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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우 Dec 13. 2020

네 번째 하와이 : 5일 차

또 늦잠이다. 

오늘은 처음으로 일정이 빠듯하여 10시에 집을 나서려고 했으나, 눈 뜨니 10시다. 덴장.

이럴 때 등장하는 메뉴는 계란밥이다. 빨리 만들고 후다닥 먹고 꺼억 한 방에 소화시킬 수 있는.

앗, 그런데 프라이팬에 두를 기름이 없다. 계란이 없으면 길닭들한테 하나만 낳아 달라고 하면 되는데, 기름은 난감하네.  KFC 비스킷 버터라도 좀 챙겨서 올 걸. 주변에 파는 곳도 없다. 기름 없이 계란으로 누룽지 만들어 버려?


그때 화려하게 등장한 와이프. "수란으로 만들면 되지." 아하, '냉장고를 부탁해'에 자주 나오던 수란!

괜히 얼굴 개기름 짤 뻔했네. 그리고 갓종원님의 도움 없이도 가볍게 성공! 


애들아, 계란밥 먹자. 일어나라~!


오늘 스케줄 많다. 일어나자.


오늘의 첫 목적지는 카우아이 동네 서점. 이런 배운 사람들 같으니라고.

인스타에서 발견하고 너무 예뻐서 찜 해놨던 곳이다. 비록 1쇄 전문이지만 나름 2권이나 낸 작가인데, 이럴 때라도 작가 코스프레 한 번 해야지. Hoxi, 내 책이 여기 진열되어 있다면, 이 가게를 웃돈 얹어 인수할 생각이다.


여기입니다. The westernmost bookstore in the US, TALK STORY
책방 주인장. 가게 인수 협상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지우야, 책 보고 하품하는 습관, 고치자.
소식적 책 좀 읽어본 자세
소싯적 밑장 좀 뺐었지. 9.5불만 됐어도 샀을 텐데
위에 걸려 있는 TALK STORY 에코백은 지금 지우의 준비물 가방이 되었음


자, 오늘의 첫 번째 메인 목적지는 Waimea Canyon, 마크 트웨인 형님께서 '태평양의 그랜드캐년'이라고 한 협곡이다. 난 협곡보단 협객을 좋아하는데. 그래도 여기가 파리의 에펠탑, 로마의 콜로세움,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처럼 카우아이에 당일치기로 오는 사람들도 반드시 들르는 No.1 방문지다. 놀면 뭐하니, 이런 곳은 찍고 와야지. 개인적인 느낌은 마우이의 Hana나 할레아칼라의 마이너 버전 정도?


Poipu에서 Talk Story 찍고 Waimea Canyon 가는 길
5분마다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싶어 진다.
여기가 와이메아야? 그럴 리가, 여기 아니야. 이 정도 풍경은 ktx 타도 볼 수 있음.
3400 FT면 0.3 곱해서 해발 1000m, 한라산 중턱 정도. 한 번 내려다보자~
여기가 waimea! 풍경에 감동받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사진 보단 웅장했음.
사람이 협곡 보단 아름답지
와이메아를 아차산 정도로 만들어 버리기


산을 봤으니 이제 바다를 봐야지. 자, 이제 배 타러 가자.

다음 일정은 처음으로 찐 여행객이 되어, 배 타고 나가서 카우아이가 자랑하는 Napali Coast를 감상하는 코스다. 여행 전부터 내가 가장 기대하던 시간. 어촌 출신답게 배 한 번 타야지~


다만 시간이 부담스러웠다. 오후 2시 30에 탑승하여 무려 4시간 코스. 과연 아이들이 무사히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난? 이때가 수술 후 1년이 지난 시점이라 아직 조심조심 살아가고 있었는데, 4시간 울렁거림을 버틸 수 있을까? 배보다 훨씬 다이나믹하게 움직이는 관성력과 원심력의 끝판왕, 부산의 난폭 시내버스들로 트레이닝된 몸인데, 문제없겠지?


배를 타러 가는 길에 Shrimp Station에 들러서 점심을 먹었다. 버터랑 코코넛 바른 새우들이 오바이트로 다시 나오지 않길 바라며 꼭꼭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 맛은 그닥.


shrimp station, 분홍색 간판이라니, 어린 딸을 키우나 보다.
조금 전에 산 Talk Story 에코백을 메고
이 집에 단무지 납품하고 싶다.


나팔리 코스트, Napali는 하와이 말로 절벽으로 약 27km의 해안 절벽이 펼쳐져 있다. 나팔리 코스트를 즐기기는 방법은 헬기투어, 보트 투어, 하이킹 세 가지가 있다. 하이킹은 내 기준에선 미친 짓이고, 헬기는 너무 비싸고, 그리하여 우리의 선택은 보트 투어. 


보트 투어 업체는 3곳이 있었는데 이름이 가장 간지나는 captain andy's의 선셋 투어를 골랐다. 스노클링 등 activity는 없고, 선상에서 핑거푸드 즐기며 보트 4시간 타고 돌아오는 길에 선셋을 보는 코스였다. adult 150불, children 100불 정도였으니 나름 500불이란 거금을 투자했다. 앤디 선장 건물 몇 채 세웠을 듯.



재간 넘치는 앤디 선장의 coconut 상태로 날씨 파악하기
Captain JJuk BBae
좋은 자리 찜
몇 안 되는 가족사진
지아는 멀미약에 취해 저기서 2시간 잠
미동도 안 해 죽은 줄
언니는 혼자 신났음
나팔리 코스트. 한 10분 보고 나면 새롭지도 않다.
지아 살아났다
쎄쎄쎄~ 아침 바람 찬 바람에~
지난 1년 수고 많았다
가족사진으로 마무리~


할머니 두 분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두 분 다 70대로 보였는데 한 분은 투어 내내 너무 행복한 표정으로 혼자 춤을 추셨고, 한 분은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앉아 계셨다. 표정의 변화도 없으셨다. 두 분은 어떤 다른 인생을 살아오셨길래 이 순간 정 반대의 모습을 하고 계신 걸까. 두 분의 지난 70년 스토리들이 궁금해졌다. 나도 70이 되면 한강 유람선이라도 타고 춤을 춰야지.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테다.


4시간의 보트 투어, 생각보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땡큐, 앤디 선장님. 아이들도 잘 버텨줬고, 나도 한 20분 졸았던 것을 빼면 멀쩡했고, 멀미약 덕분인지 아무도 멀미를 하지 않았고, 특히 지우가 이렇게 좋아할지 몰랐다. 카우아이는 이걸로 됐다. 성공했다.


내일은 오아후로 다시 넘어가자.

5일 차,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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