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증거 1 : 샌들을 벗고 운동화를 신었다.
증거 2 : 나뭇잎이 노랗게 변해 바닥에 떨어진다.
증거 3 : 무겁게 누르던 더운 기운이 가벼워졌다.
그렇다. 이제는 여름이 지나고 기다리던 가을이 찾아왔다. (물론 여전히 덥긴 덥다…)
가을은 다양한 단서들과 함께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이제 여름이 지나고 내가 찾아오고 있다고... 힘겨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의 공기가 찾아왔다. 답답했던 공기는 어느새 한 결 가벼워져 가을의 소식을 전달해 준다. 유난히 많은 비와 뜨거운 햇빛으로 찾아와 준 여름 덕분에 가을 소식이 더욱 반갑다. 가을 지나고 추운 겨울이 오면 또 이 시간을 잊고 따스한 날씨가 그리워지겠지만 더운 기억을 지니고 있는 지금은 마냥 가을 소식이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다. 계절이 이렇게 우리에게 또 시간의 흐름을 알려준다.
봄, 여름. 두 번째 계절이 지나고 올 해도 어느새 4개월만이 남으며 지나간 시간의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모든 것이 싱그럽고 기대되는 봄,
강렬한 에너지로 반겨주는 여름,
슬슬 무르익어가는 가을,
그리고 비워가는 겨울.
가을이라는 단어는 무엇인가 쓸쓸한 느낌을 자아내는 마법이 있다. 그리고 이런저런 싱숭생숭한 마음과 생각들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어쩌면 한 해를 살면서 무언가를 만들었어야 한다는 압박이 슬슬 실제화되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원대하고 찬란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시간이 어쩌면 마법과 같은 일보다는 이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기 시작하는 시간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시간이라는 무형의 것은 우리에게 계절이라는 유형의 것으로 나타나며 그 존재감을 알려준다. 그리고 창 밖의 노란 잎사귀는 '너는 지금 뭐 하고 있느냐'라고 물음을 던지는 듯하다. 시간이 유한했다면 신경 쓰지 않을 질문이지만 나의 10대, 20대, 30대... 그리고 각각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기 때문에 이는 나에게 가치 있는 질문으로 다가온다. 방향성을 상실하고 마냥 달리는 기차에게 선로를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는 찰나를 제공해 준다.
가을 시작, 계절이 창밖으로 전달하는 조언을 바라보며 조용히 스스로를 바라본다.
스스로에게 솔직한 개복치들이 되기를 바라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