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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우 Dec 24. 2020

네 번째 하와이 : 8일 차

여행 8일차, 오하우 2일차의 시작. 벌써 여행 후반부라니 화가 난다. 시간은 아깝지만 그래도 늦잠을 자고야 마는 일관성이란. 차라리 이 페이스 유지하고 한국가서 시차적응 하지 말자. 자, 하루의 시작. 오아후에서의 첫 24시간은 뚜벅이였다. 차 없이 다니니 확실히 많이 걷는다. 만보기 차고 와서 인증할 걸. 정원의 섬 카우아이에서 닭, 물개, 거북, 게코, 개구리들과 있다가 서진국 여행지 오아후로 오니, 사람과 건물과 차가 너무 많다. 구름도 많고. 시골쥐가 짐보따리 하나 들고 도시에 처음 왔을 때 이런 기분이었겠지. 


오아후에 와서 첫 번째 외식은 절대 실패할 수 없는, 미슐렝 따위가 판단할 레벨이 아닌 최고의 식당 맥도널드였다. 나의 최애 메뉴 쿼터 파운더 치즈 버거를 먹었는데, 한국에서의 눈물 핑 도는 맛이 전혀 아니었다. 레이 크록 형님이 보시면 당장 맥도널드 구리점 알바생들을 데려올 듯. 


살포시 걸어서 호텔 바로 앞에 있는 Hertz에 렌트를 하러 갔다. 카우아이에선 정신이 없어서 못 물어봤는데, 여기선 남는 게 시간인지라 질의응답 세션을 통해 카우아에서 왜 추가 비용이 나왔는지 알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것은 우리가 도착 날 2pm부터 별생각 없이 6일 후 3pm까지 예약을 했는데, 2pm까지를 24h로 보기 때문에 3pm까지 추가 한 시간은 다음날로 카운트되어 7일이 계산된 것이었다. 헐, 어이가 없네. 설명을 좀 해주지. 하와이 패밀리가 이런 rookie mistake를 하다니. 


그래도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던 여기 담당자가 우리를 가엽게 여겨, 소형차를 미드사이즈 카로 업그레이드해주셨다.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퉁 치며 사는 인생, 다음에도 Hertz를 이용하겠습니다.


오늘은 대자연만 향하던 몸과 마음의 치팅 Day, 쇼핑 all day가 예정되어 있다. 동선, 비용, 감동 효율화를 위해 와이켈레, 코스트코, 월마트 순으로 정했다. 물론 이 매장들보단 이렇게 찍고 오는 드라이브 길 자체가 우리의 목적지들이었다. 


우선 스타필드보다 편하게 느껴지는 와이켈레 아웃렛. 우리 가족에겐 두 개의 브랜드만 있으면 된다. brooks brothers와 gap. 이번에도 brooks에서 와이셔츠 2개를 입양했다. Gap은 원래도 저렴한데 50% 세일까지 더해져 Ross 수준의 가격이었다. 아이들 옷 득템 쇼. 언제나 쇼핑에 소극적인 지우도 여기만 들어오면 Pretty Woman의 줄리아 로버츠가 된다. 


점심은 와이켈레 내 Chinese 도시락 집으로.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신기한 음식들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와이켈레는 한 번으로 끝내자.


지우, 지아의 최애 브랜드
언니, 이쁜 옷 있어~
하와이 올 때마다 여기서 와이셔츠 2벌씩
내가 좋아하는 음식 비주얼. 나도 고급지고 싶다.
미국 백반집


그다음 코스트코로 이동해서 와인 4병, 초콜릿, 화장품을 샀다. 사람들이 코로나 초기에 마크스를 사는 것처럼 긴 행렬로 서 있는 곳이 있길래 봤더니 목주름 화장품이 특가 세일 중이었다. 팽팽한 목을 사진 젊은이들은 모르겠지만 아무리 화장품 좋은 걸 써도 목주름은 숨길 수 없다. 이렇게 긴 줄을 서 있는 걸 보니, 이 제품을 바르면 목주름이 지우개처럼 지워지나 보다. 국내 쇼핑몰을 검색했더니 9만 원에 팔리고 있는 제품인데 여기선 30불이었다. 오호, 이 정도 arbitrage trading은 무조건 참전해야지. 우리도 긴 줄을 서서 6통을 샀는데, 계산할 때 보니 1인당 2통만 살 수 있었다. 그럼 너 두 통 나 두 통 하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코스트코 한 카드 당 두 개였다. 아쉽. Hertz 하루 추가만큼 억울한 기분. 대신 맨날 가서 2통씩 사야지. 


와인은 국내의 반 값 정도라 30~40불대 2병, 50~70불대 2병을 샀다. 중가는 여기서 마시고, 고가는 집에 잘 모시고 가서 좋은 날 마시는 걸로. 이런 쇼핑을 하면 뭔가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아빠가 와인을 보고, 애들은 디즈니를 보고
대왕 지네 한 마리 잡았다


월마트에서는 지우 지아 친구들에게 줄 열쇠고리, 머리핀 등 자잘한 선물들을 다이소 가격으로 샀다. 마지막으로 저녁에 호텔방에서 먹을 냉동피자 한 판 사서, 길었던 오늘의 쇼핑 마무리.


다시 호텔로 돌아와, 호텔 뒤 주차장을 찾았다. 호텔에 발레를 맡기면 하루 40불이었는데, 호텔에서 걸어 5분 거리의 공용 주차장을 이용하면 16시간에 16불, 이런 save가 너무 기분 좋은 걸 보면, 난 Pretty Woman의 리처드 기어가 되긴 글러 먹었다.


팬케익 파우더,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우리 집에 그대로 있음. 유통기한 안 지났나.
내가 좋아하는 1.5리터짜리 Root Beer
저 뒤에 공용 주차장
16 hr parking에 16불. 나이스~
오늘의 저녁, 냉동피자와 라면


저녁을 먹고 컴퓨터를 켰다. 내가 학기 중에 왔지 참. 기말고사 문제를 빨리 넘겨야 했다. 하와이에서 시험 문제 출제라, 살짝 낭만적일 뻔 했쟈나. 근데 이러면 안되는데, 시험문제에 엄청나게 장난을 치고 싶었다. 레전드로 남을 수 있는 기상천외한 문제에 대한 쓸데 없는 욕심이 자꾸 올라왔다. 그리고 자꾸 그런 문제들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아놔. 참아야 해. 이제 첫 학기인데 너무 장난을 치면 총장님께 불려가서 귀싸대기 맞고 손들고 서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참아야 해. 


시험문제 출제하기는 주관식이나 서술형이 훨씬 쉬우나 채점할 엄두가 안나, 꾸역꾸역 건조하고 쉬운 객관식 50문제를 내고 조교님께 토스~ 아, 이제 진짜 학 학기가 끝나구나. 물론 장난끼가 묻어나는 문제들도 중간중간 섞긴 했다. 학생들 한 학기 고생 많았는데, 시험 시간만이라도 피식~ 하라고.


내가 냈지만, 이런 건조한 문제들 참 싫다.


하루 종일 쇼핑 다녔지만, 알고 보면 얼마 안 쓴 8일 차, 

또 하루가 지나갔다. 화가 난다. 

그래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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