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스파게티는 조금 온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생생한 완숙 토마토를 쉽게 살 수 있으니까 시판소스에 의지하지 않고 토마토를 썰어서 만든다. 더 할 때는 푸실리를 삶아서 성큼 썰어낸 토마토와 그날의 치즈, 올리브 오일과 올리브를 샐러드로 섞어먹으면 그만이다. 마른 팬에 건조 바질을 덕다가 가운데로 모으고, 그 주변으로 자른 토마토의 한쪽 면을 팬의 바닥에 닿도록 두른다. 불을 조금 올리고 익히다가 반대쪽으로 뒤집는다. 지지직- 흐트러지기를 기다리다 껍질 부분으로 바꿔 세운다. 그리고 단단한 부분을 으깨가며 소스를 만들다가 온도가 많이 올라가고 걸쭉해지기 시작하면 불을 낮추고 뭉글하게 만들면 된다. 물에 면을 넣기 전에 소스팬의 불을 꺼둔다. 2인분에 중간 크기 토마토 2-3개를 하면 올리브오일과 섞여서 적당한 소스가 되고 때에 따라 더하거나 빼면 될 것 같다. 찬 스파게티라고 했지만 저녁에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 여기까지가 우리 집 보통의 '여름, 토마토스파게티'고 여기서부터 변주가 시작된다.
면을 찬물에 헹구어 소스와 섞으면 소스와 면의 만남이 약간 느슨해지면서 그 관계가 여유를 더한다. 이때는 수분이 너무 많지 않도록 토마토 양을 조절하면 좋다. 어떤 경우는 조금 더 상큼한 맛을 더하고 싶어서 익힌 소스에 간 생토마토를 넣어서 섞기도 한다, 그러면 이건 진정 반반토마토랄까. 한여름 낮의 경우라면 소스를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먹기도 한다. 어떻게든 만들어진 소스와 면을 섞고는 간 후추와 올리브오일을 듬뿍 올려서 내면 되는 것이다. 면수도 넣지 않고, 간이 필요하면 접시에 담은 후 굵은소금을 약간 뿌려서 낸다.
이 토마토 스파게티의 매끈함은 먹다 보면 조금 식감이 아쉬워질 수 있는데, 바삭한 마늘칩이나 베이컨칩을 만들어서 올리기도 하고, 파삭한 빵이 있다면 좋고 아니면 크래커도 잘 어울린다. 까망베르 같은 연성치즈보다는 에멘탈 같은 것이 좋고, 팍팍하거나 퍽퍽한 것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음료는 오렌지 주스 보다 탄산과 오렌지가 적절하게 섞인 오랑지나가 좋다.
토마토만 있으면 맛있고 쉽게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여름을 맘껏 누리면서, 수박, 자두, 복숭아를 맛보고 싱싱한 것들로만 채워서 건강해지는 여름이기를.
오늘, 생활 기록 24.06.16. 17°-27° 서울
밤에 겉옷을 입지 않고도 외출할 수 있다, 낮에는 모자를 써야지 외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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