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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곰돌이 Sep 06. 2018

3. 박사는 왜 이렇게 많을까

학위 받으면, 연봉은 잘 쳐 주고?


'과학자들은 어떻게 워킹푸어가 되었나' 특집 보고서

1. 과학자는 어떻게 워킹푸어가 되었나 - 우리는 행복하게 연구할 수 있을까?

2. 과학자에게 돈이 없는 이유: 지원금이 적어서? - 문제는 돈이 아니라, 제도와 정책

3. 박사는 왜 이렇게 많을까 - 학위 받으면, 연봉은 잘 쳐 주고?

4. 연구가 하고싶어? 정착하거나, 떠돌이가 되거나 - 연구하는 삶을 꿈꿔도 될까요

5. 대학원: 일자리는 만들고, 학생은 줄이고 - 지속가능한 대학원으로의 체질 개선

6. 대학원과 기업: 장학금과 맞춤 연구자의 교환으로- 산업 경쟁력에서 미래 경쟁력으로의 선순환

7. '과학자들은 어떻게 워킹푸어가 되었나'를 마치며 - 젊은 세대가 한국 이공계, 한국 사회의 미래이기 때문에



한국 생명과학계에서 낮은 기대수입, 오랜 교육기간, 불안정한 연구 환경으로 대표되는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 까닭으로 생명과학 연구자들이 수요에 비해 과잉 배출될 수밖에 없는 현재의 대학원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이공계 박사 인력 관련 보고서를 살펴보면, 활용 규모에 비해 배출 규모가 두 배 이상 많아 박사 인력이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며, 공공부문 선호도는 높은 반면 민간 부문 R&D는 빈약하여 노동 시장 수요가 왜곡되어 있다.[18] 한국 대학원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미국의 사례를 보면, 2012년을 기준으로 매년 16,000명의 학생들이 미국 내 생물학 관련 박사과정에 입학하고, 이들 중 9,000명이 평균 7년 만에 졸업한다.[19] 한국의 경우 생명과학 대학원 입학자를 특정한 통계는 없지만, 2011년을 기준으로 32,971명의 학생들이 이공계대학원에 입학하며, 9,408명의 석-박사 학위가 배출되고 있다. [20]

한 명의 교수가 일생에 거쳐 수많은 박사를 만들어내고, 그들을 위한 새로운 교수직이 필요하며, 더 많은 연구비 지출이 국가에 요구된다.


이처럼 많은 대학원생이 선발되는 까닭은, 대학원생의 저렴한 노동력으로 국가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연구 논문을 생산하는 오늘날 대학원 구조 때문이다.[21] 2000년대 초반,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인한 국력 약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하여 한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이공계분야에 투자를 시작한 이래로 연구개발비, 교육비, 인건비 등을 집중 지원하였고, 이를 통해 대학 소속 연구자들이 연구를 수행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22] 이 과정에서 연구자는 전문 연구인력에 비해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학원생을 연구보조원(Research Assistant)로 고용하여 연구를 수행했고, 이렇게 배출된 의생명과학 분야의 박사학위 연구자 중 일부가 교원으로 대학에 고용되어 다음 세대의 과학자를 양성하게 되었다. 한편 대학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로부터 수혜한 연구비의 일부를 새로운 연구실을 증축하고, 신임 교수의 정착연구비 등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통해 교수와 대학원생의 수, 그리고 수혜 하는 연구비를 점차 늘려 나갔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을 통해 배출되는 석사-박사 인력의 향후 진로에 대해, 국내에서는 취업률 지표만 파악되었을 뿐 인력 활용을 위한 구체적인 추적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23] 우리와 비슷한 대학원 구조를 공유하는 미국의 경우, 배출된 석-박사 인력의 추적 연구가 다수 진행되었고 의생명과학 분야의 인력 수급과 이들을 소화할 일자리의 불균형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1973년에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의 55%가 6년 안에 정년트랙 연구자가 되었지만, 2009년이 되자 이 비율은 18%로 줄어들었다.[24] 반면 의생명과학 분야 박사학위자의 80%는 졸업 후 박사후연구원 계약을 맺는다. 이들은 평균 4년의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거치고, 최종적으로 생물학 박사과정을 시작한 사람 중 10%미만이 대학에서 연구교수 자리를 얻게 된다(테뉴어가 아니다).


인력 수급과 일자리가 불균형을 이루는 구조 때문에 재정적으로 독립된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학부 졸업 후 15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고, 그나마도 10% 미만의 학생들에게만 최종적으로 독립된 연구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는 사실이 오늘날 생명과학 대학원생과 신규 박사 연구원이 처한 현실이고, 계층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18].박기범. "이공계 박사인력 수급 환경의 변화." STEPI Insight 18 (2009): 1-20.
[19].Polka, J. (2014). Where will a biology PhD take you. American Society for Cell Biology. 
[20].변순천, et al. “BK21사업 종합분석평가에 관한 연구, 한국연구재단.”
[21].https://www.kri.go.kr/kri2 한국 연구자정보 홈페이지의 전월 기준 최신 통계에 따르면, 발표된 전체 연구논문 저자 가운데 전임교원은 17.14%, 전임교원 외 박사 연구자 21.2%, 기타 61.7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학위를 취득하지 않은 대학원생들 중심의 연구가 전체 연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2].교육과학기술부 외 (2012), BK21사업 현황과 평가관련 내부 세미나 자료

[23].홍성민, et al. "과학기술인력정책의 효과성 제고 방안." 정책연구 (2012): 1-245.
[24]. Kahn, Shulamit, and Donna K. Ginther. "The impact of postdoctoral training on early careers in biomedicine." Nature biotechnology 35.1 (2017):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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