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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Dec 09. 2022

로또를 포기하고 글을 썼더니 생긴 일


어느 날 나는 기분 좋은 똥꿈을 꿨다. 로또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주 로또 당첨번호를 검색했더니 유튜브 알고리즘이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어떤 여성이 나오는 영상을 내게 보여줬다. 그 영상에 감동받은 나는 로또를 포기하고 스스로 부자가 되는 길을 찾기로 결심했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치유받고 지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새로운 일에 도전했고 설레는 일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글쓰기는 즐겁다가, 괴롭다가, 재밌다가, 힘들어졌다.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읽은 책들은 주로 자기 계발서였다. 그래서 글을 쓸 때 읽는 분들께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감동을 주고자 노력했다. 그래야 내 글을 읽는 분들이 시간낭비를 하지 않는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3개월이 넘어가니 글쓰기가 힘들어졌다. 더 이상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좀 솔직해 지기로 했다. 그동안 부끄러워서 쓰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털어놓기로 했다. 독자들은 나보다 똑똑한 분들이다. 내가 그분들께 무슨 메시지를 전달할까? 이미 다 아는 것들일 텐데... 그냥 내 얘기를 쓰자. 느끼는 건 독자의 몫이다. 감동을 강요하지 말자. 힘을 빼자.


나는 사람들이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틀렸다. 사람들은 재미없게 쓰인 이야기에 관심이 없을 뿐이었다.


11월 13일 <수고했어 며느리>라는 글을 올린 뒤 조회수가 심상치 않았다. 첫날에 2만, 다음날도 2만, 그다음 날은 1만... 1천 넘는 조회수가 거의 열흘간 지속됐다. 그 다음번 올린 글이 <오늘 저녁 뭐 해 먹지?> 였는데 이 글도 9천이 넘는 조회수가 나왔다. 다음 메인에 걸린 것 같은데 어디서 봐야 하는 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3주 정도 지난 뒤에 <너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라는 글을 발행했는데 첫날은 잠잠했다. 그런데 다음날 오후에 갑자기 조회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이번에는 다음 메인 홈&쿠킹에 올라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에 <30평대 아파트가 꿈이 될 뻔했다>라는 글도 다음 메인에 올랐다. 이 두 글은 브런치 메인에도 올랐다.


11월 한 달간 네 편의 글이 다음 메인에 노출되며 조회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갑자기 전체 글 조회수가 10만이 넘었고 구독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이번에 내가 확실하게 느낀 게 '제목의 중요성'이다. 사람들이 수많은 글들 중 뭘 읽을지 선택할 때 볼 수 있는 게 제목밖에 없다. 궁금하지 않으면 손이 가지 않는다.  글을 파는 장사꾼의 마음으로 제목을 지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게 '시의적절성'이다. <수고했어 며느리>는 사람들이 김장을 시작하는 시기에 올렸고, 김장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았던 며느리들이 많이 봤을 것이다. 반면 <30평대 아파트가 꿈이 될 뻔했다>를 올린 날은 우리나라가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짓는 축구 경기를 한 날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축구 관련 이야기에 쏠려있었다.




로또를 사는 대신 스스로 부자가 되는 길을 찾아 글을 쓰기 시작한 지 5개월이 지났다. 나는 그 길을 찾을 수 있을까?


구독자수와 글 조회수가 통장 잔고보다 궁금하고 기분 좋게 느껴지던 날, 나는 깨달았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부자가 되는 길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안타깝지만 나는 돈 많은 부자가 아닌, 마음이 부자인 사람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로또를 사는 대신 글을 쓴 걸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또 한 번 똥꿈을 꾼다면?

그땐 망설임 없이 달려가 이렇게 외칠 거다!

-자동으로 열 장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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