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창한 나이에 갑자기 절에서 일한다는 건 사람들에게 꽤나 신기한 일이었나 보다.
만나는 직원분들과 스님께서 나를 한번 쓱 훑어보고는 꼭 이렇게 물었다.
“어머니는 걱정 안 하셔?”
그 질문엔 참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회사 잘 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조건도 좋지 않은 절에서 일한다니,
자식이라 생각하고 하시는 걱정이 느껴지기도 했고.
혹은 "혹시 출가하는 거 아니야?" 하는 호기심이 묻어 있었다.
전등사에 방문하시는 신도분들도 나를 보면 이런 질문을 하셨고,
절에 온 심오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다.
“속세가 싫어졌나요?”
“마음이 힘들어서…?”
하지만, 정작 우리 엄마는 별로 걱정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잘해 봐!” 하시며 응원해 주셨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믿어 주시는구나 싶어 마음이 든든했다.
사실, 그냥 돈을 벌고 싶어서, 그리고 내 꿈을 위해 온 것뿐인데
사람들은 특별한 사연이 있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했다.
입사 초반 사람들의 관심을 보면서 절이라는 공간이 사람들에게 주는 ‘임팩트’가 크다는 걸 실감했다.
그리고 문득, 나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나는 정말 왜 여기 있는 거지?'
출가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듣다 보니,
'내가 정말 스님이 된다면?' 하고 상상해봤다.
삭발하고, 가사 입고, 수행하며 조용히 살아가는 모습.
물론 스님들의 삶을 존경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아니다.
나는 여전히 가고 싶은 곳도,
그리고 아직 이루고 싶은 것도 많다.
아무리 생각해도 출가는 내 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계획했던 길이 아니었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단 한 번도
관광업에 종사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절에서 살면서 일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어렸을 때의 나는
'전공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학의 전공은 나에 대한 심오한 고민을 하고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졸업하고 전공을 살리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점수에 맞춰 갔거나', '계획 없이 사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때의 나는 너무 확신이 많았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맞지 않는 길을 지워간다.
그건 포기가 아니라,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나는 늘 '이게 정답이야.' 라고 믿었지만,
결국 오답을 하나씩 지워오고 있었다.
전공과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들도
그저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찾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제야 안다.
그것이 얼마나 용기 있는 선택이었는지를.
계획한 대로 살지 않아도 괜찮다.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
그때그때, 내 삶의 흐름에 맞게 나아가면 된다.
이제는 목표는 정하지만 꿈꾸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실망하진 않는다.
오히려 "어떤 모습이 될까?" 하는 호기심이 더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