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연휴의 마지막 날이자 그녀를 향한 고백의 대답을 들을 수도 있는 9월 26일이 잔인하게 다가왔다. 편지를 건넨 이후 그녀에게 따로 연락은 오지 않았다. 아마 편지의 ‘ps’ 속 당부를 충실히도 지킨 것이겠지. 미르연못에서 만나기로 통보한 시간이 저녁 7시니까 6시쯤 슬슬 출발하면 30분 일찍 미르연못에 도착할 것 같았다. 시간을 딱 맞춰서 출발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하루종일 쿵쾅대는 심장은 내 안의 모든 조바심을 부추기면서 도무지 날 가만히 놔두지를 않았다. 어떻게든 움직여야 심장이 조금은 진정될 것 같았다. 작은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보고, 바깥공기도 쐬어 보고, 1층 거실에 내려가서 TV를 보기도 하면서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의미 없이 하루를 흘려보냈다. 결국 6시가 되자 쥐를 발견한 굶주린 고양이처럼 부리나케 하숙집을 뛰쳐나왔다.
사람들은 ‘연휴 후 월요일 정식 출근’이라는 종말의 날을 대비해서 각자의 집에서 마지막 안식을 취하고 있었는지 거리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이따금 가늘게 뿌리는 비가 간헐적으로 뺨을 스쳐 지나갔다. 우산을 챙겨가야 하는 걱정이 잠깐 들었지만, 워낙 가는 비라 귀찮은 마음에 다시 하숙집에 돌아가서 우산 챙기는 걸 과감히 포기했다. 다만 그녀는 우산을 챙겨 올까, 하는 걱정이 조심스레 들었을 뿐. 가늘게 내리는 비를 몸과 마음에 그대로 흡수하며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미르연못에 도착했다. 아름드리나무들과 고풍스러운 벤치들이 연못 주변을 빙, 두르고 있어 연못 자체는 하나의 낭만 가득한 섬처럼 느껴졌다. 연못 안에는 또 하나의 작은 섬이 떠 있어서 특히 대학 축제 때는 커플들을 위한 사랑의 조각배가 둥둥 떠다녔다. 이처럼 미르연못은 커플들의 유명한 데이트 명소라서 난 무의식적으로 미르연못을 우리 둘만의 운명의 장소로 점찍었을지도 모른다. 휴일의 막바지였지만, 여전히 몇몇 커플은 연못 주변을 배회하며 그들만의 달콤한 밀애를 아기자기하게 나누고 있었다. 연못의 중심에는 원앙새 몇 쌍이 서로 교태를 부리며 물위를 떠다녔다. 난 가급적 사람들 눈에 안 띄는 연못 구석의 벤치에 자리를 잡고 지나가는 커플들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연못 데이트를 즐기는 그들의 모습이 점차 오버랩되면서 그곳엔 나와 그녀가 미소를 띤 채 다정하게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 등장했다. 피가 온몸을 활발하게 돌면서 삶의 생기가 피어나는 것 같았다. 과연 그녀는 나와줄까? 안 나온다면 내일부터 그녀의 얼굴을 어떻게 보지? 피해야 하나, 능청스럽게 대해야 하나?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히는 사이에 핸드폰 시계는 어느덧 7시를 알렸다.
7시 정각이지만 아직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집에서 학교까지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차가 밀릴 수도 있고, 여러 변수들을 생각하며 아직 오지 않는 그녀를, 올 거란 미련을 붙잡은 채 애타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대학교 후문은 번화가였기 때문에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해 있었고, 마침 어느 화장품 가게에서 틀어 놓은 듯한 한 가수의 노랫소리가 이곳까지 은은하게 슬프게도 전달되었다.
‘더 이상 내가 다가갈 수 없게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 널 포기하도록
자신이 없다면 나에게 돌아와도 돼. 지금도 널 위해 나는 살아가고 있으니.’
