드러났던, '나'가 묻어나 있는 포장된 문장들. 


결국 많은 면접을 보면서 이 스크립트에 적힌 문장들을 그대로 읊을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 무수히 많은 수정 흔적이 남아있는 면접 스크립트는 나에게 있어 많은 의미를 차지하고 있다.



내가 나의 글을 흔적도 없이 죽여버리고 다시 탄생시키는 것과 동일하게, 내 면접 스크립트 또한 그러했다. 다음엔 잘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나 자신을 피드백하고 성장하기 위해 발버둥쳤다. 진정한 의미의 '이상적인' 답변을 수도 없이 고민했다. 이 회사들은 나에게 뭘 원하는 걸까? 내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오길 바라는 걸까? 내가 어떤 사람이길 바라는 걸까?


어떤 회사는 내가 복종하는 사람이길 원했고, 어떤 회사는 내가 능동적인 사람이길 원했으며, 어떤 회사는 내가 평범한 사람이길 원했다. 거기에 맞춰서 일일이 회사가 원하는, 회사 분위기에 맞는 이상적인 답변을 한다?



그건 나 자신을 죽이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나에게 있어 진짜 '이상적인' 답변이란 회사가 원하는 답변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답변이다. 

나의 색깔 두 가지를 온전히 살릴 수 있도록, '나를 창조하는' 답변들이다.



나는 여전히 상황에 따라 가면을 바꿔가며 살아가는 가면쟁이지만, 사실은 '본성'이 두 가지 색깔로 나뉘어 있을 뿐 오히려 진짜로 가식을 부리는 능력은 철저하게 미흡하다. 나는 오직 내가 원하는 삶만을 살고 싶다. 


나는 여전히 눈을 낮추고 자세를 굽혀 현실과 타협할 생각은 없다. 나는 회사에 맞춰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나 자신과는 타협할 생각이 있지.



계획은 깨라고 있는 것이고, 틀은 박살내라고 있는 것이며, 리스트는 추가하라고 있는 것이다.


그럼 하나 더 은근슬쩍 끼워넣어보자. 또 여전히 불합격 100%의 벽을 깨트리지 못하고 그대로 '완벽한 통계' 속에 흡수되더라도.


무딘 척 넘어가서 잊어버리려 애쓰지 말고, 딱 하나만 더 내 기억에 되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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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나를 무너뜨릴 동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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