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더 중요할까?
나는 아직도 이렇게 효율을 많이 찾는다. 여유가 없어서일까? 나도 가끔은 마음 편히 먹고 싶은 곳에서 사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괜찮다.
고마워, 미안해, 이거 얼마야? 여행을 위한 언어는 부담 없이 쓸 수 있다. 왜냐하면 발음이 별로 안 좋아도 의미전달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 소도시에서는 관광지가 아니어서 영어를 못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으시다. 그래서 내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려면 독일어를 해야 된다고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나의 예로 마트에서 계산이 잘못 됐을 때 소통이 안돼서 많이 답답했었다. 도넛 3개가 할인을 한다고 해서 샀는데 할인되지 않은 가격이 들어간 것이다! 결국 1유로만 내면 되는데 소통이 잘 되지 않아 포기하고 잘 못 측정된 가격으로 구매해 버렸다. 이런 자잘한 것들도 많지만 제일 걱정되는 건 건강, 신변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다. 만약 같이 살고 있는 P양이 갑자기 쓰러진다면, 나는 어디로 연락을 할까? 112(응급번호)에 전화를 했다고 해도 이 상황과 주소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증상이 어떻다고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의사소통이 가장 많이 필요한 사회생활도 문제가 있다. 독일어를 잘 못할 때 스시집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힘들었던 이유가, 변명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일할 때 변명 안 해서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었을지도 모르겠으나 내가 하지도 않은 것을 내 탓으로 얘기할 땐 정말 답답했다. 물론 상대방도 답답했을 것이다. 상대방의 답답한 표정을 보는 것도 스트레스의 한몫이다.
독일에서 한 달 생활하는 비용을 계산해 봤다. 원화로 80만 원가량 지출이 생긴다. 외식도 거의 하지 않고 마트에서 할인하는 물건들만 사는데도 이 정도가 나가는 것에 부담이 크다.
최소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월세(300)
식비(200)
헬스(30)
휴대폰(13)
공과금(20)
최소 563유로*대략 80만 원
여기에 가끔 사 먹는 감자튀김, 햄버거, 아시아 음식, 과자, 아이스크림
여기에 가끔 사보는 옷, 신발, 전자기기
여기에 가끔 가보는 여행 경비
최대 930유로*대략 130만 원
이렇게 비용이 나간다.
한 달에 930유로를 쓰는 일은 거의 없지만 독일에 와서 정말 필요하게 지출해야 되는 부분이 있을 때 큰 비용이 나갔다. 한 달 생활비가 계산이 되면 거꾸로 내가 가지고 있는 돈에서 얼마동안 지낼 수 있는지가 나온다. 충격적이게 130일, 비자가 끝나는 날짜까지만 지낼 수 있는 돈이 있는 것이다. 심지어 워킹홀리데이비자라서 생활비라도 있지, 만약 어학비자였다면 애초에 1500만 원가량을 계좌에 묶어놓아야 되기 때문에 생활비가 아예 없다. 한국에서 가난하면 라면만 먹듯, 독일에서 파스타면에 케첩 뿌려먹으면서 지내야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어가 먼저일까? 돈이 먼저일까?
사람들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지만 나는 확실하게 돈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사실 돈만 있다면 독일이 아닌 다른 어느 곳이든 살 수는 있다. 캐나다 같은 경우에는 영어는 못하지만 돈은 많은 중국인들에게 얼마나 개방적인지 소셜미디어로 본 적이 있다. 비자를 받기 힘든 한국에서 외국인이 영주권을 받으려면 4000만 원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된단다(대기업 신입연봉 정도 벌어야 된다는 말인데.. 외국인 입장에서 너무 힘들지 않나) 돈이 있으면 어느정도 나라선택이 자유롭다.
물론 언어를 배우고 취업을 해서 돈을 버는 게 정공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단순히 취업이 목표가 되고 싶지는 않다. 한국에서 이미 취업은 경험해 봤고 이번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몸값을 올려보고 싶다. 해외에서 어떤 식으로 벌어 쓸 수 있을까?
남은 워홀기간동안 나의 목표는 수익내기, B1 따기, 어학비자 신청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