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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 Feb 26. 2024

아들의 첫 번째 눈물

사춘기 관찰일기


2월의 기상이변인 듯

뜻한 바람이 불어 마음을 흔들어 놓더니

식어버린 연인의 마음처럼

밤새 차가운 눈이 한뼘이나 쌓이고 눈보라가 휘날렸다.


밤새 쌓인 눈을 보며

연신 콧노래를 부르는 아이

TV속 뉴스의  눈 쌓인 풍경은 걱정을 불러오는데

아이의 눈 쌓인 풍경은 행복을 노래하고 있다.

무지개를 품은 다른 우주이다.


졸업식을 마치고 이틀이 지난 

아이는 발그레한 볼을 뿜뿜 하며

수줍게 말을 꺼냈다.

2년을 좋아하던 친구에게 고백을 했는데

그 여학생도 자기를 좋아하고 다고...

아이는 무지개를 뛰어다니며 좋아했다.

첫 번째 데이트는 동네 인근 교보문고에 친한 친구와 함께 셋이서 4시간을 놀고 왔다.

그동안의 초등 놀이문화는 다이소쇼핑, 인생 네 컷, 마라탕, 무인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음료를 먹고 헤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비중은 교보문고 외에는 행적을 밣히지 않는다. 궁금한 것 투성이지만 인내심을 세워본다.


아이가 고백한 여자 친구는 1학년 때부터 4번을 같은 반이 되어 절친으로 지내는 사이다. 그 아이의 엄마와도 잘 알고 지낸다. 친하게 지내면서 핑크빛 마음이 생길 줄은 몰랐다. 조금은 당황스럽다.


아이의 하루가 콧노래로 시작하는 날이 열흘이 되어가는 날이었다. 주말에 외출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아이의 표정이 어둡게 흐려져 있다. '무슨 일이지? 기타 소리와 콧노래의 자취는 어디 간 거야?' 궁금하지만 다시 인내심을 불러본다.


저녁은 아이가 좋아하는 피자를 먹었다. 아이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다. 공부얘기도 안 했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지...

"잘 먹었습니다."

"응.. 응..."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참아보자... 참아보자... 참아보자...' 30분이 안되어 아이의 방에서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나 깜짝 놀라 아이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무슨 일이니? 왜 그래???'"

"흑... 흑......." 아이를 안아주었다. 아이의 눈에서는 함박눈 보다 더 드센 함박 눈물이 펑펑 흘러내리고 있었다. 가슴에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흑.... 흑...." 

"............"

"무슨 일이니?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흑... 흑...." 아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하염없이 눈물을 내뿜었다. 가만히 아이를 끌어안고 눈물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춤을 추던 아이의 어깨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아이의 얼굴을 들어 보니 예쁜 눈에 눈물이 가득 담겨있다. 눈물을 훔쳐주며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무슨 일이야? 친구랑 무슨 일이 있었니? 누구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얘기해 봐~"

춤추던 어깨가 가라앉고 아이는 눈물을 훔치며 말을 꺼냈다. "아영이가 중학교가 달라서 잘 만날 수가 없다며 나를 차단했어.. 흑.. 흑..."

"응??  아영이가 널 차단했다고?"

'지금 그 일로 세상이 무너진 듯 우는 거니?'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는 처음 고백에 거절을 당한 것이다.  처음으로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맛본 것이다. '아이고 귀여워라~♡' 나는 아이 앞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아이를  더 꼭 안고 등을 쓰다듬으며 말을 했다. "그랬구나.. 많이 속상하겠네. 아양이는 왜 그랬을까.. 아이구~우리 아들 슬퍼서 어쩌나.. "

"그런데 아들! 중학교에 가면 더 예쁘고 마음에 맞는 여자 친구가 생길 거야! 너무 울지 마! 눈물 뚝!!

"............."

 "아영이에게도 다른 사정이 있겠지..너무 슬퍼 하지마! 중학교 가면 더 좋은 여자친구가 생길거야! 운내렴" 아이는 계속 흘러내리는 눈물을 거두지 못했다. 나는  안고 쓰다듬으며 다독거렸다.


"우울할 때는 따뜻한 물에 샤워하는 게 좋아! 침대 따뜻하게 불 올릴 테니까 어서 가서 샤워하고 따뜻하게 자렴" 나는 아이의 방문을 고 나왔다.


 '아이고~귀여운 사춘기!' 아이의  성장기를 바라보며 아이의 사랑을 응원해주고 싶다. 아영이에게 인스타 DM으로 물어 보고 싶지만, 주책맞은 행동으로 비추어 보일까봐 참아보련다.


"아영아~ *민이를 왜 차단한 거니? 아줌마가 너 예뻐하는거 알지? 졸업식날 사진도 예쁘게 찍어 주었는데.. 아줌마 좀 삐졌다. *민이랑 예전처럼 사이 좋은 찐친으로 지내길 바라~. 그리고, 아영아~ 예쁜 중학교생활 응원할게!"



아이는 이틀을 울고 사흘째 되는날 이제는 괜찮다며 말을 꺼냈다.

"다시는 사랑을 안 할테야! 빨리 중학교 가고 싶어!"

"오~아들, 이젠 괜찮아졌어? 다행이다. 그리고 이건 사랑이 아니야! 정식으로 사귄것 도 아니잖니! 중학교에 가면 *민이 마음을 알아줄 예쁜 여친을 만날거야! 힘내!! 알았지? 호호호"

"네! 이젠 괜찮아요"


아들의 첫번째 눈물에 당혹감을 느꼈지만, 그 나이에 겪게되는 소나기와 같은 말랑말랑한  감정의 씨앗을 응원한다. 그 옛날 겪었던 그 소중한 말랑거림의 미소가 내안에서 퍼진다.

'그래, 그렇게 그 마음이 예쁘게 커나가길 바라. 응원한다 아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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