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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라비다바다 May 25. 2024

남의 결혼식에 왜 내가 눈물이 날까

세상의 모든 사랑을 축복하는 마음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얕게 선선히 부는 날이다. 날씨만으로 마음이 두둥실 떠오르는 요즘은 사랑하기 좋은 날, 그리고 사랑의 결실을 맺기 좋은 날이다.


그렇다. 봄은 결혼의 계절. 봉투 위에 '000님께' 내 이름 석자가 적힌 청첩장을 하나 둘 세며 가늠해보니, 5월 한달간 나갈 축의금만 60만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미디어에서 말하길 요즘 젊은 사람들은 결혼을 안한다는데 실제로는 주변에서 결혼 소식이 왜이리 많이 들려오는지, 특히 이번 달엔 어쩜 이리 많은지. 그들을 축복하는 진심과 별개로 통장 걱정도 마음 한켠에 자리잡는다.


그 수많은 결혼식들 중 내게 가장 중요한 행사는 지난 토요일에 있었다. 직장 동기 커플의 결혼식이었다. 동기들  첫 결혼식이기도 하면서, 동기와 동기가 결혼하는 것이었으니 결코 빠질 수 없는 자리였다. 그런데 그날 나는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  


그동안 내가 가왔던 결혼식은 보통 신랑신부 중 한쪽만 아는 것이었는데 양쪽 둘다 친한 경우는 처음이어서 그랬을까. 신랑신부와 둘다 안다는 건, 누가 말하지 않아도 둘의 합이 얼마나 조화로운지 잘 알고, 그들이 함께한 시간을 봐왔다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마침내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랑을 서약하며 환하게 웃고 있으니, 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내 마음이 벅차 올랐다. 신부에게 아름답다는 말, 신랑에게 축하한다는 말도 순도 백프로의 진심이었다. 어떤 부러움도, 질투도, 밥은 맛있는지 자리는 불편하지 않은지 부수적인 것을 따질 여력도 없이, 그저 그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지금처럼 저렇게 환하게 웃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축가는 신랑 측 친구가 부를 거라고 하더니, 하객들에게도 신부에게도 비밀로 하다가 갑자기 신랑이 축가를 부르는 깜짝 이벤트도 있었다. 동기의 생라이브를 목격한 우리는 소리를 질렀다가 '저 오빠 노래 잘할 줄 몰랐는데 생각보다 잘부른다'며 신나게 박수를 쳤고, 신부는 동그래졌다가 입모양으로 노래 끝까지 가사를 따라부르고 있었다. 둘이 평소 함께 즐겨듣던 노래인 듯 했다. 결혼식 내내 눈물 한방울 안흘려 대단하다 싶었던 신부도 그때 처음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하객인 나도 눈물이 나는데 별수있을까.


서로에게 서로라면 더할 나위가 없어요
오싹한 낭떠러지도
뜨거운 불구덩이도
상관없어요 두렵지 않아요
이제 내 손 잡아줘요

그대랑 하나 되어 간다면
우리가 우리가 되어 간다면
그럼 충분해요.

이적 <그대랑>


그런 뭉클한 가사가 귀에 들려오니, 나는 자연스레 나와 7년째 만나고 있는 S가 떠올랐다. <그대랑> 가사처럼 사랑이란 바로 그런거니깐. 우리가 함께이기만 하다면 그 어떤 고난도 두렵지 않은 마음. 그건 단순히 한여름밤의 꿈처럼 설레이고, 서로의 매력에 홀리는 단계를 넘어서서 느낄 수 있는 커다란 마음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그 마음을 잘 안다. 버거운 하루에 온종일 좀비처럼 지내다가도 S를 만나면 구름 이불에 둘러싸인 듯한 포근함을 느끼니깐. 세상이 주는 무거운 압박감에서 벗어나 아이가 된것처럼 티없이 웃을 수 있으니깐. 몸도 마음도 녹아 바닥에 붙을 것 같을 때, 흘러내리지 않도록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 그저 그 사람 한명의 존재만으로도 살아갈 이유가 되는 것. 그것이 내가 아는 사랑이다. 


이건 단순히 연애를 해보았다고 해서 쉽사리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 생각한다. 이런 깊은 사랑을 살면서 몇번이나 느낄 수 있을까. 생애 한번이라도 그런 마음을 품을 수 있는 인연을 만난다면 기적이지 않을까. 


그리고 결혼이란 그 기적적인 관계를 평생토록 이어나가겠다는 다짐일 것이다. 그런 의미가 잘 담긴 노래, 이적의 <그대랑>을 마주보며 부르는 신랑신부의 모습을 보니, 난 그들에게 정말 커다란 축복을 보내고 싶어졌다. 떨린듯하지만 한 단어 한 단어 눌러 부르는 그 목소리가 귀에 선명히 남았다. 


그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하는 사이, 내 마음 속에서도 절로 행복이 스멀스멀 피어 올랐다. 그들의 모습에 나도 감정이입이 된걸까. 문득 유튜브 등 미디어에서 우리가 왜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에 감동을 받고 응원하게 되는지도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사랑만이 주는 따뜻한 힘을 느낄 수 있으니깐, 그것은 기적처럼 개인의 삶을 바꾸어 주니깐. 사랑의 맛을 아는 사람은 알기에 보고, 모르는 사람도 그 맛을 느껴보고 싶어 보게 되지 않을까. 




나 역시 사랑의 힘을 믿기에, 누군가의 애틋하고 진심 어린 사랑이 그리도 보기가 좋다. 

그들의 사랑을 기쁜 마음으로 축복하며, 나의 소중한 관계도 오래도록 이어지길 기원해본다. 


바로 그것이 행복의 전부이지 않을까. 삶의 전부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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