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지만 함께 있어
"엄마, 우리집에서 같이 살면 안 돼?"
올 것이 온 기분이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것.
보통의 아이라면 누구나 원할 것이었다.
"세상에 우리 딸이 원하는 모든 것
다 해주고 싶은데, 그건 안 되겠어.
미안해...
서로 못 보는 시간이 있지만,
우리는 주말마다 꼭 만나잖아?
같이 사는 사람들도 바빠서 얼굴 못 볼 때가 많은데
우리는 늘 만나면 재밌게 놀 수 있어.
그러니까 우리가 함께 있는 시간은
바쁜 가족들보다 더 많을지도 몰라."
내 아이가 부쩍 커서
이렇게 묻는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가슴 아프기도 했다.
이 말을 꺼내기 전까지 아이는 얼마나 고민했을까?
'왜 엄마는 우리집에 같이 안 살지?'하고.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망원경'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런데,
우리 딸이 엄마를 못 볼 때도
엄마는 망원경으로 다 보고 있어.
밥 먹는 모습, 학교 가는 모습,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
엄마가 다 지켜보고 있어"
네가 위험하면 언제라도 짠 하고 나타나서
너를 지켜줄 거라고.
우리는 멀리 있지만 함께 있다고.
엄마를 못 보는 동안
아이가 엄마의 빈자리를 많이 느낄까 싶어
'엄마의 망원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때의 우리 아이는 정말 엄마가 망원경으로
늘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상상의 망원경이 조금이라도 더 우리 아이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후로 한동안 망원경은 우리의 대화 소재가 됐다.
"엄마, 나 지금 뭐하고 있게?
망원경으로 봐봐"
"으응..?
오늘은 렌즈가 좀 흐리네.
뭐하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