자세히 들어보니 김민종의 ‘비원(悲願)’이라는 노래였다. 비도 조금씩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저런 노래가 흘러나오니 예전의 내 고귀한 취미 활동이 떠올랐다. 난 머릿속으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을 탄생시켰다. 비련의 여주인공과 그녀를 끝까지 사랑하는 남자 주인공, 시간이 지나도 절대 잊히지 않는 사랑, 인연이 되면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될 사랑 등 애절한 스토리텔링이 내 머릿속에서 뭉게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오랜만에 괴팍한 취미 활동을 하느라고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시계는 벌써 7시 30분을 가리켰다. 날을 이미 어두워졌고 빗줄기는 아까보다 더욱 거세졌다. 내 고약한 의지로 우산을 안 챙겨 온 것이지만, 설령 우산을 가지고 왔더라도 굳이 우산을 펴서 비를 피할 것 같진 않았다. 그녀가 안 올 수도 있다는 슬픈 절망감은 내리는 빗속에 나를 모질게 방치해 버렸다. 연못을 거닐던 커플들도 비를 피해 각각 자기들의 숲으로 도망갔다. 이젠 연못가에 남은 건 나와 내 환상이 심어 놓은 망상뿐이었다. 이제 다시 그녀의 웃음소리와 그 미소를 못 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나에게 매정한 채찍질을 가했다. 마음 군데군데에 금이 가면서 진물이 나오는 상처가 돋아난다. 너무 성급했었나? 그냥 친한 친구 사이로 남을 걸 그랬나? 온갖 참회의 상념들이 나를 빗속으로 더욱 강하게 밀어 넣었다. 비야 더 내려라. 아린 감정이 씻겨 내려갈 수 있게.
10시가 다 되어 가자, 난 후회와 자책의 마음을 벤치 위에 고스란히 남겨둔 채 하숙집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돌이켰다. 밤비는 내 어리석은 선택과 결정을 책망하는 듯 더 세차게 내 뺨을 때렸다. 무엇이 빗줄기이고 무엇이 눈물 줄기인지 구분이 안 될 만큼, 빗줄기는 눈물 줄기와 섞이어 애달프고 거대한 슬픔의 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숙집에 도착하자마자 핸드폰을 꺼냈다. 여전히 전화나 문자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널 부담스럽게 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그녀와 애써 쌓아 놓은 돈독함, 친밀함, 유대감, 일체감 같은 감정들이 가득 담겨 있는 투명하고 아름다운 유리병을 바닥에 내팽개쳐서 깨뜨려버린 것은 나였기 때문이다. 너무 소중한 추억과 교감의 순간들을 더 아끼고 길렀어야 했는데, 섣부른 내 욕망으로 인해 우리가 가꾸어 온 우정의 꽃은 뚝, 하고 꺾여 버렸다. 무슨 염치로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변명을 건네겠는가. 그녀 역시 상처를 받았을 게 분명하다. 이 상황에서 건네는 미안하다는 제스처는 오히려 그녀의 마음에 더 큰 생채기를 낼 것이다.
비에 젖은 몸을 대충 씻고 나온 사이 문나잇에게서 두 통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메시지의 내용이 뭔가 심상치 않아서, 또는 오늘의 일에 대해 친구가 건네는 위로의 한 마디가 필요해서 통화 버튼을 눌러봤지만, 문나잇은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마 선주가 너에겐 첫사랑이겠지? 변소남이가 사랑도 할 줄 알고 이제 어른이 다 됐구만. 그녀가 너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을지,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지, 아니면 평생을 함께할 인연일지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너는 행복하길 바란다. 나처럼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말고. 나는 자유를 찾아서 먼저 떠난다. 미안하다, 너의 친구, 문순정.’
‘아, 그리고 오늘 저녁때쯤에 △△사거리 쪽에서 선주를 만났음. 무슨 사연이 있어 보임. 관심 요망.’
