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차
일정이 헷갈렸다. 이번 여행이 총 10박이 아니고, 11박이었지. 6일 차 때 오아후로 넘어간 게 아니고, 카우아이에 하루 더 있었다. 그만큼 6일 차는 별 기억이 없다. 사진도 거의 없다. 잘 생각해보니, 배 타고 난 다음 날이라 혹시 몰라서 일정을 하나도 안 잡았었다. 실제로도 온 가족이 멀미약의 끝을 잡고 에프킬라 한 방 맞은 모기처럼 축 늘어진 하루를 보냈다. 내일은 이동 날이고 후반전 시작이니, 6일 차 오늘은 푹 쉬자.
일정은 심플했다. 오전에 포이푸 비치에 출첵을 하고 모래사장에서 뒹굴거리다 핫도그 사 먹고, 숙소에 돌아와 난 다저스 경기를 보고, 애들은 인형 놀이를 하며 쉬다가, 오후에 근처 쇼핑몰 가서 저녁 먹고 돌아오기. 남양주에서의 휴일 하루라 별 차이가 없다. 포이포에는 매일 오다 보니 이제 지우는 샤워하기 귀챦다며 수영복도 안 입고 나갔다. 지아만 그 옆에서 혼자 첨벙첨벙. 지우야, 네가 발만 담그고 있는 그 바다가 사람들이 지구 반 바퀴 돌고 비행기 두 번 갈아타고도 사진 몇 장 남기려고 찾는 곳이란다. 그러면서 엄마 아빠도 다시 박제 거북이 모드였으니 할 말은 없다.
조금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Poipu에서 5분 거리에 있는 Shops at Kukui'ula라는 조그만 쇼핑몰로 갔다. 이곳엔 Bubba Gurgers, Ruth's Chris Steak House, The Dolphin 등의 평타 이상으로 보이는 레스토랑들과 다수의 옷 매장들이 있었지만, 내가 아는 브랜드는 lululemon, Quiksilver 정도였다. 브룩스 브라더스랑 갭 없으면 쇼핑몰 아닌 걸로.
여러 레스토랑들 중 저녁은 가장 전통이 있어 보이는 Eating House 1849로 정해서 가고 있었는데, 식당 근처에서 Merriman's Fish House가 눈에 딱 꽂혔다. Merriman's는 3번째 하와이 빅아일랜드에서 지나던 길에 너무 예뻐서 봐 놓고 드레스코드가 있을 것 같아 다음 날 온 가족이 예쁘게 차려입고 부푼 마음으로 갔다가 풀 부킹이라 돌아서 나온 곳 아닌가. 빅아일랜드 Merriman's는 고급진 풀 다이닝 레스토랑이었고 이곳은 좀 더 가벼운 메뉴들이 있었지만, 한 번 차인 곳은 무조건 다시 가야지. 저녁 장소 변경~
마지막으로 Ross에 들러서 사 왔던 옷들을 반납했다. 이제 나이도 있는데 양아치 같은 옷은 안 사는 걸로.
안녕, 조용했던 6일 차~!
7일 차
카우아이의 6박이 무사히 끝나고, 오아후 5박을 위해 섬 간 이동을 하는 날.
아침에 동네 한 바퀴를 산책했다. 여기선 아침마다 신문도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짐을 다 싸고,
첫 번째 하와이 땐 집주인 달팽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는데,
여기서도 집주인 게코들에게 나이트클럽 수박을 선물하고 나왔다. 잘 살아라~
렌터카를 반납하러 갔다. 6박이 299불이었는데, 추가 요금이 100불 가까이 나왔다. 글로벌 회사 Hertz가 제대로 계산했겠지 하면서도 뭔가 속은 기분. 이것저것 다 갖다 붙이세요. 기꺼이 내겠습니다. 우린 세상 너그러운 하와이 여행자들이니까.
하와이 국내선 수속 전문가 김지영 상무님의 시간이 돌아왔다. 수화물 당 비용이 25불이었는데, 이번에도 키오스크 버튼 몇 개와 담당자와의 몇 마디 매직을 부리더니 개당 15불이 되었다. 오늘 일당 다했네. 쉬어~
오아후 5박은 호텔로 잡았다. 유명한 Hilton Hawaiian... 은 아니고, 그 옆에 있는 Ilikai Hotel & Luxury Suites으로 잡았다. 이번에도 예쁜 집을 렌트하고 싶었으나, 아직은 몸을 무리하면 안 될 듯하여 안전하게 호텔에서 묶기로 했다. 예산 범위 내의 호텔들 중 여러 조건들을 고려한 후, 꿈과 희망의 와이키키와 알라모아나를 걸어갈 수 있는 극강의 장점이 있는 일리카이로 정했다. 덕분에 오아후에서는 5박 중 3박만 렌트를 하기로 하고 처음으로 차 없는 이틀 정도를 보내는 새로운 경험도 덤으로.
짐을 던져놓고 알라모아나 Episode 1 출동. 아이들은 Disney, 지영이는 Victoria's Secret로 사라지고, 난 테슬라 매장에 들어가 봤다. 역시 난 차에 별 감흥이 없다. 조금 큰 미니카를 보는 기분. 역시 지우는 아무것도 안 골랐고, 지아만 양손 무겁게 있었다. 아냐, 오늘은 하나만.
저녁은 와이키키로 나가서 시장도 구경하고 산책을 하다가 Noi라는 Thai 레스토랑으로 갔다. 맛은 잘 모르겠고 쓸데없이 고급진 느낌의 식당? 내 취향은 아니었다. 하와이에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쉽지 않은데 내겐 이 집이 좀 그랬다. Thai 음식은 Thai에서만 먹자. 그래도 지영이랑 아이들은 좋아했으니 내 취향만 특이했던 걸로.
이렇게 6, 7일 차가 지났다.
여행 후반부 파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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