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 디지털 = 최고의 조합
바인더를 근 4년간 사용하면서 자료가 굉장히 많아졌다. 특히 서브 바인더에 '언젠간 보겠지'라는 마음으로 넣어둔 것이 몇 년간 방치되면서 권수가 늘어난다는 뿌듯함에 최초 사용 의도와는 많이 벗어나고 있었다. 서브 바인더를 살펴보니 정말 다양한 내용들이 많았다. 자료를 하나둘 정리해보니 다음 4가지와 같은 분류로 보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 자주 보는 것.
2.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들여다보는 것
3. 어쩌다 한 번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것 (막상 필요한 적은 없거니와, 있어도 아주 가끔)
4. 추억이 담긴 물건들 (쓰레기도 추억이 깃들면 무섭다.)
자주 보는 것
자주 보는 것은 메인 바인더에 담겨 있다. 자료가 일정량 쌓일 때 한 번씩 정리해주면 된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들여다보는 것
주로 여기에 속하는 것은 일정 자료(Life/Yearly/Monthly/Weekly)들이나 독서 자료들이 속한다. 다음 계획 또는 비슷한 일정이 반복됐을 때 과거에 어떻게 처리했나 살펴보거나 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을 때 정리해둔 독서노트들이 그렇다.
어쩌다 한 번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것
영수증이다. 과거에 몇 년간 영수증을 모으면서, 영수증만 관리하는 서브 바인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우리가 받는 영수증이 생각보다 어마 무시하다.) 그래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정말 필요한 영수증만 사진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버렸다. 그때도 '혹시 필요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버리고 나서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 필요한 적은 없었다. 보통 영수증에 찍힌 금액은 카드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하면 되고, 우리가 가끔씩 필요하다고 느낄땐 마트 등에서 다양한 품목 등을 구입했을 때 1개의 가격을 보고 싶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만 사진으로 남겨두면 된다.
추억이 담긴 물건들
사실 여기에 속하는 것들이 굉장히 힘들다. <하루 15분 정리의 힘>이라는 책을 읽을 때도 그 책을 썼던 정리 컨설턴트가 정리를 의뢰한 고객들에게 버릴 물건을 골라달라고 했을 때 그 물건은 누가 봐도 쓰레기인데, 고객 본인은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그 물건에 굉장히 애착을 가지고 있던 적이 있다고 한다. 우리 또한 다르지 않다. 공연이나 여행 다녀오고 나서 구입한 기념품들이나 지금은 보지 않는 학창 시절 자료들. 그때의 좋았거나 고생했던 기억들이 현재의 우리를 갉아먹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 또한 여기에 속한 물건들은 쉽사리 이동시키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꼭 바인더에 보관해야 할 자료는? 당장은 내 생각엔 4번뿐이다. (이마저도 언젠간 없애야 할 자료들이다.) 그럼 나머지 자료들은 어떻게 할까? 디지털 자료로 대체하면 된다. 물론 디지털 자료로 대체한다고 해서 아날로그로 보관해둔 자료들을 없애진 않는다. 나 같은 경우는 OneNote에 하나씩 옮겨두고 있다.
바로 이 휴대용 스캐너를 활용해서 옮기고 있다. 가격이 조금 나가는 편이라 구매를 망설였는데 회사 복지포인트로 과감히 지름........
조금 삐뚤어지긴 했지만 휴대용 스캐너로 스캔한 결과물이다. 생각보다 깔끔하게 나온다. 스캐너 종류에 따라 종이를 스캐너에 통과시켜서 읽는 방식도 있는데 그런 스캐너들은 삐뚤어지거나 흔들릴 가능성이 적긴 하나, 바인더가 아닌 일반 서적을 스캔하진 못한다. 그래서 바닥에 대고 스캔하는 스캐너를 구입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원노트에 3P바인더 전자 필기장을 하나 만들었다. 여기서 원노트의 구성에 따라 간단히 설명하자면, 원노트는 전자 필기장―섹션―페이지로 자료를 분류할 수 있다. 전자 필기장은 '책' 자체에 해당하고 '섹션'은 큰 목차, '페이지'는 소제목?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3P바인더를 한 권의 책으로 봤을 때 바인더 자체가 전자 필기장이 될 것이고, 섹션은 동일하다. 3P바인더에서 사용하는 고정 섹션/프리 섹션을 원노트 섹션으로 보면 된다. 그리고 그 섹션 안에 들어가는 내용물, 예를 들어 Plan섹션이라고 하면 그 안에 들어가는 평생계획, 연간계획, 월간계획 등. 이 자료 하나하나가 페이지로 나누어진다.
