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경영혁신]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이번 한 개그맨과 전 매니저 간의 분쟁을 단순한 연예계 가십으로 소비하고 넘긴다면, 중요한 비즈니스 케이스 스터디 하나를 놓치는 셈이다. ‘1인 기업’ 혹은 ‘가족 회사’가 성장 과정에서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을 때 맞닥뜨리는 전형적인 경영 실패 사례라서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 사건의 본질은 ‘배신’이나 ‘폭로’가 아니다. 내부 통제 시스템의 부재와 법인격의 오용이다.
1. 재무 리스크: CEO가 스스로 허문 ‘법인의 벽’, 그리고 위험한 자백
이번 사태에서 경영학적으로 가장 뼈아픈 실책 중 하나. 등기상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아티스트의 모친이 회사의 공식 절차를 무시하고 ‘개인 계좌’를 열어 전 매니저들에게 자금을 송금한 거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자금의 혼용’이라 부른다.
대표이사는 "회사 돈에 손댄 것도 아니고, 내 돈을 썼으니 문제없지 않느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주식회사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아마추어리즘이다. 주식회사는 법적으로 소유주와 독립된 인격체다. 회사의 문제(노사 분쟁)를 해결하는 주체가 ‘시스템’이 아닌 ‘대표의 지갑’이 되는 순간, 그 조직은 독립된 법인이 아니라 개인의 사적 소유물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 된다.
법적으로 이를 ‘법인격 부인’이라 한다. 회사의 돈과 대표의 돈이 주머니 속 쌈짓돈처럼 섞이는 순간, 주식회사가 누려야 할 ‘유한책임’이라는 방화벽은 무력화된다. "딸이 힘들어해서", "선의로 보냈다"는 감정적 해명은 법정에서 "우리 회사는 껍데기만 회사일 뿐, 실상은 가족의 가계(家計)와 다를 바 없는 구멍가게"라고 자백하는 위험한 선언이다. 리스크를 차단해야 할 CEO가, 오히려 회사의 리스크를 개인과 가족에게로 무한 확장시킨 패착이다.
2. HR 리스크: ‘무형의 계약’이 초래한 부채
소규모 조직이 흔히 범하는 오류는 ‘관계’를 ‘계약’보다 상위에 두는 것이다. 아티스트 측은 ‘가족 같은 관계’를 강조했다. 경영 관점에서 이는 ‘계약 불확실성’이라는 거대한 잠재 부채다.
대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인사(HR) 시스템을 구축하고 업무 분장(R&R)을 문서화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분쟁 발생 시 감정이 아닌 ‘기록’에 의거해 리스크를 헷징(Hedging)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 업무 범위, 노동 시간, 급여 조건 등은 명확한 문서 대신 구두 합의나 관행으로 대체되었다.
상호 신뢰가 깨지는 순간, 이 ‘무형의 합의’들은 모두 회사에 불리한 우발 채무로 돌변한다. 직무 기술서 없는 업무 지시는 ‘갑질’로, 근태 기록 없는 근무는 ‘부당 노동’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인간미의 문제가 아니다. HR 리스크 관리의 실패다.
3.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견제 장치’가 사라진 1인 체제
소위 ‘주사 이모’로 불리는 무면허 의료 행위 의혹은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기능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오너가 위법한 행위를 하려 할 때, 법무팀이나 감사가 제동을 건다. ‘내부 통제’다. 하지만 아티스트가 곧 오너이자 상품인 1인 기획사 구조에서는, 수익 창출원(아티스트)의 편의를 위해 내부 통제가 무력화되기 십상이다. 매니저는 감시자가 아니라 수행원으로 전락한다. 회사는 범법 행위를 차단하는 필터가 아니라 공범이 된다.
오너의 건강 리스크를 관리한다며 검증되지 않은 의료 행위를 방치한 것은, 회사의 존폐를 건 ‘평판 리스크’를 방치한 것과 같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 아티스트의 평판은 곧 주가이자 매출이다. 이를 보호할 차단벽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4. 규모가 작아도 ‘시스템’은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냉정한 경영의 원칙을 상기시킨다. "시스템 없는 확장은 파멸의 지름길이다." 많은 소기업 경영자들이 "우린 규모가 작아서 매뉴얼을 만들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영학은 반대로 말한다.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규모가 커질 수 없는 것"이다.
아티스트 개인의 영향력은 커졌지만, 이를 담을 그릇(기업)은 여전히 구멍가게 수준의 주먹구구식 운영에 머물렀다. 그 괴리(Gap)가 터져 나온 것이 이번 사건이다.
이 사태는 모든 소규모 기업 경영자들에게 던지는 경고장이다. 가족 경영의 낭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돈과 사람을 대하고 다루는 일에 ‘절차’를 심어야 한다. 그것이 회사를 지킬 안전장치다.
작아도 기업은 기업이어야 한다. 기업은 구멍가게가 아니라서다. 경영은 철학과 전략에 기반한 ‘시스템’으로 하는 것이라서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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