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에서 리우 데 자네이루로 가는 길에 '파라치'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이 있다.크고 작은 돌로 포장된 길과 화사한 백색의 집들이 아름다운 곳이다.
저녁이 되면 집집마다 처마 밑의 등불을 밝혀 온 동네가 은은한 주황빛으로 물든다. 길거리의 상인들은 형형색색의 수공예품들을 돗자리 위에 펼쳐두고 행인들의 시선을 끈다.
이른 저녁을 먹었더니 밤산책을 하는 동안 살짝 출출하다. 그 때 마침 디저트를 실은 수레를 끌고 나오신 아저씨와 딱 마주쳤다.
"우와 맛있겠다!"
평소 단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군것질도 안하는 편인데, 입이 심심해서인지 저 디저트들 가운데 샛노랗고 부드러워 보이는 크림이 가득 올라간 케이크가 눈에 쏙 들어왔다.
"우와 이건 뭐예요?"
"패션푸르츠 케이크예요. 맛있어요. 하나 드릴까요?"
"네!"
크림을 한 숟갈 가득 떠서 입에 넣었다. 패션푸르츠 씨가 바스락 씹히면서 달콤새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와 이거 진짜 맛있다!"
수일이 지난 지금도 남편과 나는 패션푸르츠라고 하면 파라치의 그 길거리 케이크를 떠올리곤 한다.
패션푸르츠 케이크 강력 추천!
아담한 파라치 항구의 밤풍경
대충 다 둘러보았으니 이제 숙소로 돌아갈까 하고 있는데 저만치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게 보인다.
"저게 뭐지? 한번 가볼까?"
가까이 가서 보니 웬 건물 안에 백명은 족히 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입구에는 경비원으로 보이는 분이 방문객들을 안내해주고 계셨다. 안으로 들어가니 벽에인물 사진, 풍경 사진 등 강렬한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오오.. 멋진데? 사진전인가봐."
사진들을 찬찬히 둘러보고 있는데 저 안쪽에서 유니폼을 입은 분들이 쟁반에 먹을 걸 가득히 내어와 관람객들에게 나눠주시는 게 아닌가.
"오 뭐야. 간식도 주는데?"
"맛있겠다 헤헤."
우연히 들어왔는데 공짜 음식이라니. 들어오길 잘했다 하면서 우린 양손에 꼬치를 들고 맛나게 먹었다. 더 안쪽에서는 모히또 같은 음료도 나눠주길래 한잔씩 마시기도 했다. 작품도 보고 배도 부르고 일석이조가 따로 없었다.
잘 먹고, 아니 감상하고서 나가는 길에 또 다른 유니폼을 입은 분들이 방명록을 작성해달라고 하셨다. 잘 먹게 해주셔서, 아니아니 좋은 작품 보여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흔쾌히 이름 석자를 쓰는데 퍼뜩 드는 생각. 방명록까지 쓰는 걸 보면 이거 왠지 초청받은 사람이 따로 있는 모임 느낌인데..?
헉. 누구 하나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갑자기 느낌이 쎄했다. 먹은 걸 뱉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우린 서둘러 나왔다. 걸으면서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고 웃겨서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만약 무단취식이었다면.. 죄송합니다..
다음날 Cachoeira do Tobogã (토보가 폭포)에 가기 위해 버스터미널에 갔다. 버스는 1~2시간 간격으로 있었는데 시간이 떠서 파라치의 한 성당인 Capela Santa Rita de Cássia 에 갔다. 이곳이 포토존이 된 이유는 성당 앞의 골목길이 물로 가득 차 이색적 풍경을 자아내기 때문이다.신기했던 건 그 물이 비온 후에 넘쳐서 차오른 것이 아니라 바다에서 밀려온 바닷물이었다는 것이다.
"와, 너무 예쁘다. 이런 덴 어디서 보고 찾은거야?"
"인스타그램에서 봤어."
SNS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우리 부부이지만 이럴 땐 인스타그램이 고맙기도 하다.
Capela Santa Rita de Cássia
파라치에서 토보가 폭포까지는 버스로 1시간이 채 안걸린다. 길가의 작은 정류장에 버스가 멈추면 폭포까지 10분 정도 숲길을 걸어가면 된다. 이름은 폭포이지만 낙차가 크지 않고 수량이 많지 않아 폭포라기 보단 그냥 큰 바위 위를 흐르는 물에 가깝다. 그 덕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놀이터가 되었다.폭포를 타고 바위를 미끄러저 내려가는 천연 어트랙션이었다.
물은 적당히 차가워 더위를 날리기 제격이었다. 물에서 조금 놀다가 우리도 폭포 미끄럼틀을 타러 가보았다. 바위 위에 올라가서 미끄럼틀 대기 줄을 섰다. 내 차례가 오면 두 안전요원 아저씨들 사이에 두 다리를 쭉 펴고 앉기만 하면 된다. 그럼 두 분이 양쪽에서 팔을 잡고 쭈욱 당겨 폭포로 밀어주신다. 아무 장비 없이 엉덩이로만 타는 물미끄럼틀이다. 경사가 가파르진 않은데 속도가 꽤 빨라 '꺄악' 소리가 나온다.
"아 재밌다. 근데 나 떨어지면서 바위에 엉덩이뼈 부딪혔어. 아고고 내 궁둥이야."
초보자는 엉덩뼈를 조심하자.
현지 분들은 이미 이 미끄럼틀에 있어 달인이 다 되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혼자서도 겁없이 막 미끄러지는데 감탄이 나왔다. 특히 보라색 셔츠를 입은 한 청년은 거의 묘기 수준으로 물살을 가르며 미끄러졌다. 그 신묘한 장면을 담은 동영상으로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