원노트에서 섹션은 또 그루핑 할 수 있는데, 주로 사용하는 고정 섹션은 위에 있는 사진처럼 펼쳐두고, 프리 섹션을 그루핑 하여 접어둘 수 있다.
이 정도면 분류는 끝났다. 분류에 맞게 자료를 넣기만 하면 된다. 분류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다르니 각자에 맞는 분류법을 만들면 된다. (내 방법이 최선은 아니다.)
처음에 만들 때 한글이나 엑셀 등 디지털 자료로 만든 건 그대로 넣어둬 되고, 아니면 이렇게 PDF로 넣어두면 된다. 만약 직접 마인드 맵을 그렸거나 손수 필사했던 자료들이 있다면 나처럼 휴대용 스캐너를 활용해 올려도 될 것이고, 아니면 Office Lens처럼 사진을 문서화시켜주는 앱을 통해 자료를 업로드시키면 된다.
예전 같으면 읽었던 '메모 습관의 힘' 책 내용이 갑자기 궁금해질 때 남의 서평을 읽거나 집에 가서 내가 작성해둔 독서노트를 꺼내서 읽어야 했었는데 (후자 같은 경우 까먹을 때가 많다.) 이제는 원노트를 켜서 스캔해서 올려둔 자료를 쓱 살펴보기만 하면 된다.
영화 티켓 같은 경우도 나 같은 경우는 이렇게 스캔해서 올려두기만 했지만, 사람에 따라 간단한 표를 만들어서 감상평이나 같이 봤던 사람 등을 추가해서 적어두면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1년 전부터 서브 바인더에 영화티켓을 모아 두고 있었는데 티켓 모으기만 급급했다. 디지털로 대체하면 번거로운 부분들이 해소되긴 할 것이다.
북 리스트도 마찬가지. 나 같은 경우는 그냥 엑셀을 넣었지만, 원노트 같은 경우 표를 엑셀처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표로 양식을 만들어서 책 제목에 독서노트 링크를 걸어두면 그 내용이 궁금해질 때 언제든 이동할 수 있다. 즉 북 리스트가 내가 읽었던 책의 목차가 되는 것이다.
내가 좋았던 부분만 추려놓은 독서노트.
여행 리스트도 하나의 목차가 된다.
아날로그 자료들을 이렇게 조금씩 디지털 자료로 대체시키면 쓸데없이 늘어나는 서브 바인더를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 강규형 대표가 교육을 할 때 늘 서재에 가득한 자신의 서브 바인더를 교육생들에게 보여주면서 인생을 바인딩하라고 조언한다. 사실 아무것도 모를 때 보면 멋있긴 하다만, 누구나 수집은 참 쉽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렇게 수집한 자료 등을 정리하여 보관함으로써 내가 '보관하는 목적'에 부합하게 그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다. 수집에만 급급하다가는 나중에 버리지도 못하고, 활용도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근 4년간 바인더를 쓰면서 느낀 점은 강규형 대표처럼 그렇게 바인딩만 하다 보면 정작 필요한 자료를 찾아야 할 때 찾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다. 그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세네카 등으로 자신만의 분류법을 만들어서 보관하면 조금은 용이하다만 개인이 그런 분류법을 적용시키는 건 쉽지 않은 과정이다.
우리는 평소 커피를 마시다가 건강을 생각하면 녹차를 마신다. 녹차가 커피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재가 되는 것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도 커피와 녹차처럼 서로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들은 100% 대체할 수 있는 대체재가 아니다. 아날로그의 무거움은 디지털로 보완하고, 디지털의 가벼움은 아날로그로 보완할 수 있는 보완재 같은 존재다. 둘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아날로그 또는 디지털 한쪽으로 치우진 자료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