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바라보며 수줍게 웃던 너의 미소가 내 가슴에 스며들었다. 봄이었다.
아직 겨울의 찬 기운이 여전히 남아있던 초봄의 어느 날이었다.
나는 잘 보이고 싶어서 입은 코트 때문에
몸을 오들오들 떨면서
설렘 반 긴장 반으로
널 기다리고 있었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아주 개략적인 것들은
주선자를 통해서 듣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식대로 너에 대해서
나름의 상상을 머릿속에 한껏 부풀린 상태였다.
연애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절박하게 굴어대는 내 몸의 연애세포가
너에 대한 온갖 달콤하면서도 근사하고 멋진
형상을 가득 만들어냈다.
나는 너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내려다보면서
너와의 처음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를 고민했더랬다.
아마 너도 나름대로 기대감을 갖고 나왔을 테고
대면하는 건 처음이니 어색한 감정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먼저 살갑게 웃어주면 어떨까 싶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또 금새 바뀌었다.
초면에 너무 실없이 웃는 여자로 잘못 비춰져서
괜히 오늘 하루를 망치고 싶진 않았다.
결국 나는 널 향해 어떤 모습을 내비쳐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로
발 밑 보도블럭을 괜히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따스한 봄바람이
일순 내 뺨을 부드럽게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를 치켜들어
정면을 향했다.
그러자 내가 서 있는 곳을 향해
반듯하게 걸어오는
근사한 남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혹시...? 내가 오늘 만날 사람인가?'
생각을 미처 정리할 틈도 없이
넌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따스하면서도 힘있는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네왔다.
'김재희씨, 맞죠? 소개받은 OOO입니다. 반가워요.'
네가 내뱉은 목소리가 내 고막을
부드럽고도 간지럽게 파고들었다.
내 시선이 자연스레 너를 향한 순간,
네가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는 목련잎처럼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난 직감으로 깨달았다.
날 바라보며 수줍게 웃던 너의 미소가 내 가슴에 스며들었다.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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