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단편 소설 시리즈
하나….
둘….
셋….
소년은 숫자를 세었다. 수면 아래의 세계를 눈에 담으며 머릿속으로 하나하나 수를 쌓아갔다. 바다는 맑고 물살은 보드라웠다. 자세를 유지하는데 큰 힘을 쓰지 않았지만 파도에 휩쓸리거나 균형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다. 바다는 마치 마을 초입에서 잡동사니를 파는 인심 좋은 아주머니처럼 소년을 반기는 듯했다. 덕분에 육지에서 온 손님으로서의 지위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일흔아홉….
여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소년이 솟아오른다. 잘 닦아놓은 유리창 같은 수면이 와르르 깨지더니 그 주위로 동심원이 퍼져나갔다. 어제는 마흔까지 세어두고서 이름 모를 물고기 떼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 물고기는 작은 몸집에 굵고 검은 줄무늬가 있었다. 커다란 눈이 소년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 바람에 소년이 숨을 멈추고 차곡차곡 쌓아가던 수가 우수수 무너져버렸다. 아쉬운 마음에 몇 번이고 숨을 참으며 수면 아래로 몸을 가라앉혔지만 이미 눈과 마음은 그 물고기의 행방을 쫓고 있었다. 오늘은 아직 그 물고기를 만나지 못했다. 이번엔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소년은 조그마한 가슴을 부풀려 가득 호흡을 들이마시고 머리를 바다로 힘껏 밀어 넣었다.
하나….
about <촏>
글쓰기 앱 <씀: 일상적 글쓰기>에 매일 업로드되는 글감을 주제로, 글쓰기 훈련용으로 쓴 초 단편 소설 시리즈입니다. <씀>의 서비스가 거의 방치 상태이다 보니 작성 글 백업 겸 틈틈이 정리해 브런치에 공개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 각각의 <촏> 에피소드는 별개의 내용이며 한 편으로 끝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