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성공들이 모여
‘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왜 이렇게 버거울까? ’
어느 날 문득 당연하지만 이상한 궁금증이 들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내가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그림책도 읽어주고, 밥도 예쁘게 챙겨줘야지 라는 로망이 분명 있었기에 지금의 모습은 상상했던 그림과 약간 거리가 있었다. 나의 하루는 빽빽하게 아이 위주로 채워졌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이고, 씻기고, 기저귀를 갈고, 놀이를 하고, 낮잠 재우기를 반복하다 보면 밤이 찾아왔다. 아이를 사랑하기에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신적, 신체적 노동이 되풀이되다 보니 매일이 지치고 버거웠다. 거기에다 잃어버린 나만의 시간에 대한 욕구도 커져있는 상태였다.
날 챙기면서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평소 좋아하는 일들을 하나하나 적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아이와 함께 보내는 일과에 살짝 넣어보았다. 그건 나 혼자만의 자그마한 도전을 쪽지에 적어서 상자에 넣는 일과 같았다. 어떤 쪽지를 꺼내도 즐거운,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큰 위기는 아닌 일들 말이다.
예를 들면 나는 커피를 매우 좋아했기에 드립 커피를 준비하는 일과를 시도했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커피를 내리는 일이 쉽지 않았고, 다 내린 커피를 식어서야 마주하기 일수였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하루 일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갔다. 돌 즈음부턴 커피 그라인더 손잡이를 함께 돌려주니 재미있는 장난감을 만난 것 마냥 좋아했고, 현재 30개월이 된 아이는 “나중에 커서 엄마, 아빠랑 커피 같이 마시자 “란 귀여운 멘트까지 날린다. 아이랑 함께 좋아하는 드립 커피를 매일 챙겨 마실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리고 산책을 거의 매일 다녔다. 한참을 걷다 보면 그날의 공기, 바람, 햇빛이 몸의 감각을 선명하게 만들어줬고, 동시에 힘들었던 감정은 멀리 환기시켜 주었다. 단지 걷기만 했을 뿐인데 나의 스트레스가 날아가다니! 아이가 좀 더 자라 걸음마를 시작한 후론 나뭇가지, 돌멩이, 나뭇잎 등을 주우며 놀았기에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집 밖은 아이에게 새로운 놀이터이자 엄마에겐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또 산책 중간에 함께 가고 싶은 카페를 발견하는 일은 나에게 분명 기다려지는 시간 중 하나였다. 음료를 마시고, 쿠키 같은 간단한 디저트를 함께 고르며 나눠 먹는 즐거움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단골 카페 주인분이랑 간단한 안부인사를 나누다 보면 축 쳐졌던 내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돌이켜보면 아이가 너무 어릴 때는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도전하기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이가 커감에 따라 조금씩 수월해졌고, 실패에 상관없는 작은 도전을 시도하니 작은 성공들이 모여 나의 육아 일상은 풍성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소소한 성공의 반복은 ’저 엄마로서 괜찮게 살고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그러면서 내가 육아를 잘하고 있다는 자신감, 즉 유능감도 자라났다. 현재 육아가 힘들게 느껴진다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운 조각 하나를 넣어 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