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양파토마토
가끔 가는 우즈베키스탄 식당에서 솜사와 샤슬릭을 주문하고, 오늘은 r도 함께였으니까 처음으로 샐러드를 시켜봤다. 다른 것 없이 오이, 양파, 토마토만 얇게 썰어져 담겨있었다. ‘오잉?’ 생각했던 것보다 단출한 접시를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나에게 사장님은,
“소금 뿌려서 먹으면 맛있어요.”
라는 말을 전하며 다른 손님들 사이를 바삐 움직였고, 손으로 조물조물 거리는 시늉도 보여주었다.
'넵!' 테이블 위의 소금을 뿌리고 잘 섞어서 맛을 보았다,
맛
있
다.
그냥 맛있는 게 아니라 아니 이건 차가운 오이에 감칠맛 나는 토마토, 양파의 사각이는 매운맛과 향이 소금 알갱이들과 만나 간이 되고 발효를 시작하려고 하면서, 모두가 어우러져서 분명 다 아는 맛이지만 함께 조화를 이루는 어떤 순간, 반짝 빛나는 찰나의 맛이라고 할까. 자꾸만 손이갔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왜 나만 몰랐던 건가!
“너무 맛있지 않아?”
샐러드(salad)의 어원은 라틴어 salata(소금기가 있는)에서 왔다고 한다. 채소에 소금과 올리브유를 뿌려먹는 로마인들의 요리에서 시작이라니.* 어쩐지, 서브웨이 드레싱에 소금과 후추, 올리브오일 추가는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었다. 예전에 도쿄에 출장 다녀온 누군가가 한 가지씩 내어주는, 튀김 요릿집에서 중간에 소금과 오이 내어준 일을 얘기해 주었었다. 생 채소를 먹는 것, 소금을 찍어 간을 하는 것, 양념을 무치는 것, 소금에 절이는 것, 이 중 가미의 시작은 소금 간 맞추기.
이건 사실 김치가 만들어지는, 김치 만들 때 배추와 무를 소금 절이기 시작할 때, 반듯하게 잘려 수분을 머금은 상태에서 소금이 뿌려졌을 때, 숙성의 시작되는 순간, 절여진 배추와 무를 사각사각 집어먹으면서 시작되는 김치의 여정을 떠올리는 것 같다. 김치는 '소금에 절인'부터 시작하는데 그 주요 채소가 든든하고 튼튼하기 그지없는 배추와 무를 기본으로 하면서, 채소의 종류, 폭과 단순 절임부터 묵은 김치까지 넓은 영역을 가지고 파, 마늘, 고추 그리고 젓갈류까지 게다가 음식 자체만이 아니라 식구들이 함께 하는 긴 겨울을 위한 비축, 땅에 묻는 저장과 깊은 숙성 더하는 '김장 문화'가 포함된 것이다. 나는 그 채소가 발효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서, 그러니까 내가 김치를 담그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발효의 과정이 어떤 부분인지 궁금해했었는데, 그게 '소금에 절이는 것'이었다, 그러면 '채소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젖산균에 의한 발효**'가 시작된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그들이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소금 뿌린 토마토는 맛있다,
소금 찍은 오이까지 맛있다,
소금 절인 양파역시 맛있다,
오이양파마토 소금 샐러드.
https://ko.wikipedia.org/wiki/샐러드
* 위키백과 샐러드
** "절임식품의 역사" 얀 데이비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