순정이가 전화를 받지 못한 이유는 다음 날 등교를 하고 나서 알게 되었다. 난 2박 3일 동안 현실 세계를 부인하고픈 벙어리가 되어 영정 사진으로 남아 있는 순정이의 곁을 조용히 지켰다. 스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맞이한 가까운 친구의 죽음은 신이 장난스럽게 만들어 놓은 가상현실 같았다. 대학 동기들도 순정이가 세상을 떠난 다음 날 차례로 조문을 와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어둡게 갖춰 입고, 스무 살 친구의 죽음이라는 낯선 세상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마구 울어 댔다. 난 남들이 보기에 야박하게 느껴질 만큼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누구보다 순정이와 친했지만, 이상하게 눈물샘이 말라버린 것 같았다. 내가 눈물을 터뜨리면 영정 사진 속 순정이가 금방이라도 툭 튀어나와서 울보라고 놀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저 순정이의 오랜 가족처럼 친구의 마지막을 묵묵히 지켜주고만 싶었다. 대부분의 동기들은 순정이에게 다녀갔지만, 그녀는 끝내 순정이의 빈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빈소를 계속 지키다 보니, 순정이의 부모님은 내가 아들의 친한 친구라고 여겼던 모양이다. 발인하기 전날 밤, 순정이의 어머니께서는 나를 빈소의 구석진 곳으로 조용히 부르셨다. 그리고 내가 몰랐던 순정이의 비밀을 눈물을 훔치시며 털어놓으셨다. 어머니께서 들려준 사실은 굵직한 사건 덩어리들이었지만, 난 나만의 상상력을 더해서 순정이의 과거 이야기를 그려봤다.
순정이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만났던 여자 친구가 있었다. 고작 17살의 사랑이었지만, 둘은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 주었다. 어찌 보면 육체의 정욕이 불같이 타오를 수 있는 나이지만, 아직 미성년이었기에 서로는 육체적인 사랑 대신 플라토닉한 사랑을 하기로 굳은 언약을 했고 각서까지 써놓았다.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는 손만 잡고 데이트 하기로.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학생 신분인지라 자주 만나지는 않아도 둘은 도서관 데이트를 주로 하며 가끔 카페 데이트, 영화관 데이트, 놀이공원 데이트를 하며 사랑의 온도를 점차 높여 나갔다. 순정이는 사범대학을, 그녀는 간호대학을 꿈꾸고 있었다고 한다.
스산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던 1998년 9월 26일 토요일 저녁, 그날은 순정이와 그녀가 고3 수험생이라는 신분을 2시간 동안만 잠시 내려놓고 오랜만에 시내에서 카페 데이트를 하는 날이었다. 핏빛 빨간불이 훤히 켜진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둘은 서로에게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신호등이 녹색불로 바뀌길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불빛이 녹색으로 바뀌자 그녀는 반가움을 가득 안고 순정이 쪽으로 냅다 뛰어오기 시작했다. 약속 장소인 카페가 순정이 쪽에 있었기 때문에 순정이는 제자리에 선 채 그가 곧 잡게 될 그녀의 부드러운 손의 감촉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녀는 횡단보도 중간쯤에서 날카롭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부유하더니 도로 저 멀리에서 쿵, 하고 낙하했다. 사고 원인은 운전자의 전방주시 태만이었다. 순정이의 사랑은 그만 현장에서 즉사하였고 순정이의 사랑 시계도 그날 영원히 멈춰버렸다.
순정이 어머님께 순정이의 얘기를 다 듣고 나니 자정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어머님께 내일 아침에 일찍 오겠다고 인사를 건넨 후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씻지도 못한 채 어렵게 잠을 청했다. 내일이 순정이 발인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잠은 자두어야 내일 아침 운구 행렬에 참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숙방을 함께 쓰는 녀석은 오늘 밤에 하숙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어두컴컴하고 텅 빈 하숙방에서 난 명절날 순정이와 그린 추억들을 생각했다. 그날 밤, 성격 급한 순정이가 생전 모습 그대로 내 꿈에 찾아왔다. 사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되지 않았을 만큼의 애매모호한 경계선상의 어느 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꿈이든 현실이든 보고 싶었던 내 친구 문순정이가 나한테 찾아온 것이다. 아마 날 향해 정식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나 보다.
