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동아리에는 왜 그렇게 매일 출근을 했을까?
대학 신입생 때였다. 뭐든지 하나는 동아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줄지어 늘어선 동아리 모집 광고는 눈을 사로잡았다. 무언가 실용적인 것을 해보자는 생각에 친구랑 태권도부에 방문했고, 기합소리와 강한 훈련을 한다는 소식에 금세 마음을 접었다. 그 뒤로 간 곳이 테니스 부였다. 이공대 쪽에 있는 테니스 부 사람들은 우리가 늘 보던 경영대와는 매우 달랐고, 더 재밌는 오빠들이 많은 것 같았다. 테니스도 배우고 동아리 사람들도 좋은 것 같아서 덜컥 친구와 나는 가입했다.
그 뒤로 공강 시간에는 늘 먼 길을 달려서 테니스장에 갔고, 가끔은 비가 오는 날에도 라커룸에서 티브이를 보거나, 짜장면을 시켜 먹기도 했다. 운동 신경이 별로 없기도 하지만, 또 뭔가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정진하는 성격이 아닌 나는 테니스 실력은 늘지 않았고, 게임을 하고 게임에서 이겨야겠다는 목표 의식도 없었기에,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가르쳐 주고 볼을 쳐주는 선배들이 없었다면 아마도 그만두지 않았을까 싶다. 레슨을 받아본 적도 없고, 그저 동아리에서 배우는 정도이고 무엇보다 실력을 키워야겠다는 마음이 거의 없었다. 그저 공을 치고 땀을 좀 흘리면 기분이 좋아지니 나는 그 정도가 딱이었다. 중요한 시합에 나가기도 하고, 다른 학교와 교류전을 하고, 선후배 친선대회도 하고, 실력은 없었지만 게임에 출전하기도 했다.
교환학생을 갔다 오고, 인턴을 하고, 졸업을 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내 테니스 라켓은 한쪽에 먼지를 쌓아갔다. 그래도 늘 마음 한 구석에는 다시 정식으로 테니스를 배워서 잘 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중국 심천에서 일할 때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잠시 레슨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상하이에서는 다시 라켓을 한쪽 구석에 잘 모셔두었다.
그런데 오늘 문득 테니스를 다시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왜 그 많은 시간을 테니스 동아리에 있을 때는 흘려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습량에 맞게 몸은 더 탄탄해지고, 매일 비 오듯 땀을 흘렸지만, 왜 게임을 더 잘하게 실력을 기르자 이런 생각을 안 했을까. 참 신기하다. 무엇을 얼마나 하든 내가 성과를 마음속에 그리고 바라지 않으면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내가 원하는 것들은 노력을 쏟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테니스 동아리에서는 대체 나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목표하지 않았던 걸까. 운동과는 인연이 없다고 느낀 걸까, 성취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더 정진하지 않았을까.
공부를 잘하고 운동은 못하는 사람 그런 전형적인 틀 안에 나 자신이 나를 가뒀던 것은 아닐까. 내가 잘하는 것이 아니면 도전하지 않는다는 비겁한 마음이었을까. 운동을 할 때면 그런 뒤틀린 마음들이 올라온다. 내가 꼭 잘하지 않아도 돼. 이건 내 전문영역이 아니고, 또 꼭 잘해야 하는 이유도 없어. 하지만 조금의 칭찬이나 격려를 받으면 또 으쓱해지면서, 나도 운동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가. 노력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라고 갸우뚱한다.
운동과 관련된 활동에 여러 번의 도전을 했다. 가족들과 가는 등산 - 최대 업적은 지리산 종주이다 - 여러 번 등반하고 익숙해진 설악산, 관악산 등반, 학교 수업 때 들은 스케이트, 캠핑. 내가 내 돈을 내고 해 본 윈드서핑, 요가, 필라테스, 수영, 아쿠아로빅, 에어로빅, 출산 후 회복을 위한다며 다닌 아쿠아로빅, 줌바, 심지어 호주에서는 남자 친구들과 축구 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아마도 나는 끊임없이 이 운동 저 운동에 발을 담그고 기웃거릴 것 같다. 그러면서 내가 소질이 있는 걸까 더 노력을 들이면 기량이 향상될까, 아니야 안될 거야 하면서 더 나아가려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망설이다 할 것 같다.
결과에, 실력 향상에 연연 하지 않고, 그저 과정을 즐기면서 실력 향상도 노려볼 수 있을까? 운동 신경, 소질 이런데 신경 쓰지 말고 잘한다 못한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저 즐길 수 있을까? 잘할 수 있는 것에만 노력을 쏟으려는 이 비열한 마음을 누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