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원한 바람 Jul 03. 2023

꽃은 섹시하다

뒤늦게 알게된 아름다움

  꽃을 보아도 아무 감흥이 없었다. 그렇게 살아온지 30여년을 살아왔던 것 같다. 꽃 선물은 무언가 나에게 대단한 것을 바라는 의미이거나 그냥 큰 행사의 장식품 혹은 금방 버릴 수도 없고 들고 다니기도 거추장 스러운 먹을 수도 없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례 꽃을 선물 받을 것 같은 기회가 있으면 먼저 꽃은 안 줘도 되, 나는 꽃 별로 안좋아해 라고 미리 언질을 주었다.


  반면 엄마는 꽃을 사랑했다. 내가 강아지를 좋아하듯이, 꽃을 보면 웃음 부터 지었고, 집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화분이 늘어갔고, 이따금씩 새로운 꽃이 난 화분에서 올라왔다. 그런 엄마를 보면 외로우신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가끔씩 엄마 선물로 꽃 시장에서 한 다발씩 사오곤 했다. 엄마 생일이면 먼 곳에서도 꽃을 주문해서 집으로 보냈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꽃은 수정을 하기위해 화려하게 피어나거나 향기를 내뿜는 것이니, 꽃 그 자체가 섹시한 것 아니겠냐는..꽃은 수정을 하려고 세상에 외치는 것이니, 꽃을 이성에게 선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게 내가 생각한 것인지, 내가 어디서 들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그럴듯한 생각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왜 사람들이 꽃을 좋아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시각과 후각을 사로잡는 색채, 모양, 향기, 봉오리에서 피어나는 작은 움직임, 짧은 시간만 볼 수 있다는 한정, 그런 것들이 만들어내는 것 아닐까? 뭔가 일률적일 것 같지만 조합하는 사람의 감각에 따라 다른 느낌을 만둘 수 있는 꽃 다발, 꽃 농장에서 직접 배달해준다는 흙이 묻어있을 것 같은 신문지에 쌓인 꽃들, 온도랑 햇볕만 잘 맞춰주면 멋지게 피어난다는 튤립 벌브. 오랜 시간 기다려야 볼 수 있는 난...


  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몇 가지 추억은 있다. 웨딩 플래너가 준 견적이 너무 높아서 결혼식 전날 가족들과 같이 만들었던 부케, 꽃 시장에서 엄마를 생각하며 양껏 샀던 꽃다발, 엄청난 사이즈에 가격도 높았던 대형 수국을 선물했던 일, 발렌타인이라며 뜬금없이 회사로 배달왔던 장미 박스, 승진을 축하한다며 엄마가 보내준 난..


  돌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횟수로 꽃을 접했던 것 같다. 아직도 사실 잘은 모르겠다. 왜 꽃을 선물하는지, 왜 우리 엄마를 포함한 사람들은 꽃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하지만 꽃은 섹시한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한 후, 자꾸 다시 보게된다. 강렬한 색채, 다양한 모양, 피고 지는 작은 몸짓..이러다가 언젠가 나를 위해 꽃을 주문하는 날도 오겠거니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드는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