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운동 회고'록' (2)
전 편에서 운동의 출발이었던 웨이트의 서사를 나열했다면, 이번 편에서는 수영과 러닝을 하게 된 얘기를 하려고 한다. 사실 나는 숨이 차도록 하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 초등학교에서 겪었던 셔플러닝에서 오는 PTSD가 본능적 거부를 느끼게 만든 게 아닐까. 어찌 됐던 나는 유산소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10분 이상 타기라도 하는 날에는 세상 지루한 텐션으로 집에 왔던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을 말하자면, 유구한 '몸치'다. 아직도 몸을 써서 하는 건 다 잘 못한다. 그래서 약 30년 간 엄마 뱃속에서 나온 뒤로부터는 쭉 맥주병으로 살아왔다.
그런 거에 비하면 나는 정말 물을 좋아했다. 수영 못하는 물개의 삶이 어떨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물속에 담가져 있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아서 여행을 갈 때도 꼭 물놀이가 가능한 곳으로 갈 정도로 물을 좋아하는데, 언제나 몸에 구명조끼와 튜브를 칭칭 감은 채로 떠나야만 했다. 딱히 자존심 상하지는 않았다. 물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으니까.
그러다 20대의 마지막을 맞이한 해, 나는 친구와 세부로 떠났다. 세부는 가와산에서 하는 캐녀닝 프로그램이 유명했다. 산의 폭포를 타고 내려오는 프로그램이라니! 한국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조건 해야만 했다.
캐녀닝은 상상이상으로 엄청난 액티비티였다. 무려 '폭포'를 타고 내려오는 프로그램이라니. 덕분에 가와산 하마가 될 수 있었다. 정신없이 물에 담가져 내려오니, 구명조끼는 소용이 없었다. 물속에서 물을 안 마시는 방법 따위는 몰랐으니까. 계곡물이 코와 입으로 들이닥쳤다. 저항 없이 맞아야 하는 물든 너무 따가웠다. 눈물을 줄줄 흘리며 나는 걸어가고 싶다며 헬프미를 외쳤으나, 산 꼭대기부터 이어진 계곡 한복판에서 도망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산 중턱정도로 내려왔을 때엔 계곡과 한 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부터는 순응했다. 아니, 어쩌면 포기였을지도. 몸에 힘을 빼고 물먹는 하마가 된 걸 받아들이자 일단 공포감은 사라지게 됐다. 그리고 그날 나는 10m 절벽 다이빙을 성공했다. 물론 구명조끼의 힘을 빌렸지만.
수영도 못하는 게 다이빙이라니! 스스로가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었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는 물을 이겨보고 싶었다. 구명조끼 따위의 도움 없이.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야심 차게 집 앞 수영장 수강신청을 했다. 그리고 처음 수영장에 간 날 나는 배웠다. '물 공포증'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하지만 가와산하마출신인 나는 1미터밖에 안 되는 수영장의 물높이는 더 이상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객기는 내게 물을 박찰 힘을 주었다. 팔을 저을 때 버둥거리지 않을 용기를 주었다.
그런 마음가짐 덕인지 반년 만에 지금 나는 접영을 배운다. 더 이상 코트를 왕복하더라도 숨이 차지 않는다. 요즘은 물속에 들어가 있을 때 자유를 느낀다. 중력의 무게를 느끼지 않고 둥둥 떠서 부드러운 물속에 몸을 맡기는 기분은 정말 안락하다. 심폐지구력이 증진된 건 덤으로, 나는 그 언제보다도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몸을 믿고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내 운동 대서사시가 가장 최근 도달하게 된 것은 역시 이 책을 연재하게 된 계기인 '러닝'이다. 나는 웨이트로 다져진 엉덩이와 햄스트링을 갖고 있고, 수영을 통해 빚은 심폐지구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이점을 지니고 있긴 했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이 함께 갖춰져 있다면 운동을 더 쉽게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즐거움을 느끼는 속도도 남들보다 더 빠를 수도 있다.
하지만 운동이라는 건 잘하지 못하더라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종목이다. 남들과 비교해서 내가 얼마나 잘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도 물론 그에 따른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나는 웨이트를 하며 내 몸의 근육이 얼마나 섬세하게 움직이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수영을 통해 물에서 유영할 때의 자유감을 얻었고 러닝을 통해 자연에 동화되는 충만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것들을 느끼다 보면 어느샌가 신체의 일부분이 더 강하고 튼튼해져 있다. 그 모습이 반짝거려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것은 덤으로.
이러한 것들을 알게 된 덕분에 단순히 몸을 만드는 데 집중했던 과거의 운동과는 달리, 요즘 나는 운동이 주는 즐거움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운동을 여전히 하고 있다. 아직도 근육의 움직임은 새롭게 느껴진다. 또한 한 번 뛰던 걸 두 번으로 늘렸을 때 낮아지는 심박수는 여전히 신비롭다. 이 모든 게 내 삶을 너무 다채롭게 즐거움이 가득하게끔 만들어주기에, 공유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나는 여전히 운동하는 게 좋다.