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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비 Jan 06. 2023

아름다움은 맥주를 들고 있는 사람의 눈 안에 있다

계산적 술마시기를 위하여!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에게 술을 왜 마시냐고 물어보면, 각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술이 좋아서요”라는 대답을 흔히 듣게 된다. 왜 술이 좋냐고 다시 물어보면 “취하게 해주니까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다. 취하면 아무 이유 없이 즐겁다. 취함은 ‘쾌락’과 연상된다. 쾌락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정신적 쾌락, 육체적 쾌락, 성적 쾌락 등. 성적 쾌락은 정신적 쾌락과 육체적 쾌락을 모두 품고 있는 듯하다. 술취함과 성욕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음주에 대한 인류학 이론 중에 술취함이 성적 본능 또는 성적 충동의 에너지인 리비도(Libido)를 감소하게 하며, 술취함이 성적 쾌락, 즉 성욕을 대신한다는 설이 있다. 즉, 술을 마시면 성욕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생각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실 술과 성욕의 결합은 술 자체만큼 오래된 것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사시 《길가메시》(기원전 2000년경)에서는 성창(聖娼, 성스러운 창녀)이 야수 엔키두를 길들여서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그에게 맥주를 물릴 때까지 마시게 한 뒤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리고 기원전 3천 년 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메소포타미아의 원통 모양의 인장에서는 종종 성행위가 맥주 마시기를 동반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고대 그리스 연극 《바커스 숭배자들》(The Bacchae)에서는 “포도주가 없으면 사랑도 어떤 다른 즐거움도 우리에게 남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소크라테스는 성관계를 위해 포도주를 처방한다. 

맥주 마시기와 성행위를 묘사하는 인장

술과 사랑의 관계, 술과 성욕의 관계는 술이 탈억제 효과를 통해 성적 행동을 촉진하고 성적 경험을 향상한다는 사실에서 설명된다. 술이 정력제라는 생각은 술의 향정신성 효과에 근거한다. 술로 인해 도파민(도파민은 인간의 신경계에서 가장 유명한 신경 전달 물질 중 하나이고 즐거움 신경 물질이라고도 한)이 증가하면서 남성과 여성 모두 성욕이 증가한다. 물론 술의 신체기능 저하 효과는 성 기능을 손상하고, 생식기 흥분을 감소할 수 있다. 그래서 술은 성욕을 불러일으키나 그 기능을 빼앗아가기도 한다. 술의 정력제 역할과 성 기능 저하 역할에 대한 기준은 마시는 술의 양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술의 이중적 역할은 ‘적절한 취함’과 ‘과도함 취함’에 따른 것이다. 같은 양의 술도 사람마다 취함의 정도에서 차이가 나므로 적절한 취함을 일으키는 술의 양과 과도한 취함을 유발하는 술의 양을 잘 측정하여 성적 충동이 술에 종속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술을 마시고 취하면 이성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아름다움은 맥주를 들고 있는 사람의 눈 안에 있다”라는 말이 나온다. 평상시에 술을 마시지 않아서 맑은 정신일 때는 특정 이성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지만, 술을 마시면 그런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술을 마시면 이성에게 끌리게 된다. 하지만 이런 끌림은 술을 마시고 취해서 상대 이성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다는 사실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이 외에도 술을 마신 사람은 자신감에 차고, 스스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며, 실제로 다른 사람의 눈에 육체적으로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에 의해 이런 끌림이 가중된다. 그렇다, 술을 마신 남성이 적극적으로 이성에게 말을 걸고 과감하게 접근하는 것은 자신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술에 취한 사람이 실제로 다른 사람의 눈에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적당히 취한 사람의 사진은 맑은 정신일 때의 바로 그 사람의 사진보다 더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같은 사람이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았을 때 찍은 사진과 각각 1, 2, 3잔을 마신 뒤에 찍은 사진을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술의 매력 증진 효과

술에 취한 남성이 여성에게 더 큰 매력을 느끼고, 본인 자신도 매력적이라고 느낀다는 사실은 성희롱 같은 성범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술이 이성의 중심지인 전전두피질을 훼손한다고 했다. 이로 인해 술을 마신 남성은 인지 장애를 겪는다. 인지 장애는 사고, 학습, 기억 등 정신적 과정을 포함하는 인지 기능의 저하를 말한다. 인지 장애는 정상적인 노화, 의학적 상태(뇌졸중, 알츠하이머병, 머리 부상 등) 때문에 일어나지만, 술과 같은 취성물질을 남용할 때도 발생한다. 술취함으로 인한 인지 장애는 인지적 근시(cognitive myopia)로 이어진다. 근시는 눈의 기능이 떨어져 가까운 물체는 뚜렷하게 잘 보이지만 멀리 있는 물체는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 현상이다. 이런 근시가 인간의 사고에 적용된 것이 인지적 근시이다. 즉, 인지적 근시는 사람들이 광범위하고 다양한 생각을 고려하기보다는 좁은 범위의 정보나 관점에 집중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런 인지적 근시는 어떤 문제에 대해 불완전하거나 편향된 이해로 이어질 수 있다. 술로 인한 인지적 근시는 동시에 주변 사람이나 물체, 환경으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구별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인 자아인식(self-awareness)을 감소시킨다. 이처럼 자아인식 능력이 떨어지면서 자신에 대한 평가를 부풀리게 된다. 술로 인해 성욕이 강해지고, 자기 평가를 부풀리는 인지적 근시로 인해 성희롱과 성학대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물론 막 사귀기 시작하여 서로 긴장하고 어색한 커플이 처음의 어색함이나 불안을 극복하는 데 식사와 곁들인 와인 한두 잔보다 더 나은 문화적 해법을 상상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적당한 취함은 막 사귄 커플에게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성과 관련해 술이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며, 그런 이중적 역할이 적당한 취함과 과도한 취함에 따른다고 했다. 술에 종속당하지 않는 올바른 성 문화를 위해 우리 각자 ‘계산적 술마시기’를 실천하기를 권장한다. 이는 ‘술이 술을 마시어’ ‘술’과 ‘술’이 더해져 배가 되어 그 양이 과도해지는 현상과 대조된다. 술이 술을 마실 때는 자신의 주체는 없다. 술은 사람인 ‘나’라는 주체가 마시는 것인데, 그 주체가 술이 되어버린다. 그럴 때 나는 술에 완전히 종속되어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에 반해 ‘계산적 술마시기’에서 술 마시는 주체도 ‘나’이고 계산하는 주체도 ‘나’이다. 내가 술을 계산하면서 마신다는 것이다. 계산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마신 술잔과 술병을 카운트하면 된다. 문제는 인간이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물리적 환경과 문화적 환경에 놓여 있고, 그런 환경에 따라 나의 체력과 정신적 능력이 가변적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같은 양의 술이라도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취함을 가속하는 속도가 다른 법이다. 그래서 두 번째 계산 방법이 필요하다. 술은 인간의 육체부터 서서히 둔감하게 만들고 그다음에 정신에 영향을 주는 인지적 근시로 이어진다. 술이 인지적 근시로 이어지기 전에 육체를 둔감하게 하는 시점을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술을 마시는 중간중간 자기 손이나 몸을 움직여 보면서 자신의 취함 정도를 계산하라는 것이다. 이런 두 가지 방법을 활용한 계산적 술마시기를 실천한다면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취함에 이를 수 있고, 술이 주는 쾌락을 자신 있게 즐기고, 술이 쾌락을 주기 때문에 좋아한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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