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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댕 Jan 31. 2021

스물아홉 번째 촏: 거꾸로

초 단편 소설 시리즈

  거꾸로 걷는 남자는 마을의 유명인사였다. 그는 좀처럼 말이 없었다. 거꾸로 걷는 이유에 대해 누군가 물어도 싱긋 웃으며 가던 길을 갈 뿐이었다. 물론 거꾸로 말이다.

  걷는 속도도 결코 느리지 않았다. 한 번은 그가 두고 간 가방을 전해주느라 한참을 뛰어 따라간 적도 있었다. 그가 카페를 빈손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고 급히 그의 가방을 들고 따라나섰지만 그는 이미 두 블록 정도 거리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가 거꾸로 걷고 있었기에 가방을 흔들며 뛰어오는 나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재미있게도 그는 다시 뒤를 돌아 나를 향해 걸어왔다. 순간적으로 앞으로 걸을 법도 한데 말이다.

  그의 아내가 2년 전 사고로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미쳐버리는 바람에 거꾸로 걷는다는 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친절했고 다정한 이웃이었다. 다만 내가 직접 목격한 이상한 광경은 한 가지 있었다. 카페에서 손목시계를 가만히 바라보며 멍하니 있더니 이따금씩 고개를 숙여 눈물을 훔치는 것이었다. 마치 흐르는 시간을 야속해하듯 말이다. 




about <촏>

글쓰기 앱 <씀: 일상적 글쓰기>에 매일 업로드되는 글감을 주제로, 글쓰기 훈련용으로 쓴 초 단편 소설 시리즈입니다. <씀>의 서비스가 거의 방치 상태이다 보니 작성 글 백업 겸 틈틈이 정리해 브런치에 공개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 각각의 <촏> 에피소드는 별개의 내용이며 한 편으로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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