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물은 신체적 욕구밖에 없으므로 정신적 욕구가 아닌 신체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사람을 찾는다. 그는 오로지 지위와 부, 권력과 영향력만 존경할 것이다. 그는 그런 점에서 남보다 뛰어나기를 바라므로 그의 눈에는 그런 것만이 참된 장점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빚어지는 이유는 그가 정신적 욕구가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속물의 커다란 고민은, 이상적인 것에서는 즐거움을 얻지 못하고 무료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항시 현실적인 것을 필요로 한다. 쇼펜하우어의 행복론 중
"평범한 사람들은 단지 시간을 보낼 생각만 하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시간을 활용한다.
평범한 사람은 인생의 향유를 사물, 즉 소유물이나 지위, 친구에 의존한다.
이 같은 것들을 잃어버리거나 이 같은 것에 환멸을 느끼면 인생의 행복은 무너지고 만다."
해년마다 출간되는 책이 많다.
책 읽는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무료로 배포하면서 까지 책 읽기를 독려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난 출판사 리뷰요청 메일이 오면 설렘으로 열어본다.
하지만 내 성향에 맞지 않는 책들인 경우가 많다.
출판사 마케터들의 리뷰어 선정기준은 모르겠으나 블로거의 성향을 파악하고 리뷰요청메일을 보내면 수고로움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주도적인 독서를 하지 않았을 때는 책을 받아서 리뷰를 했었다. 이젠 좋은 책을 구분하는 분별력을 갖게 되었다. 좋은 책이란 나에게 맞는 책이었다.
올해의 리스트 중 쇼펜하우어 벽돌책 두 권이 있다. 올해는 철학이든 문학이든 고전을 위주로 읽기를 계획했다. 올해 초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을 읽는 도중 샛길로 빠지는 바람에(하루키와 쿤데라 덕질) 펼쳐보지 못했다. 다시 펼쳤다. 국어시간에 밑줄을 그어대듯 열심히 읽은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책을 읽어가는 과정 속에서도 사고력은 확장이 되겠지만 정리하지 않고 책을 읽는 것은 읽어 내려가는 행위에 불과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난 행복할 수 없는 걸까?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평범함의 기준은 내 기준과 달랐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의 향유를 자신의 바깥에 두는 사람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했다.
나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다.
어떤 인격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에 가치부여를 하는지, 성질은 바꿀 수 없지만 운명은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나 또한 내면이 아닌 내 밖에 있는 것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고 외로워했었다.
영혼의 자산보다는 외적인 자산이나 신체적 욕구만 채우려고 했었다.
타인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 타인에게 나는 어떤 인상을 주는 사람일까 하는 것들이었다.
그런 속물근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는 불행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행복의 첫째 조건은 분별력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분별력은 어떻게 키워야 하는 것일까
나의 본질을 아는 데서부터 행복은 시작됐다.
요양 보호사를 하는 친구가 한 말이 떠오른다.
나이를 먹고 요양원에 있는 분들은 그냥 인간 자체 일 뿐이라고 사회에서 가지고 있었던 권력과 지위는
지나가 버린 과거일 뿐이라고 했다. 그들이 똑같이 가지고 있는 것은 무료함일 것이다.
행복은 젊었을 때도 중요하지만 노년의 삶에 더 추구해야 할 것이다.
부와 권력이 노년에 행복을 가져다줄까
쇼펜하우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이란 여가에 있다고 하는 말과 함께 무료함을 이야기했다.
자신이 향유의 원천을 찾아 발견하고 내부세계의 다양한 현상을 접하면서 늘 새로워지는 유희, 그 힘을 다르게 결합하려고 노력하는 삶이야 말로 무료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내면의 부가 충분한 사람은 외적인 도움을 필요치 않게 된다.
나에게 블리스를 느끼는 일은 책을 읽는 일이고 유희를 느끼는 일은 나를 알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