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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Jun 18. 2022

'악쇼' 등산일기- 신의 다리(God's bridge)

모로코 여행기 #24

셰프샤우엔에서 차를 타고 40분 정도 북동쪽으로 달리면 나오는 산촌.

'악쇼(Akchour)'.

우리는 오늘 '신의 다리 (God's bridge)'를 보러 그 곳으로 가고 있다. 과연 어떻게 생긴 다리일지 그 이름만 들어도 궁금해지는데..  


악쇼 가는 길,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드넓은 초원.


겹겹이 이어진 산등성이 사이를 내달리며 악쇼로 향한다.


얼마 안가 산의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등산로가 시작된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우리는 등산할 채비를 한다. 그날따라 날이 더워 최대한 통기성이 좋고 가벼운 옷을 입었고, 뜨거운 태양을 막아줄 밀짚모자도 잊지 않았다. 산에 가면 계곡이 많기 때문에 수영을 할 수도 있으니 물에 젖어도 되는 옷가지도 몇개 챙겼다. 그리고 신발.. 흠. 신발은 여전히 슬립온을 고수하는 나, 그리고 바닥이 다 닳아버려 바위를 밟으면 백퍼센트 미끌거릴 것처럼 생긴 신발을 신은 붑커. 우린 항상 왜 이럴까 하하. 어쨌든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 설레는 맘을 안고 출발!


붑커>> 악쇼에는 두 가지 등산코스가 있어. 하나는 폭포를 보러가는 코스, 다른 하나는 신의 다리를 보러가는 코스. 둘 중에 어디로 갈까?

나>> 너는 그 전에 어디를 가봤는데?

붑커>> 나는 둘 다 가봤지!

나>> 음, 그럼 신의 다리!

붑커>> 좋아. 신의 다리로 가는 길은 또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다리 위로 가는 길, 하나는 다리의 아래에서 올려다 볼 수 있는 길. 어디로 갈래?

나>> 너는 그 전에 어디로 갔는데?

붑커>> 나는 다리 위로만 가봤어.

나>> 그럼 당연히 다른 길로도 가봐야지! 이번에는 다리 아래쪽으로 가보자.

붑커>> 좋아. 다리의 아래쪽으로 가는 길은 또 두 가지가 있어.

나>> (그.. 그만) 으응, 뭔데?

붑커>> 쉬운 길과 어려운 길. 쉬운 길은 산책로처럼 생겼고, 어려운 길은 계곡을 따라서 가는거라 조금 험해. 대신 어려운 길이 더 아름다ㅇ...

나>> 어려워도 더 아름다운 길!!!

붑커>> 하하 그래, 그 길로 가자!


얼마나 힘들진 모르지만 일단 가보자. 목적지는 신의 다리. 예상 소요시간은 왕복 2시간 30분이다.

와르르 쏟아져내릴 듯한 협곡 아래로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흐른다.
야호!
날이 하도 뜨거워서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에 풍덩 뛰어들어 벌컥벌컥 들이키고 싶었다.
잔잔한 계곡물 위로 조잘조잘 굴러가는 새소리.


계곡을 따라 가는 길은 쉽지 않았지만 붑커의 말대로 정말 아름다웠다. 그래, 눈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두 다리쯤이야 뭐 좀더 고생해도 된다. 렇게 몇 개의 계곡을 지났을까.

드디어 신의 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우!!"


아찔한 협곡의 사이를 이어주는 자연이 만든 거대한 아치. 가히 신의 다리(God's bridge)라 불릴만 하다.
계곡에서 올려다 본 신의 다리.
자연이 빚어 놓은 다리는 인간이 만든 교량과는 또 다른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무신론자도 저 다리를 보면 한번쯤은 보이지 않는 신의 정교한 손길을 상상하게 되지 않을까?


수영을 할 줄 안다면 계곡물을 헤엄쳐 다리의 반대편으로 가 또 다른 각도에서 다리를 감상할 수 있다. 우리도 시도를 해 보았지만 얼마 못가 부르르 떨면서 물 밖으로 나와야했다. 누가 얼음이라도 넣어둔 것처럼 물이 차가워도 너어무 차가웠다. 반대편으로 건너가는 건 포기.


저 위 어딘가에서 신이 우리를 굽어보고 있지 않을까 상상하며, 고요한 물가에 앉아 오래도록 다리를 바라보았다.


붑커>> 예전에 왔을 때는 다리 위로만 가봤는데,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다리가 훨씬 멋있다!

나>> 오 그렇구나. 이 길로 오길 잘했네!

붑커>> 그러게 말야.


실컷 다리를 감상했으니 이제 슬슬 돌아가야겠다.


붑커>> 이대로 주차장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폭포도 보러갈까?

나>> 오 좋은생각! 폭포도 보러가자!

붑커>> 좋아 렛츠고!


돈 욕심은 없어도 '볼 욕심'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우리. 그렇게 폭포로 가는 또 다른 등산코스로 길을 틀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사실.

지금은 라마단이다.

즉, 우리는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그런대로 버틸만하지만 폭포까지는 왕복 3시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체력이 바닥날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나와 붑커 둘 다 앞뒤 안가리고 덤비는 무식한(?) 면이 있어서 발걸음은 이미 신나게 폭포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왜 꼭 영화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다가 꼭 일찍 퇴장하는 캐릭터 있지 않은가. 둘 다 그런 느낌..


금식과 동시에 등산을 하는 것은 의지력을 시험할 좋은 기회인가 아니면 무모한 도전이 될 것인가.

이프타르(breakfast)까지 남은 시간은 아직 5시간 정도. 우리는 무사히 등산을 마칠 수 있을 것인가...?    

To be continued...




<다음 이야기>

나>> 헥헥..

붑커>> 헥헥..

나>> 붑커 괜찮아?

붑커>> 응 괜찮아..! (별로 안 괜찮은 표정)

나>> 난 너무 힘들어 하하하하..

붑커>> 그거알아?

나>> 뭐?

붑커>> 사실 나도 힘들어 하하하하..

등산가인 붑커의 입에서 힘들다는 소리가 나오다니.

극한의 목마름과 배고픔.

우리는 계획대로 폭포를 찍고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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