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건물주라고 펑펑 놀러 다닐 순 없다

feat. 관리인을 따로 두지 않는 이유

저에게는 2000년부터 2017년 11월 30일까지 약 18년을 함께 산 강아지가 있었습니다.

20대와 30대를 온전히 이 친구와 함께 보냈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 숨을 거두던 새벽에 옆에서 몸을 쓰다듬어 주며 오랫동안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슬픈 일이었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아, 이제 좀 내가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겠구나. 어머니도 이제 어디 여행도 가시고 할 수 있겠다.


반려동물을 키워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집을 비워 놓는 것이 큰 부담이 됩니다.

겨우 1박 2일 여행 가는 것도 힘드니까요.


강아지 키우는 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건물주에게도 이와 비슷한 애로 사항이 있습니다.


누군들 안 그러겠냐만 저는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쓰며 살고 싶습니다.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고 은퇴를 한 지금, 시간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자유로워졌습니다.

이렇게 제 이야기도 글로 쓰고, 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습니다. 아침에 눈 떠서 그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니 너무 행복합니다.


이렇게 살다 보니 가족들끼리 해외에 나가서 한 달 여행이나 하고 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아~ 이 추운 날씨에 발리 같은 곳에 가서 에어비앤비로 돌아다니며 한 달 동안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행복한 상상을 할 때마다 가지고 있는 부동산이 맘에 걸려서 멈칫하게 됩니다.


13명의 세입자를 두고 한 달 동안 해외여행이나 다닌다면 운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에어비앤비 15분기 연속 슈퍼 호스트 같은 건 될 리도 없고요.


아기가 좀 크면 미국에서 2년 정도 살고 오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는데, 이것 또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면 힘든 이야기입니다.


부동산이라는 족쇄가 제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관리인 하나 두면 되지 뭘 고민이냐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세상에 믿고 일 맡길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관리인을 두면 수익은 그만큼 줄어들고 관리인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관리해야 합니다.

돈만 주면 알아서 잘해줄 것 같다고요? 그건 너무 순진한 생각입니다.


지금도 저희 집 청소해주시는 분이 있지만, 비가 올 때마다 꼭 옥상에 가서 배수구에 쌓인 낙엽 치워달라고 말을 해야 합니다. 말을 안 하면 안 해줍니다. 아니 그런 분하고 왜 일을 하냐고요? 이 분이 그래도 일을 잘하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_-;

옥상에 비가 이만큼 쌓이도록 방치해두다니... 방수 공사 이후라 다행이죠.


내일부터 또 날씨가 영하 10도로 내려간다는데요. 이런 날은 보일러가 얼까 봐 걱정입니다.

세입자들에게 보일러 틀어놓으라고 신신당부 하지만 여행 가서 집에 없다는 세입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가서 켜주고 와야 합니다. 말을 해줬음에도 다음 날에 아침에 깜빡했다며 뜨거운 물이 안 나오는데 어떻게 하냐고 카톡이 오기도 합니다. 고쳐주러 가야 합니다.


이야~ 별게 다 걱정이다. 그래도 그만한 직업이 어딨냐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직업들 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하루 휴가 내는 것도 눈치 봐야 하는 대다수의 회사원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건물주보다 시간과 공간에서 더 자유로운 직업들이 있습니다.

프로그래머라는 제 다른 직업도 이 중 하나에 속하는데요. 저는 프로그래머와 건물주로서의 제 생활을 종종 투자 관점에서 비교해서 보곤 합니다.


다음에는 이 주제로 글을 적어보겠습니다.

이전 09화 옥상 방수 공사 썰 - 2편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건물주가 쉬워보이냐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