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집 근처 나눔 텃밭을 여섯 번째 하고 있다. 첫 해 심은 바질 씨앗은 매해 수확을 거듭하여 튼튼해지고 있고 기후가 맞는지 풍성하게 자랐는데, 올해의 긴 장마는 견딜 수 없었나 보다. 시들고 썩은 곳이 많이 생겼다.
1년 동안 텃밭 바질 먹는 법.
4월에 바질 씨앗을 뿌리고 5~6월쯤 되면 잎들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란다. 텃밭에 심은 상추와 같이 몇 장 따서 삼겹살을 구워 쌈으로 먹는다. 텃밭에서 바로 딴 상추는 쫄깃함까지 느껴지며 즙이 많고 상추 자체의 맛이 짙다. 바질도 마찬가지이다. 손으로 스치기만 해도 향이 베인다. 그 둘을 고기 한 점과 맛보는 게 우리 집 여름의 시작이다.
조금 더 지나 한 바구니 딸 수 있게 되면, 바질 페스토를 만들어 찬 스파게티로 먹는다. 조금씩 더워지는 날 먹기 좋다. 여름 열무를 수확해서 바질 열무물김치를 한다. 하루 상온에 익히면 진하게 바질 향이 묻어있는 김치가 된다. 냉장고에 넣어서 시원하게 한 그릇씩 담아 소면과 같이 먹기도 한다.
재작년쯤 바질 된장국을 끓인 적이 있다. 조금 오래 끓였더니 향이 약간 날아간 상태가 되었는데, 쑥 된장국 먹는 것과 비슷한 맛이었다. 나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모두들 '앞으로는 먹지 말자'고 했다. 그때 한번 해본 적이 있다.
저번 달에는 점심으로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으려고 했는데, 마침 씻어놓은 바질이 있어서 빵 사이에 잔뜩 끼워 먹었다. 신선한 맛이 같이 어우러져서 맛있게 먹었다. 다만, j는 말했다. “난 당분간 바질은 먹지 않겠다.”
한여름이 되면 바질의 자라는 속도를 먹으면서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그럴 때 처음에는 주변에 나눠주기도 하고 잎을 따서 말리기도 하곤 했는데 한두 번이고 계속 그렇게 할 순 없었다. 대신 바질 심는 양을 조금은 줄이고, 겨울 시작 전 텃밭 폐장할 때까지 밭에서 그대로 말린 후 마른 상태로 수확해서 바질 잎과 씨앗을 쓰고 있다. 마른 바질 잎은 볶음밥 할 때도 맛있게 쓸 수 있다. 예전에 태국식 식당에서 먹어보고 한 것인데, 바질가루를 마른 팬에 살짝 볶고 소금 간만 해서 볶음밥을 한 것이다. 다른 재료를 넣지 않아도 가볍고 색다르게 먹을 수 있다.
그러다가 최근에 드디어 나는 찾았다. 바질을 대량으로 '처리'하면서 정말 맛있게 먹는 방법을. 바질 간장절임이다. 바질, 방울토마토, 얇은 다시마를 준비하고 간장 + 식초 + 매실액 + 물을 한소끔 끓여 조금 식힌 후 준비해놓은 바질에 붓는다.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3~4일 후부터 먹는다. 오래될수록 바질과 다시마의 맛이 깊어지면서 감칠맛이 난다. 방울토마토도 약간 쪼그라들면서 바질과 간장이 베어 맛있다. 한 달 정도 두고 먹었는데도 무르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반찬으로 먹기도 하고, 제일 맛있게 먹는 것은 달걀 간장밥으로 먹는 것이었다.
바질 간장절임 ( 콩잎도 같이 넣었음. )
앞에서 얘기한 바질 열무물김치는 단순하게 열무물김치 할 때 바질을 한 바구니 같이 넣어서 익힌 것인데, 열무를 씻어 소금에 2시간 정도 절인 후 두껍게 저민 마늘, 붉은 고추 몇 개, 두껍게 채 썬 양파 그리고 바질을 넣고 물을 붓고 소금으로 간을 더 한 후 상온에 하루정도 보관하다 냉장고에 넣었다. 이렇게 하면 맑은 물김치가 된다.
바질을 맘껏 즐기는 방법이다.
바질 삼겹살쌈
바질 페스토
바질 열무물김치
바질 된장국
바질 바게트 샌드위치
바질 간장절임 + 달걀 간장밥
바질 마른 씨앗, 잎 —> 볶음밥 등
( 참고 셀러리 볶음밥, 멸치 스파게티, 멸치스파게티 (brunch.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