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및 기질검사

by 한은성

여러 과정을 겪은 후 나는 카페 알바를 그만뒀다. 그리고 1년 간 어느 회사에 계약직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그 회사에 다닌 목적은 딱 하나 유럽여행이였다. 한때는 여행작가가 꿈일 정도로 세계여행을 꿈꿨었는데 퇴사 후 여권을 만들어놓고도 가까운 일본도 가보지 못한 나에게 크나큰 결심이였다.


하고싶던 춤도 뒤늦게 배웠던 음악도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나로서는 나이가 들면서 안정화 된 직장을 다니며 결혼을 하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한번은 고등학교 동창회에 나간 적이 있는데 나빼고 전부 회사원이였고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여럿이고 심지어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친구도 있었다.


다들 회사얘기, 결혼얘기, 집얘기를 하는데 할말이 없었다. 괜한 주눅이 들고 덩그러니 혼자 도태된 사람 같았다. 단 한번도 내가 선택한 삶에 대해 후회하거나 부끄러웠던 적이 없었는데 나만 잘못 살고있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도피하고 싶고 외면하고 싶었다.


아르바이트 하던 곳은 안정적인 회사였는데 출근해서 동창회 간 얘기를 하게 됐다.

거기에 일하는 직원 언니들이 그냥 우리 회사 이름 말하지 그랬냐고. 알 바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차마 계약직 아르바이트인데 직원이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회사에 다니면서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안정적인 회사를 다닌다는 것.


워낙 사람들을 좋아했던 나는 퇴근 후에 사람들과 어울려 술도 한잔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은 할 일을 다 마치고 여유를 즐기는 것이고 나는 단지 노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느끼면서 내가 꿈꿔왔던 예술가의 길이 아닌 이런 안정적인 직장인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회사에서 친해진 사람들 조차도 나에게 우리회사 한번 넣어보라고 아니면 비슷한 류의 회사는 알바도 나름 경력이니 지원해보라고 추천해 주시기도 했다. 잠깐이지만 심도있게 고민했다.


정직원은 아니였지만 그들과 함께 출근해서 지문을 찍고 다르지만 비슷한 업무를 본다는 책임감과 나름 큰 회사에 일원이 된 것 같아 잠시나마 안정감을 얻곤 했기에.


이런 저런 결정을 하지 못한 채 답답한 마음에 상담가 친구에게 TCI검사라는 성격 및 기질 검사를 하게 됐다.

검사지의 결과는 놀라웠다.


성격이라는 것은 후천적으로 생겨난 것이고 기질이라는 것이 타고나는 것이라는 것.


내가 좋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타고난 기질이었다는 것과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오히려 성격이었다는 것.


기분이 묘했다. 좋기도 하고, 찜찜하기도 했다.

이제껏 생각해왔던 것과 다르고 내가 노력한다면 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희망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왜 그런 심오한 생각들을 하고 무슨 일을 하던 최선을 다해 마음을 쓰며 행동하는지도 알게 됐고 내 인생이 왜 이렇게 흘러가듯 살아왔는지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 검사지에서 나의 점수는 대부분이 높았다.


딱 한 부분 빼고. '자율성'

의아했다. 자율성? 자율성이 뭐지? 자유로운 마음인가?

친구에게 물었다.

" 아라야, 자율성이 뭐야? 난 나름 자유롭게 산거 같은데. "

친구가 대답했다.

" 은혜 너는 너의 마음에 대해서 잘 알아? 잘 묻는 편인 거 같아? "


이 질문을 듣자마자 멍 했다.

내 마음.. 내 마음이라...

내 마음이 뭐지? 내 마음 상태가 어떻지?

처음이다. 내 마음에 대해 운운한 적이. 친구에게 모른다고 했다.


친구는 내 마음을 온전히 '좋음'으로 선택한 적이 있냐 물었다.


아니, 없다. 내 좋음이라는 것을 나에게 물어본 적이 없다. 좋아하면 실행했지 묻지 않았다.


나는 우유 분단한 성격도 아니고 어딜 가서 선택도 잘하고 내 생각도 잘 말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정작 중요한 순간들과 선택지에서는 나의 마음보다는 주변의 시선, 특히 부모님의 기대, 환경적인 부분.

대략 이 3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결정했던 것이다.

춤을 그만둔 것도, 헤어 자격증을 땄던 것도, 회사를 3년 다닌 것도.

이 모든 것이 내 좋음으로 선택하였는가? 아니다. 나는 내 '좋음' 이 무언지 알지 못했다.


부모님의 권유로, 세상의 흐름으로 맞추기 바빴다.

그래서 늘 공허했고 내가 이 곳에 왜 존재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무슨 일을 하던지 의미를 부여하는 나로서는 의미가 없는 삶이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

나는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이라서 그 자리에서 인정받고 싶었고 뒤쳐지고 싶지 않았다.


단지 실행력이 좋고 즉흥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 순간에 이룬 것은 많다.

춤을 시작한 것도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보러가는 것도 좋아하던 작가님 전시회에 가서 싸인을 받은 것도 그렇다 할 성과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나의 마음을 묻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 좋기때문에 실행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 정작 내 삶에 중요한 진로 문제나 부모님의 관계 속이나 이런 것들은 마음에게 묻지 않았다.


진정으로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좋아하는 것이 맞는지 왜 안주하고 있는지 왜 표현하지 못하는지 등

중요한 문제 앞에선 우유부단 그 자체였다.


그때 깨달았다. 춤을 그만둔 그 때 부터 나의 삶은 내가 꾸려나가지 못했구나.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생각에 나의 10년을 객관화해서 돌아보게 됐다.

생각해보면 노는 것도 내일 당장 죽을 것 처럼 오늘 놀고 죽자식으로 놀곤 했는데 계획있게 절제하는 친구들을 보면 마냥 신기하고 한편으론 그들을 부러워했다. 포괄적으로 봤을 때 나는 딱 저런 사람이였던 것 같다.


그냥 지금 좋으면 하고 아니면 말고.

내 마음에게 물어 진짜 필요한게 무엇일까 생각하거나 계획을 짜거나 하진 못했다는 것이다.

모든 것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지금 나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자율성 그리고 자존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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