빈소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눈물인데, 순정이를 보자마자 그를 와락 끌어안고 한없는 눈물을 엉엉 쏟아 냈다. 순정이는 변치 않는 미소로 말없이 내 눈물을 닦아주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조금은 진정되자 순정이는 그 답지 않은 담담한 어조를 장착하여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정말 순정이가 살아 돌아왔다고 느껴질 만큼 순정이의 말투와 행동은 현실감이 있었다. 누가 내 입을 꽁꽁 얼려 놓았는지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저 순정이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한 마디 한 마디를 묵묵히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변소남. 잘 있었냐? 아, 나 때문에 잘못 지냈을 거 같은데 질문이 잘못됐네. 미안. 내 어리석은 선택이 너에게 평생의 깊은 상처를 줬을 거 같아서 염치가 없다. 어머니한테 내 얘기는 대충 들었지? 바보 같은 사랑의 결과가 바보 같은 선택이 될 줄을 누가 알았겠냐. 그만큼 매일매일이 내겐 지옥 같았다. 눈만 감으면 그 장면이 너무나 생생하게 머릿속에서 맴돌아. 그녀가 날 보며 흘렸던 미소, 사고가 나는 순간, 쓰러진 그녀 주변을 흥건하게 물들이는 선명한 핏빛. 너무나 생생해서 차마 잠을 청할 수가 없을 정도로.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어 버렸나 봐. 다른 건 모르겠는데 잠을 못 자니 미치겠더라고. 잠을 못 자니 계속 그녀 생각만 나고, 더 우울해지고. 그녀와 좋은 추억도 많았는데 왜 하필 그녀가 떠났던 그날만 악몽처럼 머릿속에서 무한 재생되는 건지.
그래서 난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 냈어. 대학에 입학했으니 이젠 성인이 됐잖아. 방법이 건전하진 않지만 바로 다른 여자랑 잠자리를 가지는 거였지. 그렇다면 나에게 실망한 그녀가 더 이상 내 꿈에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드디어 실행하기로 첫날, 맨 정신으론 도저히 안 되겠던지 학교 근처 재즈바에서 술을 진탕 마시고 성욕 가득한 술기운을 빌려 바텐더에게 농염하게 작업을 걸었어. 그래도 형이 외모도 준수한 편이고 말주변도 있는 편이잖냐. 쉽게 넘어 오더라고. 재즈바 영업이 끝나고 우린 바로 모텔로 향했어. 나의 첫 원나잇은 정말 기막힌 묘안이었어. 다른 여자랑 자니까 신기하게도 그녀가 찾아오지 않는 거야. 그야말로 푹 잤던 것이지. 아, 잠을 잔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라는 걸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거야. 그래서 난 틈만 나면 원나잇을 하기로 결정했어. 원나잇을 안 하는 날이면 그녀가 날 찾아와서 아무말 없이 슬픈 표정으로 바라만 보니 그게 너무 힘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에게 필사적으로 양해를 구했어. 딱 1년만 이 생활을 하겠다고. 그래도 네가 안 잊힌다면 네가 떠났던 그날에 나 역시 널 만나러 가겠다고. 이해가 되니?
야, 변수남. 그냥 사랑하는 사람 만나면 해결될 일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지? 그랬다면 어찌 됐을까 모르겠지만, 난 그만큼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거든. 내 사랑의 방에 다른 여자가 들어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건 절대 고려하지 않은 변수였지. 원나잇을 하면 할수록 그녀는 잊히는 게 아니라 더욱 내 마음속에 아련하고 깊은 상처로 파고 들더라. 정말 미쳐버릴 정도로. 그래서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선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이 방법 밖엔 없었던 거야.
오랜만에 찾아와서 너무 내 말만 늘어놓은 것 같다. 넌 부디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라. 정선주, 정말 너하고 잘 어울릴 거야. 넌 나처럼 순정파니까 너에게 이 말은 꼭 전해주고 싶었다. 그럼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또 만나자. 그리고 가급적이면 늦게 만나자. 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다가 와. 난 그녀와 잘 지내고 있을 테니까, 일찍 와서 우리 방해할 생각하지 말고. 그럼 안녕. 내 친구 변수남."
자기 말만 잔뜩 늘여놓고 순정이는 내 곁을 떠났다. 그 후로는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났을 때 신기하게도 순정이가 남긴 말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슬펐던 분위기만 얼추 떠오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