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사춘기 못 온다
“어?!? 이런 거 마셔도 돼요?“
집 근처 카페를 갔더니 카페 사장님께서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말씀하신 이런 거란… 그냥 카페라떼였다.
“어… 이런 거라니요…? 이거 그냥 라떼잖아요…“
“아니, 도통이가 그러던데요. 어머님께서는 단백질 쉐이크만 드신다고…“
아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그럴 리가 없잖아요!? 아니, 애초에 그런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백번 양보해서 그게 사실이라고 칩시다. 그렇다고 제가 사장님께 ‘득근득근 마이프로* 초콜릿 카라멜 맛 부탁드려요.’ 라고 하면… 주실 건가요?
하지만 저 수많은 의문들을 제끼고 떠오른 가장 강력한 의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도대체 도통이는 언제 어떻게 만나신거에요?”
녀석이 동네 카페 사장님을 언제 어디서 만나서 왜!! 저런 이야기를 한건지 그것이 몹시 궁금했다. 그랬더니…
“도통이가 붙임성이 참 좋더라고요.”
라는 몹시 혼란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도대체 붙임성이 얼마나 좋아야 초등학생이 동네 카페 사장님이랑도 안면을 트는 것일까를 궁금하며 집으로 가는데… 길에서 00 태권도 학원 관장님을 만났다.
“도통이 어머님!!! 어머님께서 저보다 더 운동을 잘하신다면서요!!! 어맛어맛!! 멋있어요!!”
관장님께서는 이렇게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시고는 아이들이 기다리는 태권도장으로 쏙 들어가 버리셨다.
왓더?!? 잠깐만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내가 무슨 수로 관장님보다 운동을 더 잘해요?!? 잠깐만요!! 관장님!! 오해는 풀고 가셔야죠?!? 그리고 도통이랑은 언제 그런 대화를 나누신건가요?? 그 녀석 이 태권도 학원 안 다니잖아요?
하… 이런 붙임성 좋은 내새끼가… 온 동네방네 구석구석 손길 닿는 모든 곳에 저따위 소문을 내고 다녔구나… 내가 이 새끼를 만나면 멱살을 잡고 따져보리라… 라고 다짐을 하며 집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런데…
“언니?! 집에서 어떻게 하길래 도통이가 그래요?“
이번엔 같은 라인 이웃이었다. 하… 또 왜? 또 뭐?
“아… 글쎄요…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도통이를 만났는데요… ”
엘리베이터에서 녀석을 만난 그녀는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인사차 녀석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고 했다.
“와… 도통이 많이 컸네. 올해 몇 학년 올라가?“
“6학년이요.”
“와… 이제 사춘기겠네? 엄마 말씀 잘 들어야 한다.“
누가 봐도 그냥 인사였다. 그런데 녀석 말하길…
“아줌마… 우리 엄마 못 봤어요?”
”어?? 아니… 봤지.“
“봤으면 그런 말 못 할 텐데요? 우리 집은 사춘기 못 와요. 아빠가 그러는데요. 우리 엄마는 맘만 먹으면 전완근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데요.“
???? 와씨… 이렇게까지 말했다고???
우리 신랑은 도대체 애한테 뭐라고 했길래…
여보야!! 내가 전완근으로 어떻게 사람을 죽입니까? 아니, 그보다… 왜 살인을 합니까?? 하… 내 이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여드름이 올라오는 내 아이가 사춘기를 자발적으로 반납하겠다는 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던 며칠 전이었다. 녀석이 말했다.
“엄마, 체중이랑 힘은 비례한다면서요.”
“아무래도… 보통은 그렇겠지?“
“그럼 제가 엄마보다 체중이 더 많이 나가니까 제가 엄마한테 팔씨름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 도통아… 체중과 힘이 비례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야. 일반적으로 그렇단 것은 그냥 보통 그렇다는거고… 하… 그니까 그게 무슨 뜻이냐면 체중이고 나발이고 지금의 너는 나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뜻이란다. 괜한 희망 갖지 말거라.“
그랬더니
“왜 장담하세요? 그건 해봐야 아는 거 아니에요?”
후… 그래… 뭐… 니가 정 원한다면…
기꺼이 체감하게 해주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솔직히 말하면… 그래도 좀 힘이 들어갈꺼라 기대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손바닥의 압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쉽게 끝난 한판승이었다.
그렇게 놈들의 사춘기는 또 1년이 보류되었다.
뭐… 이런 식이면 내년에도 내가 질 것 같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나는 엄마한테 팔씨름 언제 이겨?”
라고 묻더라고요.
저는 중2쯤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저도 나름 최선을 다해 그 시기를 늦춰보려고 노력은 할 예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가 나를 이기는 날이 내심 기대되기도 합니다.
이 방어선이 어서 뚫리길 바라는 마음이 또 엄마의 마음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