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너의 표정.
도현이가 좋아하는 아이는 어떤 사람일까. 문득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알고 싶진 않았다. 또 보고 싶었지만 마주치고 싶진 않았다. 참 모순적인 마음이었다.
그래도.. 만약 마주치게 된다면 어떨까?
"강미소 도서관 안 갈래?"
"엥? 갑자기? 네가 어쩐 일로?"
"아 뭔가 오늘은 도서관이 삘이야. 오늘 가면 진짜 공부 개 잘 될 듯."
"아~ 귀찮아. 나는 걍 집에 있을래."
"아!! 안돼! 나와라 너어~? 한 시에 보자 기다린다!!"
"야! 야야!!"
1시에 도서관 앞에서 기다린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어버린 지민이었다. 주말에도 공부라니.. 귀찮은 맘에 지민이에게 다시 전화를 걸려고 하는 순간, 도현이가 주말마다 도서관에 간다고 했던 상일이의 말이 떠올랐다. 방학이 시작되고 나서는 한 번도 도현이를 보지 못했다. 어째서인지 단톡방에서도 별말이 없는 도현이었기 때문에 도서관에 간다면 오랜만에 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야~~ 강미소!!"
"ㅎㅎ 혹시나 안 올까 걱정했는데 왔네?"
"웃어? 너 진짜.."
"ㅋㅋㅋ 야야 내가 저녁 진짜 맛있는 거 사줄게!"
"두고 봐라. 나 점심도 안 먹었다."
"ㅋㅋㅋㅋ 알겠어 알겠어."
내 눈은 자연스럽게 도현이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똑같이 두리번거리던 지민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 지민이도 누군가를 찾는 듯했다. 지민이와 나는 어색하게 웃다가 바로 공책을 펼쳤다.
'너 박도현 보러 온 거지? 내가 아니라?'
'뭐.. 겸사겸사지..'
'그러는 넌! 왜 그렇게 두리번거리냐?'
'나? 박도현 만나려고.'
'???'
지민이는 잠시 나와보라는 손짓을 하면서 나를 밖으로 불렀다.
"아니, 김상일이 전에 그랬잖아. 박도현 도서관에서 산다고. 우리 방학 내내 박도현 한 번도 못 본 거 알지? 연락도 잘 안되고.. 그래서 직접 만나러 왔지 ㅎㅎ"
"근데 도현이가 좋아할까..? 뭔가 방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야야, 내가 김상일한테 오늘 도서관 간다고 했거든? 그랬더니 '오! 박도현도 있을 텐데! 만나서 걔 바깥공기 좀 쐬어줘라! 걔도 너네 만나면 좋아하겠다!'라고 했음 ㅎㅎ 그리고 이건 별로 반갑지 않은 소식인데 걔도 저녁에 오겠대~^^"
"아 그래..? 근데 그건 김상일 생각이니까.."
"어? 또 소심해졌네? 너는 박도현 얘기만 나오면 그러더라. 좀 자신감을 가지라고! 그리고~ 내가 박도현한테 며칠 전에 연락했어. 조만간 도서관 갈 일 있는데 볼 수 있음 보자고. 얼굴 안 본 지 오래돼서 까먹겠다고 서운하다고 하니까, 좋다고 그러더라 ㅎㅎ"
"진짜?"
"어~ 진짜!"
그 말이 왜 이렇게 안도감을 주는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다 같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떴다.
"하.. 김상일은 약속시간을 안 지켜요.. 이자슥 진짜..!"
"좀만 더 기다려보자. 10분만 더 기다려보고 연락해 보자."
오랜만에 다 같이 저녁밥을 먹기로 했다. 상일이와는 도서관 앞에서 만나기로 했고, 도현이는 30분 정도 늦게 식당으로 바로 온다고 했다. 6시에 만나기로 한 상일이는 20분이 넘도록 그림자조차 비치지 않고 있었고, 그런 김상일은 버리고 가자며 지민이가 나를 재촉했다. 그렇게 지민이와 상일이 사이에 끼인(?) 채로 버티고 있었다.
날이 서서히 어두워지자 도서관 앞을 길게 늘어선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밝아지는 가로등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시선이 옮겨지다가 익숙한 뒷모습을 보았다. 도현이였다. 그리고 그 옆엔 우리와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자전거를 끌며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 그리고 처음 보는 도현이의 수줍은 표정..
나는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